이재명도 "나중에 얘기"…'카더라 계엄령' 들쑤시고 발빼는 野 [현장에서]

김효성 2024. 9. 6.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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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5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가운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연설을 듣고 있다. 김성룡 기자

윤석열 정부가 계엄령 발동을 준비 중이라고 주장해온 더불어민주당이 슬며시 발을 빼고 있다. 안규백 민주당 의원은 5일 YTN라디오에서 “직접 증거를 제가 들은 바는 없다”며 “여러 가지 정황 증거를 놓고 봤을 때 그런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친명계 좌장인 정성호 의원이 전날 “제보가 있다는 얘기도 있지만, 그 제보라는 게 대개 상상력 아니겠냐”고 말했는데, 안 의원 발언도 같은 맥락이다.

이재명 대표의 메시지 톤도 달라졌다. 전날 서울 성북구 고려대 안암병원을 방문한 그는 계엄령 관련 질문을 받자 “계엄 얘기를 하기에는 적절한 상황 아니라서 나중에 하기로 하고…”라며 즉답을 피했다. 이 대표는 1일 여야 대표회담 모두발언에서 “종전에 만들어졌던 계엄안에 보면, 계엄 해제를 국회가 요구하는 것을 막기 위해 국회의원들을 계엄 선포와 동시에 체포·구금하겠다는 계획을 꾸몄다는 이야기도 있다”고 말해 파장을 낳았다. 그러나 대통령실이 2일 “선동이 아니면 대표직을 걸고 말하라”고 반발한 뒤 이 대표는 계엄령 관련 언급을 삼가고 있다.

김용현 국방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당에서는 “정황상 가능성이 있다”는 말만 난무한다. 민주당 주장을 종합하면 2017년 3월 국군기무사령부(현 국군방첩사령부)가 작성한 계엄령 문건에 국회의원 체포 방안이 담겨 있고, 김용현 전 대통령경호처장(국방부 장관 후보자)이 최근 학연·지연으로 묶인 수도권 3사령관(방첩·수방·특전사령관)을 공관에 부른 적이 있다는 것이 주요 근거다. 민주당은 경호처장에 군·경찰 지휘권을 부여하고 용산경찰서 경호인력을 늘린 점 등도 근거로 제시해왔다. 친명계 양문석 의원은 “4월 이후 수도권 3사령관이 나무위키에 본인 정보 삭제를 요청했다”며 “특정한 정치·군사적 의도를 가진 움직임일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정도로는 정부가 계엄령을 준비한다고 볼 수 없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계엄령을 발동하려면 병력을 이동하고 장비를 동원해야 하는데 관련 보고나 움직임이 전혀 포착되지 않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2018년 대대적으로 수사했을 때도 군 관련자 중 단 한명도 내란음모죄로 기소하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5일 광주과학기술원에서 '첨단기술과 문화로 미래를 디자인하는 광주'를 주제로 열린 스물여덟 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결과적으로 증거는 없고, ‘카더라’식 주장만 반복하니 역풍을 우려해 이 대표와 중진을 중심으로 후퇴하는 모습이다. 당초 “민주당이 계엄령 준비설을 주장한 건 실체적 진실보다 정치적 배경이 클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윤석열 정부 위기설을 키우고, 나아가 10월 이 대표의 1심 재판 결과에 대비해 여론을 관리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친명계 인사는 “이번 계엄령 준비설로 윤 대통령의 독재자적 이미지가 강화되는 효과가 있었다”고 자평했다. 정치적 목적을 이뤘으니 수습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하지만 “민주당의 자충수”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계엄령은 1980년 5·18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신군부에 의해 내려진 이후 44년간 발동되지 않았다. 그런 중대한 문제를 근거 없이 주장만 되풀이하면서 국민 의구심만 커졌기 때문이다. 윤평중 한신대 명예교수는 “단기적으로는 윤 대통령에 대한 권위주의적 이미지 형성에 영향을 줬을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민주당이 국민적 신뢰를 잃는 소탐대실의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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