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경의 돈의 세계] 국장 유감
2022년 제16호 태풍 노루가 왔다. 주식시장의 비이성적 주가 움직임을 비꼬기 위해 노루페인트 주식을 사란 얘기가 돌았다. 국내 주식 시장이 실적과 무관하다는 말은 수급이 꼬인 요즘 공공연한 사실이 되고 있다. MZ세대 5명 중 4명은 국내 주식시장에 부정적이다. 수익이 안 나니 국민연금도 해외로 간다. 우리 주식시장이 불신의 대상이 된 것은 주주가치를 제대로 인정하지 않는 기업행태와 관련이 크다.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올리버 하트 교수는 기업이 수익성만 우선시하는 것은 잘못이라 했다. 기업이 시장가치보다 주주가치를 우선시할 때 사회 전체 이익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그의 말대로 주주가 배당 외에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에 관심을 갖고 행동하면 좋겠다. 하트 교수의 말은 배당에 관심이 높은 주주에게는 이상적으로 들린다. 물론 배당이 능사는 아니고 기업 발전을 위한 연구개발(R&D) 투자도 중요하다.
세계 반도체 1위 기업 엔비디아가 지난주 실적 발표에서 500억 달러 규모의 자사주 매입 계획을 내세웠다. 현대자동차 시가총액에 준하는 놀랄 수준이다. 애플의 견조한 주가 흐름은 자사주 매입·소각과 관련이 깊다. 우리나라에서도 메리츠금융이 자사주 매입과 전액 소각으로 주주를 기분 좋게 했다. 국내 기업 대부분이 경영권 강화 수단으로 활용할 자사주의 소각에 소극적이다. 자사주를 인수합병(M&A)이나 제3자 양도에 활용하는 것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요인이다.
한국 주식시장이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신규 상장(IPO)에 후한 반면 한계 기업 퇴출에는 인색한 것도 한 원인이다. 주주 돈을 쌈짓돈으로 아는 기업 행태에 정부가 회초리를 들어야 한다. 느닷없는 유상증자(제3자유증 포함)와 할인 블록딜 발표, 빈도 높은 전환사채 발행, 쪼개기 상장(물적 분할)으로 주주들은 지쳐간다. ‘국장(국내 증시)’에 손님이 줄어 한산해져 걱정이다.
조원경 UNIST 교수·글로벌 산학협력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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