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아이] 설리번이 베이징으로 온 진짜 까닭은
마오쩌둥 : “나는 우파가 집권했을 때를 더 좋아합니다.”
리처드 닉슨 : “미국에서는 좌파가 말만 하는 것을 우파가 행동으로 하지요.”
1972년 2월 미·중 첫 정상회담 대화록이다. 마오의 베이징 관저 국향서옥(菊香書屋)에서 이뤄졌다. 1990년대 비밀 해제로 알려졌다. 마오의 어록은 중국의 지침이 됐다. 다만 격렬한 미·중 전략경쟁 속에서 60일 남은 미국 대선을 보는 중국의 심정은 복잡하다. “트럼프와 해리스가 중국에는 두 잔의 독배”라는 표현까지 나왔다.
지난달 27~29일 제이크 설리번(48)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베이징 방문이 화제다. 많은 해석이 쏟아졌다. 중국중앙방송(CC-TV)이 SNS 계정 위위안탄톈(玉淵譚天)에 중국의 속내를 내비쳤다. CC-TV는 키워드 ‘전략적 인식 최우선’ ‘회담장 옌치후(雁栖湖)’ ‘드문 군사 회견’ ‘두 번째 2라운드’로 설리번의 베이징 50시간을 재구성했다. 네 번째 키워드를 공항에서 서로 레드라인을 밟은 채 악수하는 양타오(楊濤) 북미국장과 설리번의 사진으로 시작했다. 이어 “바이든 정부의 임기가 곧 끝나는데, 성사된 사안이 (대선이 끝나는) 3개월 뒤에도 유효할까”라고 물었다.
답안도 제시했다. 무역 실무그룹 2차 차관급 회의, 2차 인공지능 대화, 존 포데스타 기후특사 방중 등 세 가지 ‘제2라운드’를 제시했다. 끝으로 “이러한 불변(不變)이 중·미 관계를 견인해 건강하고 안정적인 발전궤도로 되돌리도록 도울 것”이라고 했다. ‘불변’은 민주·공화당 행정부 교체를 원치 않는 중국의 속내로 읽힌다. 옌치후 회담장의 꽃도 눈길을 끌었다. 희고 큰 꽃잎이 인상적인 스파티필룸(Spathiphyllum)을 놓았다. 꽃말은 순수함과 평화. 중국에선 순풍을 탄 배처럼 순조로운 ‘일범순풍(一帆風順)’을 뜻한다. 민주당 후보를 돕기 위해 멀리 온 설리번에게 보내는 중국의 대답인 셈이다.
그렇다고 노회한 중국이 ‘올인’하지는 않았다. 트럼프 집권 당시 워싱턴에 근무했던 추이톈카이(崔天凱) 전 대사의 미국 파견을 추진했지만 성사되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지난 2016년 대선 기간 마이클 플린 안보보좌관 내정자가 러시아 대사를 만났다가 탄핵 위기까지 몰렸던 러시아 게이트의 학습효과다.
양자 외교에서 발표 자료는 대내용 선전에 불과하다는 게 외교가 속설이다. 설리번의 베이징 50시간이 미 대선 직전 선거 판세를 뒤흔들 ‘옥토버 서프라이즈’(10월에 터지는 대형 변수)까지 막아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신경진 베이징 총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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