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그 위력에 놀랐다...K-방산 : New Dream
폴란드 비롯 동유럽 무기 수주 물밀듯
지난 8월 15일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에서 열린 ‘국군의 날’ 기념 군사 퍼레이드. 이날 행사에서 단연 눈길을 끈 것은 한국 방산 무기였다. 폴란드군이 자랑하는 주요 무기 7종을 선보인 행진에서 가장 먼저 등장한 것은 다연장로켓(MLRS) ‘호마르K’. K방산 대표 주자인 천무를 폴란드 정부 요구사항에 맞게 개조해 지난해 납품한 무기다. 미국에서 생산된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보다 앞서 소개되며 관중의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이어 한국산 무기인 K2 전차까지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K2 전차는 폴란드군이 세대교체를 추진하는 차세대 기갑부대의 주력 무기다. 폴란드군이 선보인 주요 무기 7종 중 3종이 한국산. 그만큼 K방산 위상이 높아졌다는 의미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이후 지정학 리스크가 커지면서 한국 방산 무기 몸값이 치솟고 있다. 오랜 기간 미국, 유럽산 무기에 밀려 찬밥 신세였지만 최근 분위기가 180도 달라졌다. 신속하게 무기를 생산, 납품하는 데다 가격 경쟁력도 높은 덕분에 K방산 인기가 치솟으면서 수주가 날개를 달았다. 소위 ‘K방산 르네상스’가 성큼 다가왔다.
올해 한국 방산업체들의 수출 예상 규모다. 2020년까지만 해도 30억달러 수준에 그쳤던 방산 수출은 2021년 73억달러로 두 배 이상 늘었다. 2022년에는 173억달러로 커졌고 지난해부터 동유럽, 중동, 중남미 무기 수출이 늘면서 상승 곡선이 가팔라졌다. 방산 수출 대상 국가도 2022년 4국에서 지난해 12국으로 늘었는데 올해는 15국 이상 수출이 목표다.
일례로 폴란드 정부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천무 288대와 K9 자주포 672문, 현대로템의 K2 전차 1000대를 도입하는 계약을 맺고 순차적으로 한국산 무기를 들여오고 있다. 폴란드 정부가 K방산 무기 체계를 대거 도입한 것은 군 현대화와 함께 최신 무기 도입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폴란드 무기 수주는 K방산의 유럽 시장 첫 진출뿐 아니라 동유럽 시장을 개척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동유럽 국가들은 잇따라 국방력을 강화하는 분위기다. 폴란드 인접국인 루마니아까지 한국산 무기 도입 계약을 맺은 것도 이 때문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최근 루마니아 국방부와 K9 자주포 등 1조3000억원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K방산 수주가 늘면서 실적도 날개를 달았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 현대로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LIG넥스원 등 국내 주요 방산업체 5곳은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이 9000억원을 돌파했다. 연간 기준으로는 사상 최초로 영업이익 2조원 돌파를 기대하는 모습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올해 매출 추정치(컨센서스)는 11조2000억원으로 지난해(9조3000억원) 대비 2조원가량 늘어날 전망이다. 상반기 영업이익도 전년 동기 대비 32% 증가한 3962억원에 달해 연간 기준 최초로 1조원을 넘길 것으로 기대된다. 사상 최대 실적을 내면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최근 직원들에게 1인당 최대 500만원의 장려금을 지급했다. 전투기를 주로 만드는 한국항공우주산업의 경우 올 상반기에만 전년 동기 대비 340% 증가한 1223억원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유례없는 호황을 맞다 보니 주요 방산 기업 공장은 밤낮없이 생산라인이 돌아간다.
현대로템 방산부문 공장 가동률은 올 상반기 기준 107.5%로 지난해 말(102.9%)보다 급증했다. 생산능력을 웃돌 정도로 공장을 풀가동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내수는 물론 폴란드 등 주요국에 납품할 K2 전차 물량의 납기 기한을 맞추기 위해서다. 현대로템은 2022년 폴란드 군비청과 맺은 K2 1000대 수출 계약 중 1차 납품 물량인 180대를 내년까지 모두 인도해야 한다.
방산업계 맏형 격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생산 속도를 끌어올리는 모습이다. 올 상반기 방산부문 가동률은 90%로 지난해 말(88.6%)보다 높아졌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폴란드와 최종 계약이 확정된 K9 자주포 212문 가운데 60문 이상을 올 상반기부터 생산해 연말까지 납품한다.
분위기가 좋다 보니 K방산 주가도 연일 상승세다.
현대로템 주가는 8월 28일 개장 직후 5만5800원까지 오르며 52주 최고가를 경신했다. 정동익 KB증권 애널리스트는 “글로벌 주요 방산주의 PBR(주가순자산비율)은 ROE(자기자본이익률)와 상관관계가 큰데 현대로템은 높은 ROE에도 불구하고 PBR이 주요 방산주 중 가장 저평가된 상태”라고 분석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가는 최근 30만원을 넘나들며 연초 대비 상승률이 130%에 달한다. 중거리 지대공 미사일인 천궁-Ⅱ 수주 기대로 LIG넥스원 주가도 같은 기간 56% 넘게 올랐다.
K방산 분위기가 그 어느 때보다 좋지만 아직까지 샴페인을 터뜨리기에는 이르다는 분석도 나온다.
동유럽, 중동 수출을 늘리기는 했지만 방산 선진국인 미국, 독일, 프랑스 등의 공세가 거세 추가 수주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지난 4월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유럽연합(EU) 의회 관계자 대상 연설에서 “유럽의 자주 국방을 위해 유럽산 군 장비를 더 많이 구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국은 최근 차기 자주포 도입 사업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K9 자주포 대신 독일의 차륜형 자주포를 택했다. 방산 선진국인 미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영국, 스페인 등 국가가 주도하는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는 수십 년간 회원국끼리 무기를 거래하는 관행을 유지해왔다는 점도 무시 못할 변수다.
아직까지 미국 등 방산 선진국 수출 성과도 미미하다. 특히 미국 수출은 일종의 ‘보증 수표’ 역할을 하는 만큼 세계 각국 시장 진출에 필수 조건이다. 미국은 세계 최대 방산국으로 전 세계 군비 지출의 39%를 차지하는 데다 연간 방산 시장 규모만 500조원을 넘는다.
그나마 LIG넥스원의 유도로켓 ‘비궁’이 최근 미국 국방부가 주관한 해외비교시험(FCT) 최종 평가를 통과하며 미국 시장 진출 기대가 커진 것은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동유럽, 중동 수주가 늘지만 세계 최대 방산 시장인 미국을 뚫어야만 K방산이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을 수 있다. 한미 상호군수조달협정(RDP MOU) 체결에 속도를 내 미국 수출에 힘써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김경민 기자 kim.kyungmi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75호 (2024.09.03~2024.09.1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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