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자 170개 일괄" 탕비실 간식 중고거래…회사 "엄중 조치"

판교 소재 대기업 직원 추정 인물이 판매
사측 "회사간식 중고 판매 엄격히 금지" 공지

대기업 직원으로 추정되는 이가 회사 탕비실에 비치된 간식을 중고거래로 판매하다 적발돼 회사 측이 조치에 나섰다.

5일 온라인 커뮤니티와 조선비즈 등에 따르면 최근 A 회사 내부 게시판에는 이른바 '당근러(당근마켓 등과 같은 중고거래 플랫폼 이용자)'를 징계 처리해달라는 글이 올라왔다. 이 회사 직원으로 추정되는 판매자는 '과자모음♥ 170개 일괄'이라는 제목의 게시물에 판매하는 과자, 사탕 등 간식을 모은 사진을 함께 올렸다. 판매자는 판매 상품에 대해 '8장으로 나눠서 찍었어야 할 만큼 많은 양'이라며 '다른 곳에도 판매 글 써 놓아서, 선입금 순으로 판매한다. 가격 내림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부 미개봉 새것'이라며 170개의 유통기한을 간략하게 밝히면서 '하나에 110원꼴로 정말 저렴하다'고 강조했다.

판교 소재 A 기업에 다니는 직원이 올린 것으로 추정되는 간식 중고거래 게시물[이미지출처=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작성자가 글을 올린 위치는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으로 나와 있었다. A 회사는 판교에 사옥이 있어, 글 작성자는 회사 인근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입금 확인 후 물건을 문고리에 걸어두겠다'라고도 했다. 과거 이 작성자는 '카누 아메리카노 180개 일괄 판매', '맥심커피 믹스 170개+아이스티 30개 일괄 판매' 등의 글도 올린 적이 있다. 그가 판매한 물건을 구매한 이들은 '잘 먹었다' 등의 후기를 올리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작성자의 판매 내역은 모두 삭제된 상태다.

논란이 일자 A 회사는 최근 '캔틴(Canteen) 간식 이용 에티켓'이라는 공지문을 게시했다. 해당 공지에서 회사는 "회사 간식은 직원 복지 차원에서 제공되는 혜택"이라면서 "개인적 이익을 위한 중고 판매는 엄격히 금지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만약 회사 간식이 중고 사이트에서 판매되는 것이 발견되면 해당 직원은 회사 규정에 따라 엄중한 조치를 받게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지난 1월에는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직원이 탕비실 음식을 얼마나 먹든 관여 안 하는 게 맞냐'는 제목의 사연이 등장한 적이 있다. 글 작성자는 "막내 직원이 탕비실 음식으로 하루 삼시세끼를 해결하는 정도"라며 "아침에 출근해 커피로 아이스아메리카노, 오뜨나 몽쉘 같은 빵 과자 2개를 먹고 오후에는 식사 후 맥심 커피믹스 3개로 아이스커피와 동시에 쌀과자 2개를 먹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직장생활 하면서 이렇게까지 많이 먹는 사람 처음 본다"며 "그냥 내버려 두는 게 맞냐"고 조언을 구했다.

이에 대해 일부 누리꾼들은 "그 정도 간식은 먹을 수 있는 거 아닌가?","먹는 것 가지고 뭐라 하지 마라"는 등 막내 직원을 두둔했지만, 다른 누리꾼들은 "보이는 게 저 정도면 훨씬 더 많이 먹는 거다", "바늘 도둑이 소도둑 된다", "저렇게 먹다가 결국 탕비실에 비치된 과자나 음료를 집으로 가져갈 수도 있다" 등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탕비실 간식 등 회사 소유의 물품을 임의로 가져가는 경우 비품을 관리하는 직원이라면 업무상 횡령죄에 해당하고, 일반 직원이라면 절도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