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틴' 손흥민 "누구보다 괴로운 하루...감독 선임, 바꿀 수 없는 부분"

피주영 2024. 9. 6. 0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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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후 손흥민(왼쪽)을 격려하는 홍명보 감독. 뉴스1

"누구보다 아쉽고, 누구보다 괴로운 하루, 밤이 될 것 같다."

2026 북중미월드컵 3차 예선 첫 경기에서 팔레스타인과 무승부에 그친 한국 축구대표팀의 '캡틴' 손흥민(토트넘)이 아쉬움 가득한 경기 소감을 밝혔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3위 한국은 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팔레스타인과의 2026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B조 1차전에서 시종일관 답답한 흐름을 벗지 못한 채 고전하다 0-0으로 비겼다. 팔레스타인은 FIFA 랭킹 96위로 한국보다 73계단이나 낮은 B조 최약체다.

이라크·요르단·오만·팔레스타인·쿠웨이트와 한 조에 속한 한국은 3차 예선에서 조 2위 안에 들면 월드컵 본선행 티켓을 따낸다. 이날 팔레스타인전은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향한 본격적인 도전의 출발점이었는데, 무승부라는 결과 못지않게 경기 내용에서도 상대를 압도하지 못하며 불안감을 더했다.

손흥민은 경기 후 "선수들은 어려운 환경에서 최선을 다했다. 기회도 많이 만들었다"면서 "안 좋은 부분만 있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돌아봤다. 그는 "원정에 와서 한국을 상대하는 팀이라면 촘촘하게 서서 골을 안 내주려고 노력하기에 우리가 풀어야 할 숙제가 남아있는 것 같다"면서 "괴롭지만, 절대 실망감을 가져서는 안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한 경기를 치렀고, 제게는 9경기 동안 매번 최고의 경기를 펼칠 기회가 남아있다"면서 "준비를 잘하겠다"고 덧붙였다.

팔레스타인전이 끝난 뒤 얼굴을 감싸며 아쉬워하는 손흥민. 김종호 기자

지난 2014년 브라질월드컵 본선 이후 10년 3개월 만에 대표팀 지휘봉을 다시 잡은 홍명보 감독은 복귀전 승리를 놓치며 또 한 번 거센 비난 여론의 중심에 섰다. 지난 7월 대한축구협회가 전력강화위원회 논의 과정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감독 선임을 발표한 이후 팬들은 홍 감독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날 경기에 앞서 선수단 소개 때 장내 아나운서가 홍 감독의 이름을 부르자, 6만여 관중이 일제히 야유를 쏟아냈다. 경기 도중에도 전광판에 홍 감독의 얼굴이 비칠 때마다 ‘우~’하는 야유가 그라운드 주변을 감쌌다. 추후 홍명보호는 상대 팀뿐 아니라 홈 팬들의 냉랭한 시선과도 싸워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손흥민은 "제가 팬들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며, 팬들이 생각하는 감독님이 있었을 거로 생각한다"면서도 "이미 결정된 가운데 저희가 바꿀 수는 없는 부분이다. 어렵지만 많은 응원과 사랑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경기 후 팬들에게 다가가 직접 자제를 요청한 김민재(바이에른 뮌헨)를 언급하며 "그런 케이스가 다시는 나오면 안 된다"면서 "홈에서만큼은 우리가 스스로 적을 만들면 안 된다. 저희가 상대를 무너뜨리는데 어떻게 하면 도움이 될지 팬들 입장에서도 생각해보시고 많은 응원을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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