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수 경질론' 친한·비한 동시분출…"의정갈등 출구전략 필요"

오현석, 허진, 손국희 2024. 9. 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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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의료 공백 우려가 확산하는 가운데 5일 여권에서도 ‘책임자 교체론’이 분출됐다. 장기화되는 의·정 갈등 국면에서 사령탑 교체 여부가 새로운 이슈로 부각하는 모양새다.

박민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제2차관)이 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개혁의 방향은 맞고 궁극적인 해법도 틀리지는 않았는데, 갈등을 조정하고 해결할 신뢰 관계가 완전히 깨졌다”며 “새로운 협상 판으로 갈등을 조정하고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 의원은 “갈등을 조정하고 해결해야 할 부처의 장들이 순간순간 잘못된 발언으로 갈등을 증폭시킨 부분도 상당히 있다”며 “책임부처의 장들은 물러나야 하지 않겠느냐”라고 했다. 나 의원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잘못했으니 경질하라는 차원의 제안이 아니라, 의정 갈등 해소와 의료개혁 성공을 위해 틀을 바꾸는 차원에서 인사를 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친한계 김종혁 국민의힘 최고위원도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의 의료개혁은 어렵게 시작됐고 꼭 성공해야 한다. 그렇다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며 “그 시작은 책임질 사람이 책임을 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 모든 게 괜찮을 거라고 보고하고, 막말과 실언으로 국민을 실망시킨 당사자는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시기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김 최고위원은 회의 직후 ‘책임질 당사자가 누구냐’는 물음에 “당장 크게 국민을 좌절시킨 분이 있지 않냐. 그리고 의사단체들에서 ‘그 사람하고는 죽어도 (대화를) 못하겠다’고 한다”며 사실상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을 지목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4일 서울 종로구 CGV 피카디리1958에서 열린 가치봄 영화제 영화'소풍' 상영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권에서 친한계와 비한계를 막론하고 ‘책임자 교체론’이 분출한 것은 추석 연휴를 앞두고 응급실 상황을 둘러싼 당내 불안감이 퍼졌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의 한 TK(대구·경북) 의원은 “부모님이 수술해야 하는데 병원 사정이 안 된다는 식의 민원이 쏟아지고 있다”며 “많은 의원이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의원은 “명절 연휴 밥상머리 민심이 중요한데, 응급실 공백으로 인명사고라도 발생하면 감당할 수 있겠느냐”며 “개혁 방향이 옳아도 지금은 출구 전략이 필요할 때”라고 말했다.

특히 4일 박민수 차관의 발언이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박 차관은 전날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본인이 전화해서 알아볼 수 있는 상황이라고 하는 것 자체가 사실은 경증”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한의사협회는 “차관이 쉽게 내뱉은 경·중증 판단은 의사들도 쉽지 않은 것”이라며 “이런 식으로 쉽게 경·중증 판단이 가능하다면, 현재 국정운영의 상태는 진작부터 중증”이라고 꼬집었다. 논란이 커지자 박 차관은 “일반화한 발언이었고, 의식이 있다고 해서 다 경증이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해명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저녁 의정부 성모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 현장 방문을 방문해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이날 윤 대통령은 응급실 업무 강도에 비해 보상이 충분하지 못했던 점을 언급하며, 필수 의료 인력 지원을 획기적으로 강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대통령실 제공]

경질 여론이 여권 내부까지 퍼졌지만 대통령실은 일단 선을 긋고 있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이날 “장관이든 차관이든 교체해서 의료계가 협상장으로 나온다면 얼마든지 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의료계가 무조건 의대 정원 증원을 반대하는 상황에서 사람을 자른다고 의료계의 태도가 바뀔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교체하면 어떤 사람이 그 자리에 와서 일하려 하겠느냐”라고도 했다. 이 관계자는 “의료개혁 최전선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지금 자를 수는 없지 않느냐”며 “의료계가 아무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교체를 하면 개혁이 후퇴하는 모습으로 오인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이미 여러 차례 박 차관 교체 관련 언론 질의에 “전혀 검토되지 않고 있다”고 부인했다.

다만 대통령실 일각에선 박 차관에 대한 불만도 나온다. 또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는 “박 차관이 언론 상대 브리핑을 할 때나 공개 발언을 할 때 조금 더 잘하면 좋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박 차관은 지난 2월 19일 정부 브리핑에서도 ‘의사’를 ‘의새’로 들리게 발음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응급실과 수술실 등 의료 현장의 공백과 불안이 생기는 걸 챙기는 것은 집권 여당의 중요한 임무”라고 말했다. 김성룡 기자

한편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5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힘 의료개혁특위를 보강해서 응급실 등 의료 현장의 상황을 점검하고 필요한 조치를 찾아 나가겠다”고 말했다. 당 의료개혁특위 위원장인 인요한 최고위원은 “전공의 후배들이 대학병원으로 제발 좀 돌아와서 잘못된 것은 고치고 보다 큰 그림을 그려서 제발 좀 같이 해나가길 간절히 소망한다”고 했다. 한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 직후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과 비공개 면담에서 의료 상황의 심각성을 공유하고 2026학년도 의대 증원 유예를 포함한 유연한 대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한다.

대통령실 관계자도 이날 “정부는 추석 대비 응급의료특별대책을 수립하고, 지자체에 비상의료관리 상황반을 설치해 대비토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국 17개 광역시·도 권역 응급의료현장에 대통령실 1급 비서관을 파견해 직접 소통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오현석·허진·손국희 기자 oh.hyunseok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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