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배의 뉴스터치]파벨 두로프의 '자유'
지난달 24일 프랑스에서 체포된 텔레그램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파벨 두로프(39·사진)가 일단 석방됐지만, 출국금지 상태에서 계속 수사를 받아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그에게 적용된 혐의는 텔레그램을 통한 아동 성착취물 유포와 마약 거래 방조 등이다. 과연 이런 방조 혐의가 성립하는가도 논란이다.
옛 소련 태생인 두로프는 2006년 러시아에서 프콘탁테(VK)라는 메신저 서비스를 시작했다. 인기를 끌었지만, 러시아 당국의 가입자 정보 제공 요구에 직면했다. 이를 거부한 두로프는 2013년 독일로 망명했고, 이후 텔레그램 서비스를 시작했다.
텔레그램은 보안성을 내세워 이용자를 늘려갔다. 하지만 보안성과 범죄 악용 우려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 두로프는 2016년 CNN과의 인터뷰에서 “모든 사람에게 메시징 기술을 안전하게 제공하면서 테러리스트들만 예외로 할 수 없다. 그것은 안전하거나 아니면 안전하지 않은 것이다”라고 말했다.
러시아를 떠난 두로프는 프랑스와 아랍에미리트의 시민권을 취득했다. 하지만 자신이 선택한 나라에서 발이 묶였다. 두로프는 평소 자유의 가치를 내세웠다. 2018년 인스타그램에 "진정으로 자유로워지려면 자유를 위해 모든 것을 걸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는 글도 올렸다.
검열 받지 않는 표현의 자유는 중요한 가치다. 하지만 인공지능(AI) 딥페이크가 쉽게 제작되는 상황에서 각국 정부가 두로프의 ‘자유’를 계속 허용할 것 같지는 않다. 그는 텔레그램 사업으로 20조원 이상으로 추정되는 부를 얻었다. 9억 명이 쓰는 메신저 회사 총수의 책임은 과연 어디까지인가.
김원배 논설위원 oneb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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