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달 못 땄어도… 나이 잊은 전설들의 ‘감동 투혼’

박구인 2024. 9. 6. 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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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상의 살아있는 '전설' 전민재(47·전북장애인육상연맹)와 유병훈(52·경북장애인체육회)이 2024 파리 패럴림픽에서 감동의 역주를 선보였다.

전민재는 4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열린 파리 패럴림픽 육상 여자 100m(스포츠 등급 T36) 결선에서 14초95에 결승선을 통과하며 7위를 기록했다.

휠체어 육상의 유병훈도 전민재와 마찬가지로 5번째 패럴림픽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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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민재, 여자 100m 결선 8명 중 최고령
매일 ‘난 할 수 있다’ 되뇌며 훈련
유병훈, 100m 자신의 기록 0.02초 단축
이번 대회 장·단거리 모두 출전
전민재가 4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열린 파리 패럴림픽 육상 여자 100m(스포츠 등급 T36) 결선에서 결승선을 통과하고 있다(왼쪽). 유병훈이 육상 남자 100m T53등급 결선에서 역주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육상의 살아있는 ‘전설’ 전민재(47·전북장애인육상연맹)와 유병훈(52·경북장애인체육회)이 2024 파리 패럴림픽에서 감동의 역주를 선보였다. 비록 메달 획득에는 실패했지만, 이들은 나이를 잊은 채 기록을 조금이라도 앞당기려는 투혼을 선보이며 관중의 박수를 받았다.

전민재는 4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열린 파리 패럴림픽 육상 여자 100m(스포츠 등급 T36) 결선에서 14초95에 결승선을 통과하며 7위를 기록했다. 결선에 오른 8명 중 최고령이었던 전민재는 자신의 목표만을 바라보며 힘차게 달렸다. 예선에선 2019년 두바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세운 개인 최고 기록(14초68)에 근접한 14초69를 찍기도 했다.

전민재는 다섯 살 때 원인 모를 뇌염으로 뇌병변 장애를 얻었다. 2008 베이징 대회를 시작으로 5회 연속 패럴림픽 출전하며 한국 장애인 육상을 이끌어왔다. 지난해 항저우 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를 마치고 은퇴를 고민했다가 주변의 권유와 설득에 따라 선수 생활을 이어왔다.

전민재는 단어를 발음하거나 글씨를 쓰기 어려워 스마트폰 등을 활용해 소통한다. 그는 이날 취재진 앞에서 미리 적어둔 편지 내용이 담긴 스마트폰을 바닥에 내려놓고 엄지발가락으로 재생 버튼을 눌렀다. 그는 “연습의 연습을 거듭하며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으며 훈련했다. 마음속으로 매일 ‘나는 할 수 있다’를 되뇌며 훈련했다”며 “좋은 기록이 나오면서 내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전했다.

전민재는 “2026 나고야·아이치 장애인아시안경기대회까지만 뛰려고 한다”고 말했다. 아직까지 전민재의 뒤를 이을 선수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전민재는 “트랙에서 메달을 딸 수 있는 선수가 전민재다. 그래서 은퇴하지 않으려고 한다”며 “딱 그때가 마지막이다. 그때까지 전민재를 기억해 달라”고 말했다.

휠체어 육상의 유병훈도 전민재와 마찬가지로 5번째 패럴림픽에 나섰다. 유병훈은 육상 남자 100m(스포츠 등급 T53) 결선에서 15초92에 결승선을 통과해 8위를 기록했다. 예선 15초94로 8위로 결선에 오른 그는 순위를 바꾸지 못했지만 자신의 기록을 0.02초 단축하는 데 성공했다.

유병훈은 이번 대회 단거리부터 장거리까지 모두 출전하며 한국 휠체어 육상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다. 지난 1일 남자 400m T53 종목은 예선에서 도전을 멈췄지만 이날은 결선 무대를 밟았다. 유병훈은 남은 남자 800m T53 종목을 끝으로 패럴림픽 일정을 마친다.

파리=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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