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전] '6만 홈팬 야유' 받은 홍명보 "쉽지 않지만, 팬들 마음도 충분히 이해…견뎌내겠다"

김희준 기자 2024. 9. 5. 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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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 대한민국 남자 축구대표팀 감독. 서형권 기자

[풋볼리스트] 김희준 기자= 홍명보 감독이 한국 축구팬들의 부정적인 반응을 감내하고 승리를 선사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남자 축구대표팀은 5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B조 1차전을 치러 팔레스타인과 0-0 무승부를 거뒀다.


이날 한국은 최정예 멤버를 끌고 나왔다. 주민규가 최전방에 위치했고 손흥민, 이재성, 이강인이 공격을 지원했다. 황인범과 정우영이 중원을 구성했고 설영우, 김영권, 김민재, 황문기가 수비라인을 구축했으며 조현우가 골키퍼 장갑을 꼈다. 대표팀 선발 데뷔전을 치르는 황문기를 제외하면 모두가 쉬이 예상할 수 있는 선발 명단이었다.


그러나 홍명보호는 경기 내내 전술이 없는 모습으로 일관했다. 정우영을 센터백 사이로 내려 서는 '라볼피아나'를 구사했으나 제대로 기능하지 않고 오히려 중원 공백을 만드는 모양새가 됐다. 선수 개인 기량을 바탕으로 한 부분 전술은 이따금 팔레스타인 수비를 허물었으나 이것이 득점까지 이어지기에는 부족함이 있었다.


자신의 대표팀 복귀전에서 굴욕을 맛봤다. 홍 감독은 해외파가 많은 대표팀에 충분한 휴식을 부여하며 컨디션을 최상으로 끌어올리려 애썼다. 그러나 그러한 전략이 오히려 자신이 추구하는 전술을 제대로 입힐 시간을 없애는 결과를 낳았다. 팔레스타인의 전술은 마크람 다부브 감독 부임 이래 명확한 선수비 후역습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보다 세밀하게 팔레스타인 선수들을 끌어낼 전술이 필요했다. 이날 이강인과 황인범 등 일부 선수들의 개인 기량에 의한 전술적 움직임을 제외하면 팔레스타인 수비를 흔들 만한 결정적 장면은 거의 나오지 않았다.


홍명보 대한민국 남자 축구대표팀 감독. 서형권 기자

홍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3차 예선 첫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지 못한 점에 대해서 죄송하게 생각한다. 첫 단추를 잘 꿰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며 "경기를 봤을 때 선수들은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전반과 후반이 다른 양상이었다. 전반은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좋지 않았다. 후반에는 조금 더 개선이 됐는데, 득점 기회가 있었지만 살리지 못한 게 아쉽다. 이 문제는 계속될 수 있는데 전반에는 반대 전환과 전진하는 패스 스피드가 빨랐어야 하지만 상대가 내려선 점을 공략하고, 득점하는 방법이 가장 좋았는데 전반엔 그러지 못했다"는 총평을 남겼다.


홍 감독은 11년 전에도, 지금도 데뷔전에서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11년 전에는 5경기째에야 승리를 거머쥘 수 있었다. 그때와 같은 흐름으로 간다면 자칫 한국의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먹구름이 낄 수도 있다.


홍 감독은 이와 관련해 "오늘 우리가 전체적인 피지컬 파트에서 계획한 게 있었지만 득점이 나오지 않았다. 그 부분을 제일 중요하게 생각해서 남은 4일 동안 준비를 하겠다. 전술적으로도 원정 경기고 어떤 식으로 준비해야 할 건지에 대해서는 내일부터 다시 준비하겠다. 가장 좋은 건 선수들의 컨디셔닝이라 생각한다. 특히 유럽 선수들은 바로 경기를 치러 체력 부담이 있다. 다음 경기 선수 선발을 결정해야 할 것 같다"며 선수 상태를 고려해 선발 명단을 구성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대한축구협회 비판 걸개를 내걸은 한국 축구팬들. 윤효용 기자

이번 경기 결과로 홍 감독을 둘러싼 압박도 더욱 강해질 수밖에 없다. 이날 경기장을 찾은 관중들은 홍 감독이 전광판에 모습을 드러낼 때마다 거친 야유를 쏟아냈다. 경기 전과 중간중간 '정몽규 나가' 등 대한축구협회를 향한 날선 비난도 터져나왔다. 홍 감독이 자신만의 색깔로 팔레스타인을 잡아냈다면 분위기를 조금 더 좋은 방향으로 끌고 나올 수 있었으나 결국 무승부로 경기를 마무리하며 자존심을 구겼다.


홍 감독은 관중들의 부정적인 반응에 대해 "아무래도 그런 장면들이 내게 쉽지는 않았다. 하지만 팬들의 마음도 충분히 이해한다. 그건 내가 앞으로 견뎌나가야 할 거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번 경기 가장 좋은 모습을 보인 이강인 활용법에 대해서는 "오늘 전반과 후반에 전술적으로 변화를 줬다. 거기서 창의적인 패스가 몇 번 나왔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준비한 과정이었다. 물론 전체적으로 있는 선수들을 활용하는 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강인이나 손흥민, 황희찬을 활용하는 건 굉장히 중요하고, 앞으로도 중요할 것이다. 그걸 어떤 식으로 더 좋게 활용할 수 있을지는 코칭스태프의 숙제다. 방법을 찾을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사진=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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