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영의 마켓 나우] 일본 전문가가 던진 연금문제의 해법
일본은 65세 이상 노령인구 비중이 세계 1위다. 2045년 이후에는 우리나라가 일본을 앞지를 전망이다. 일본의 오늘에는 우리의 내일을 위해 참조할 만한 것들이 있다. 일본 퇴직연금 전문가를 초대해 강의를 들었다. 하타 조우지(秦穣治) DC형 연금조사홍보연구소 이사는 30년 은행 근무에 이어 기업체에서 퇴직연금 실무를 경험한 전문가다. 그의 해법을 공유할 필요가 있다.
일본 노인들 사이에서 ‘WPP(Work, Private Pension, Public Pension: 일, 사적연금, 공적연금)’가 유행이다. 부족한 공적연금과 퇴직연금·개인연금을 배경으로 자산의 수명을 늘리는 생존 전략이다. 70세 은퇴는 기본이다. 가능하면 75세까지 일하며 연금자산을 전액 운용하고 근로소득만으로 생활한다. 은퇴가 불가피해지면 연금을 정률방식(예를 들어 연 8%)으로 인출하면서 가능한 자산을 보존하고 83세 이후에 정액인출(예를 들어 월 100만원)로 바꿔서 자산을 다 쓴다는 전략이다.
하타 이사는 “숫자와 실제의 간극이 결코 작지 않다”며 극심한 고령화로 일본 연금시스템이 붕괴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여성의 사회 진출이 경제성장에 기여해 한동안 연금시스템이 유지됐지만 이마저도 약발이 다해 이제는 공적연금·퇴직연금이 제 역할을 못 하는 실정이다. 하타 이사는 또한 치매 노인 급증이 연금시스템에 미치는 악영향이 사회문제라고 밝혔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일본은 노인 치매환자가 2025년 약 700만 명 전후로, 65세 이상 노인의 약 5명 중 1명으로 추정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22년 현재 65세 이상 노인 10명 중 1명이 치매노인이다. 하타 이사는 요즘 일본 사회에서 치매 노인의 연금과 자산을 어떻게 지키고 사용할 것인지가 논란이라고 지적했다. 치매 노인의 의사 확인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는 이런 상황에 대비하는 금융회사의 역할을 강조했다.
‘고령화 저성장’이라는 거센 파도의 영향이 우리의 상상을 초월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밀려온다. 연금시스템의 지속성을 위해서는 연금 관련 제도개혁만으로 부족하다.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을 위한 경제적·사회적 구조개혁이 병행돼야 한다.
한·일 양국 퇴직연금의 근본적인 문제점 중 하나는 무관심이다. 가입자에게 메일도 보내고 휴대폰 앱 이용을 권하지만, 무관심을 극복할 효과적인 교육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하타 이사는 성인에게 교육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면서 정규 교육과정에 연금 관련 내용을 넣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77세 나이에도 열정적으로 강의한 하타 이사는 한국을 떠나며 마지막 말을 남겼다. “일본과 같은 전철을 밟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민주영 신영증권 연금사업부 이사·경영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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