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려고 감독 바꿨나
홍명보 감독으로 사령탑을 교체한 축구대표팀이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위한 첫 경기에서 졸전 끝에 무승부를 기록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3위 한국은 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팔레스타인과의 2026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B조 1차전에서 시종일관 답답한 흐름을 벗지 못한 채 고전하다 0-0으로 비겼다. 팔레스타인은 FIFA 랭킹 96위로 한국보다 73계단이나 낮은 B조 최약체다. 한국과 팔레스타인이 A매치에서 맞붙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은 근래 들어 FIFA 랭킹이 한참 낮은 아시아 약체를 만나 쩔쩔매는 모습을 자주 보이고 있다. 지난 2월 카타르 아시안컵 조별리그에서 말레이시아(134위)와 3-3으로 비긴 게 시발점이었다. 같은 대회에서 요르단(68위)에 1무1패(조별리그·준결승)하며 4강에서 탈락했다. 3월에는 월드컵 2차 예선에서 태국(101위)과 1-1로 비겨 또 한 번 자존심을 구겼다. 팔레스타인전 무승부는 이와 같은 흐름의 연장선상에 있다.
이라크·요르단·오만·팔레스타인·쿠웨이트와 한 조에 속한 한국은 3차 예선에서 조 2위 안에 들면 월드컵 본선행 티켓을 따낸다. 이날 팔레스타인전은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향한 본격적인 도전의 출발점이었는데, 무승부라는 결과 못지 않게 경기 내용에서도 상대를 압도하지 못하며 불안감을 더했다.
지난 2014년 브라질월드컵 본선 이후 10년 3개월 만에 대표팀 지휘봉을 다시 잡은 홍명보 감독은 복귀전 승리를 놓치며 또 한 번 거센 비난 여론의 중심에 섰다. 지난 7월 대한축구협회가 전력강화위원회 논의 과정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감독 선임을 발표한 이후 팬들은 홍 감독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날 경기에 앞서 선수단 소개 때 장내 아나운서가 홍 감독의 이름을 호명하자, 6만여 관중이 일제히 야유를 쏟아냈다. 경기 도중에도 전광판에 홍 감독의 얼굴이 비칠 때마다 ‘우~’하는 야유가 그라운드 주변을 감쌌다. 추후 홍명보호는 상대 팀뿐 아니라 홈 팬들의 냉랭한 시선과도 싸워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한국은 경기 내내 팔레스타인의 극단적인 밀집 수비에 고전했다. 왼쪽에 ‘캡틴’ 손흥민(토트넘), 오른쪽에 ‘차세대 에이스’ 이강인(파리생제르맹) 원톱 스트라이커에 주민규(울산) 등 최정예 공격 라인업을 가동하고도 좀처럼 상대 골문을 열어젖히지 못했다. 오히려 상대에 세트피스 찬스를 내주는 등 여러 차례 위기를 맞았다. 전반 22분 프리킥 수비 상황에선 팔레스타인이 한국 골 망을 흔들었으나, 오프사이드 판정을 받아 취소되며 가슴을 쓸어 내렸다.
후반 흐름은 한국이 압도했다. 오세훈(마치다)과 황희찬(울버햄프턴) 등 공격 자원들을 줄줄이 교체 투입한 전략이 맞아 떨어졌다. 홍명보호는 80%에 가까운 볼 점유율을 유지하며 16개의 슈팅을 몰아쳤지만, 사실상 전원 수비로 막아선 팔레스타인의 저지선을 끝내 뚫지 못했다. 경기 종료 직후 양 팀 분위기는 극명하게 엇갈렸다. 한국 선수들이 그라운드에 주저 앉아 허탈해하는 동안 팔레스타인 선수들은 마치 승리한 것처럼 서로를 안아주며 환호했다.
이날 128번째 A매치를 치른 손흥민은 전 국가대표 수비수 이영표(127경기)를 제치고 한국 남자 선수 A매치 최다 출전 부문 단독 4위로 올라섰다. 대표팀은 하루 휴식을 취한 뒤 7일 오만(76위)과의 2차전을 치르기 위해 출국한다. 오만전은 한국시간으로 10일 오후 11시 오만 무스카트의 술탄 카부스 스타디움에서 열린다.
한편 일본은 같은 날 일본 사이타마의 사이타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중국과의 조별리그 C조 1차전에서 7-0 대승을 거두며 쾌조의 출발을 했다.
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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