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체대 출신 메달 44% 따내… 인도 총리도 시스템 부러워해”
2024 파리올림픽에서 한국 대표팀이 기대 이상의 메달을 획득하는데 한국체육대학교(이하 한국체대)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 한국이 획득한 32개의 메달 중 약 44%인 14개를 한국체대 출신이 만들어냈다. 양궁 3관왕 임시현, 사격 금메달리스트 양지인, 근대5종 동메달리스트 성승민 등이 이 학교 출신이다. 지난해 4월부터 한국체대를 이끌며 선수들의 노력을 지켜본 문원재 총장은 "당초 목표했던 금메달 5개보단 더 많이 딸 거라고 생각은 했다"면서 "어려운 여건에서 잘 해준 선수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태권도 코치로 올림픽 무대를 경험했던 문 총장은 올림픽이 주는 감동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올림픽에서 한국 선수가 뛸 땐 모두가 하나가 돼서 응원한다. 스포츠는 우리를 하나로 만든다. 스포츠의 힘은 돈으로 평가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문 총장은 최근에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한국체대를 다녀간 사실을 말하면서 "한국체대의 시스템을 배워 스포츠 강국으로 만들고 싶다고 하더라"고 한국체대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문 총장을 최근 파리올림픽 여운이 가시지 않은 서울 송파구 한국체대 집무실에서 만났다.
“올림픽이나 세계대회 참가하면 분위기가 상당히 중요하다. 대회 초반 사격, 펜싱에서 금메달이 나오니 그 분위기와 열기가 선수단 전체에 전해진 거 같다. 다른 선수들도 ‘우리도 한번 해보자’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개인적으로 2008 베이징올림픽 때 태권도 코치로 참가했는데 먼저 금메달을 딴 장미란 선수에게 ‘미란아 나한테 기를 줘라’했던 기억도 있다.”(황경선, 차동민 선수는 베이징올림픽 태권도 종목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이번 올림픽에서 한국체대 선수들을 위해 지원해준 부분이 있다면.
“예산이 정해져 있어서 마음처럼 전폭적으로 지원해주진 못했다. 다만, 국가대표는 주로 진천에 있어서 제일 부담스러운 게 수업이다. 수업을 못 채우면 유급이 될 수도 있다. 임시현 선수도 그런 부분에서 상당히 어려움을 호소했다. 그래서 편안히 훈련하라고 담당 교수를 진천에 파견하고 수업 도와주고, 휴식 기간에 학교에 오면 교수가 직접 나와서 집중적으로 수업하도록 했다. 올림픽에 전념하게 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한국체대 출신들이 메달 획득에 앞장섰는데.
“총장으로서 상당히 감개무량하다. 열심히 선전해준 선수들에게 감사하다. 이번에 한국체대 출신이 14개의 메달을 땄는데 국가 기준으로 20위에 해당한다. 최근에 모디 인도 총리가 이곳을 방문했는데 한국보다 인구가 30배 많은 인도는 금메달을 하나도 못 땃다고 실망하더라. 한국체대 같은 시스템의 대학을 만들어서 엘리트 스포츠 강국으로 만들고 싶다고 도와달라고 했다.”
-일선에서 MZ세대 선수들을 지켜보실 텐데, 어떤 게 달라졌다고 느끼시는지.
“지금 선수들은 표현력이 강하다. 과거엔 지도자 중심이었다면 지금은 자기주장, 자기 요구 조건이 있다고 생각한다. 예전처럼 지도자가 ‘나만 따라와라’ 한다고 메달이 나오는 그런 상황이 아니다. 훈련방식도 과거엔 무턱대고 뛰라고 했지만 지금은 그러면 안 된다. 예를 들어 요즘은 인터벌 트레이닝을 하는데 이건 심폐지구력, 순발력에 도움이 된다는 식으로 설명을 해주면서 해야 한다. 지도자는 끌고 가기보다는 동기부여를 해주고 자신감을 많이 넣어줘야 한다.”
-금메달의 의미가 예전과 많이 달라진 거 같다. 엘리트 체육에 대한 지원이 계속 필요하냐는 지적도 나오는데.
“스포츠는 국민을 하나로 만든다. 남자 양궁 결승전 슛오프에서 김우진 선수가 한 발 쐈을 때 한국 국민을 환호하게 하고 가슴이 뚫어지게 하는 게 있다고 생각한다. 파리 하늘에 태극기가 올라가는 모습을 보면 뭉클해지면서 자랑스럽다. 국민을 하나로 만드는 스포츠의 힘은 돈으로 평가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올림픽 금메달처럼 국민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게 또 있을까.”
-인구는 계속 줄고, 일부 종목은 선수 수급도 어렵다. 한국 엘리트 체육 발전을 위해 정책적으로 필요한 부분은.
“학교 체육이 다 무너졌다. 우선 학교 체육을 활성화해야 한다. 일단은 뛰어놀게 하면서 재미를 느끼고 엘리트 체육으로 자연스럽게 올라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과거에 비해 학생들의 체격은 상당히 좋은데 체력은 안 좋아졌다. 고열량 음식을 섭취하지만 이를 발산할 여건은 유럽 국가보다 부족하다.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고 에너지를 발산할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한국체대 학생들도 졸업 후의 진로에 대한 고민이 많을 거 같다.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다. 우리 대학이 운동만 한다고 알고 있는데 아니다. 오전 9시부터 정오까지는 무조건 수업을 한다. 실업팀에 가기도 하지만 전문 지도자 자격증을 따서 지도자로 나가는 경우도 많다. 올림픽 3관왕인 임시현 선수도 만나면 졸업 후에 뭘 하고 싶은지 물어본다. 원하는 쪽으로 길을 열어주는 것도 지도자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엘리트 체육이 생활 체육 쪽으로 스며들면 좋은데 환경이 열악한 편이다. 임시직으로 1년 정도 채용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유럽이나 일본은 서로 스카우트해가려고 하는데 한국은 엘리트 체육인이 나와서 할 수 있는 무대가 아직은 좁은 편이다.”
정리=이누리 기자 nur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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