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위와 무승부 '망신 축구'…홍명보 호명에 야유 쏟아졌다

피주영 2024. 9. 5.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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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의 밀집 수비에 막혀 골을 터뜨리지 못한 손흥민. 김종호 기자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도전하는 홍명보호가 데뷔전에서 답답한 경기력 끝에 무승부를 거뒀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B조 1차전에서 팔레스타인과 0-0으로 비겼다. 팔레스타인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96위로 한국(23위)보다 73계단이나 낮은 약팀이다. 한국과 팔레스타인은 이번이 첫 A매치 대결이었다.

특히 한국은 지난 2월 카타르 아시안컵 조별리그에서 말레이시아(134위)와 3-3, 같은 대회에서 요르단(68위)에 1무1패(조별리그·준결승), 3월 월드컵 2차 예선에서 태국(101위)과 1-1 등 최근 FIFA 랭킹이 한참 낮은 아시아 약체 팀에 쩔쩔매는 모습을 자주 보였는데, 이날도 시원한 승리를 거두지 못하며 징크스를 이어갔다.

이날 팔레스타인은 사실상 전원 수비 전술을 펼쳤다. 연합뉴스

이라크·요르단·오만·팔레스타인·쿠웨이트와 한 조에 속한 한국은 3차 예선에서 조 2위 안에 들면 월드컵 본선행 티켓을 따낸다. 이날 팔레스타인전은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향한 본격적인 도전의 시작점이었는데, 이기지 못하면서 불안한 출발을 했다. 1986년 멕시코 대회부터 한 번도 빼놓지 않고 월드컵 본선 무대에 오른 한국은 북중미 대회 본선에도 진출하면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 기록을 11회로 연장한다. 한국은 이 부문 아시아 최다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10년 3개월 만에 대표팀 지휘봉을 다시 잡은 홍 감독은 복귀전 승리를 놓치면서 비판 여론은 거세질 전망이다.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 한국을 이끈 홍 감독은 1무 2패로 조별리그 탈락한 뒤 물러났다. 지난 7월 대한축구협회가 전력강화위원회 추천 과정 없이 일방적으로 감독 선임을 발표하자, 홍 감독에 대한 팬들의 시선은 여전히 곱지 않았다. 이날 경기에 앞서 선수단 소개 때 장내 아나운서가 홍 감독의 이름을 호명하자, 6만여 관중은 일제히 야유를 쏟아냈다. 홍 감독은 표정 변화 없이 벤치 앉지 않고 서서 경기를 지휘했다.

한국은 팔레스타인의 극단적인 밀집 수비에 고전했다. 홍 감독은 왼쪽 공격에 '캡틴' 손흥민(토트넘), 오른쪽에 '차세대 에이스' 이강인(파리생제르맹) 그리고 원톱 스트라이커에 주민규(울산) 등 최정예 멤버를 내세웠지만, 좀처럼 상대 골문을 열어 젖히지 못했다. 오히려 한국은 팔레스타인에 세트피스 찬스를 내주는 등 몇 차례 위기를 맞기도 했다. 전반 22분 프리킥 상황에선 팔레스타인이 한국 골망을 흔들었으나, 슈팅 기회로 이어진 헤딩 패스를 한 세얌이 오프사이드 위치에 있었던 거로 판정돼 골이 취소됐다.

복귀전에서 승리하는 데 실패한 홍명보 감독. 김종호 기자

후반전은 한국이 압도했다. 홍 감독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주민규를 빼고 오세훈(마치다)을 투입한 데 이어 후반 13분 이재성 대신 황희찬(울버햄프턴)까지 투입하며 공격을 강화했다. 홍명보호는 80%에 가까운 볼 점유율을 유지하며 15개의 슈팅을 몰아쳤지만, 사실상 전원 수비 전술로 버틴 팔레스타인을 끝내 뚫지 못했다. 팔레스타인 선수들은 이스라엘과 하마스(팔레스타인 이슬람 무장 세력) 전쟁으로 화염에 휩싸인 조국에 기쁨을 안기겠다는 각오로 육탄 방어도 불사했다.

경기 무승부로 끝나자, 팔레스타인 대표팀은 마치 승리라도 한 듯 기뻐하며 한국 관중석을 배경으로 기념 사진을 찍었다. 이후 일부 선수들은 한국 선수들과 함께 경기장을 돌며 한국 팬들에게 손 흔들며 인사하는 여유를 보였다.

이날 128번째 A매치를 치른 손흥민은 전 국가대표 수비수 이영표(127경기)를 제치고 한국 남자 선수 A매치 최다 출전 부문 단독 4위로 올라섰다. 대한축구협회에 따르면 손흥민보다 많은 A매치를 뛴 선수는 차범근 전 대표팀 감독, 홍명보(이상 136경기) 감독, 이운재(133경기) 전 전북 현대 코치까지 3명 뿐이다. 대표팀은 하루 휴식을 취한 뒤 7일 오만(76위)과의 2차전을 치르기 위해 출국한다. 오만전은 한국시간으로 10일 오후 11시 오만 무스카트의 술탄 카부스 스타디움에서 열린다.

한편 한편 일본은 같은 날 일본 사이타마의 사이타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중국과의 조별리그 C조 1차전에서 7-0 대승을 거두며 쾌조의 출발을 했다.

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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