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와의 만남] 나오미·사도 바울은 싱글, 동방의 의인 욥은 이혼 당한 돌싱… “싱글을 ‘하나님 나라의 강력한 군사’로 보라”

양민경 2024. 9. 6.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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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 미니스트리’ 펴낸 탁영철 뉴젠아카데미 대표
탁영철 뉴젠아카데미 대표가 4일 부산 해운대구의 한 스터디카페에서 최근작 ‘싱글 미니스트리’의 집필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직장에서 인정받는 건실한 사회인이라도 교회에선 한순간에 천덕꾸러기 신세가 될 수 있다. 35세 이상 비혼자이거나 ‘돌싱’(돌아온 싱글)일 경우가 그렇다. 나이나 세대별로 부서를 나눠 예배하는 대부분 한국교회에선 이들 싱글이 속할 공동체가 마땅치 않은 편이다. 편히 속내를 터놓을 곳이 없어 교회를 전전하다 ‘가나안 신자’(교회 밖 기독교인)가 되거나 기독교 신앙을 저버리는 경우도 적잖다.


탁영철(58) 뉴젠아카데미 대표가 최근 펴낸 ‘싱글 미니스트리’(두란노)는 이런 한국교회 현실을 신랄하게 비판한다. “오늘날 한국교회가 반신불수 상태가 된 결정적인 이유는 싱글을 포용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탁 대표는 이 상황을 타개할 승부수는 싱글에게 있다고 단언한다. 싱글이 교회 사역의 대상이 아닌 주체가 될 때 한국교회가 전환점을 맞는다는 이야기다. 4일 부산 해운대구의 한 스터디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탁 대표는 총신대를 거쳐 미국 리폼드신학교에서 종교학 석사를, 버클리연합신학대(GTU) 소속 샌프란시스코신학대학원(SFTS)에서 종교사회학 박사 학위를 받은 목회자다. 미국 한인교회 등에서 목회한 그는 2008년부터 11년간 명지대와 서원대에서 인문 교양과 윤리교육 등도 강의했다.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강의와 목회에 전념했던 그가 ‘싱글 사역’을 다룬 책을 펴낸 건 한국교회를 향한 안타까움에서다. 탁 대표는 “새들백교회 등 미국 복음주의권 교회는 1980년대부터 싱글 사역을 주일학교나 청년 사역처럼 활발히 진행했다”며 “이혼율이 높아지고 경력을 중시하는 전문직이 빠르게 증가하던 시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한 이들 교회는 미국 기독교계에서 선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한국교회는 결혼하고 자녀를 둔 3040세대만 교회의 일꾼으로 바라본다”고 했다. 이들 세대는 자녀 양육과 주거비 등으로 시간뿐 아니라 경제적 여유가 부족해 “교회 봉사는 고사하고 출석도 버거운” 게 현실이다. 싱글은 이런 어려움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그가 싱글을 ‘하나님 나라의 강력한 군사’로 바라보는 이유다.

탁 대표가 강조하는 싱글 사역의 핵심은 ‘코람데오 신앙’을 갖춘 온전한 신앙인을 양성하는 것이다. 코람데오는 ‘하나님 앞에서’란 의미의 라틴어로 하나님과 홀로 대면하는 신앙이다. 이런 태도로 신앙과 인격을 제대로 갖춘 두 사람이 만날 때 ‘온전한 가정 세우기’도 쉬워진다. 그는 “싱글이 온전한 신앙인으로 성장하면 자연히 이웃과 교회를 섬기게 된다. 교회가 먼저 이들을 품고 섬기라”고 조언했다.

무엇보다 교회는 이들에 대한 편견을 없애는 게 중요하다. “상투를 틀지 않으면 어른이 아니”라는 관점이 싱글 성도의 성장을 막는 주요 걸림돌이라서다. 더 나아가 싱글 부서를 세우지 않고 교회 의결권에도 소외시키는 건 차별이라고 봤다.

2020년 서울 서초구에 싱글을 위한 개척교회를 세웠지만 어머니 간병을 위해 목회를 내려놓은 그는 앞으로 싱글 사역자를 체계적으로 양성하는 데 힘쓸 계획이다. ‘교회가 비혼을 부추기는 거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에는 “(좋은 사람 있으면) 결혼하지 말라고 해도 다 한다. 독신의 은사를 가진 사람은 드문 편”이라고 답했다. 이 과정에서 강조하는 건 “인생의 목적을 결혼에 두지 말고 하나님께 두라”는 것이다. 탁 대표는 “건강하게 매력을 발산하는 신앙인으로 싱글을 이끄는 일, 교회가 해야지 누가 하느냐”며 싱글 사역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추석 명절을 앞두고 결혼 관련 질문에 두려움을 느낄 싱글 성도와 이들을 마주할 기혼 성도에게 당부할 말을 물었다. 싱글에게는 “절대 위축되지 말라”고 했다. “예수를 비롯해 나오미, 사도 바울 등 여러 위대한 성경 인물이 싱글이었고 동방의 의인 욥은 이혼당한 돌싱이었다”는 것이다. 그는 “‘나도 하나님 나라의 위대한 일꾼’이란 당당한 자세로 일관한다면 훗날 좋은 분과 가정도 이룰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기혼 성도에는 “안타깝게 싱글을 대하지 말 것”을 주문했다. 탁 대표가 추천하는 싱글을 향한 축복의 언어는 이렇다. “열심히 일해 한국 사회와 교회에 이바지하는 네가 고맙고 자랑스럽다.” 명절뿐 아니라 교회 모임에서도 활용할 만한 사랑의 문구다.

부산=글·사진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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