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살=노처녀→똥차 남주?', 그럼에도 '김삼순'인 이유 (엑's 현장)[종합]

조혜진 기자 2024. 9. 5.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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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용산, 조혜진 기자) '내 이름은 김삼순'이 지금과는 맞지 않는 그 시절 시대상을 딛고 다시 태어났다. 작품은 여전히 회자되는 이유를 증명하며, 대중에게 위로를 전할 전망이다.

OTT 플랫폼 웨이브(Wavve)의 뉴클래식 프로젝트 첫 번째 작품인 다시 쓰는 '내 이름은 김삼순' 기자간담회가 5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 용산에서 진행됐다. 이날 자리에는 김윤철 감독을 비롯해 배우 김선아, 정려원이 참석, 오랜만에 한 자리에 모여 작품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MBC '내 이름은 김삼순'은 지난 2005년 방송돼 전 국민적 사랑을 받으며 '로코 레전드'로 불리는 작품이다. 김선아가 노처녀 취급을 받는 김삼순 역을, 현빈이 까칠한 재벌 남주인 현진헌 역을, 정려원이 현진헌의 전 연인 유희진 역을 맡아 활약했다.

2024년 버전 '내 이름은 김삼순'은 현 시청 트렌드를 반영해 기존 16부작 버전의 드라마를 60분 분량의 8부작으로 재구성했다. 또한, 화질과 음질 개선, 자막 제공 등 OTT 시리즈물 형태로 업그레이드해 최신작처럼 시청 편의성을 높인다는 설명이다.

김윤철 감독이 원작을 다시 한번 신작화한 부분도 흥미 포인트다. 김윤철 감독은 이번 프로젝트르 진행하면서 오리지널 16부작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8부작으로 축약하고, 당시에 통용됐던 대사와 행동, 소위 '클리셰'를 최대한 조심스럽게 편집했다는 조언. 또한 최근 시리즈의 트렌드처럼, 다음 회가 기대되는 '훅'이 있는 엔딩을 만들었다.

작품을 다시 보면서 든 감정에 대해 이날 김선아는 "굉장히 풋풋하더라. 사람이 참 그런게, 언니가 아파트 파는 게 나오는데, '저걸 왜 팔았지' 하게 되더라. 사람이 현실적일수밖에 없구나"라며 "언니 바보야"라고 능청스럽게 덧붙여 현장을 웃게 했다.

정려원은 "삼순이가 그때는 노처녀로 나왔다. 그때가 29살인데, 요즘 29살은 아기들이지 않나. 저(유희진)도 암 선고 받은 나이가 24살이었던 거다. 아무것도 모르는 애들 둘이서 치열하게 한 남자 두고 싸우고 있는 게 귀엽더라"고 남다른 감회를 밝혀 웃음을 더했다.

작품은 당시 시대 상황을 반영해, 김삼순이 30살임에도 '노처녀'인 설정이다. 이와 관련해 김선아는 "제가 김삼순 작품 했을 때 저도 30대였다. 제가 생각했을 때 서른은 20대나 10대가 바라봤을 때 어른 같았고, 인생의 삶이 약간 완성돼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특히 그 시절엔 더욱 그랬던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지나고 보면 서른은, 삶을 펼쳐나가는 데 있어 리허설을 하는 시점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지나고 봤을 때 보는 관점이 예전과 지금은 달라졌다. 삼순이가 나오면서 서른, 노처녀, 그런 틀을 깬 건 분명히 있는 것 같다. 그 힘이 아직까지 오고 있는 것 같다"며 "용기와 희망 드렸었기에 오늘의 이 자리가 있는 것 같다. 예전에 삼순이를 봤던 시점엔 내 대신 뭘 해주는 언니같은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나 같은데?, 내 친구 같은데? 이런 느낌이 많아졌을 거다. 공감에 있어서도 크게 어렵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김윤철 감독 역시 처음 리마스터링 제안을 받고 "왜?"라고 반문했다고. 그는 "2,30대가 여전히 보고 있다는 걸 몰랐다. 그래서 열심히 찾아보니 많이들 보시더라. 처음엔 좀 망설였다. 원작의 아우라를 8부작으로 살릴 수 있을까 두려움과 조심스러움이 컸다"면서도, "주변분들한테 물어보니 꼭 하라고 하더라. 너무 재밌을 것 같다고, 요즘 다 1.5배속으로 본다더라. 8부작으로 속도감 있게 재편집하면 재밌게 볼 수 있을 것 같다 용기를 얻어 하게 됐다"고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또한 남자 주인공 현진헌 역은 당시 재벌 2세, 백마 탄 왕자캐릭터로 당시 큰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김삼순과 유희진 사이 갈팡질팡하는 모습, 현재 시대상과 맞지 않는 태도나 화법 때문에 지금 다시 보면 '똥차'로 '재평가'받을 캐릭터라는 말이 나오기도. 

드라마는 당시의 시대상을 반영했지만, 이제는 많이 변화한 만큼 김윤철 감독 역시 "현진헌 캐릭터를 가장 고민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19년 전의 시대감각이라고 할까. 지금 2030이 갖고 있는 세대 감각에 비춰봤을 때 '볼 수 있을까?' 했다. 그땐 나쁜 남자, 백마 탄 왕자 여러 용어로 통용이 됐다. 그때 시청자분들은 용인해주셨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그는 "지금 눈높이에서 보면 제가 봐도 '너무하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현진헌 캐릭터가 갖고 있는 태도나 화법이 지금 시대감각과 맞지 않는다 생각했다. 최대한 이야기 서사를 방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컷이나 대사를 들어냈다"며 "보시는 분들 개개인마다 감수성이 다르니까 어떻게 받아들일지 두렵기도 하다"고 솔직한 걱정을 전했다.

다만, 19년의 세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매력적인 작품이라는 확신은 있다. 김윤철 감독은 "여전히 이 작품이 소구력이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19년 전이고, 김삼순처럼 일과 사랑에 능동적이고 강렬한 자아 갖고 있는 캐릭터는 이제 기본값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과연 이게 왜 여전히 호소력이 있을까 생각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김윤철 감독은 "제가 16부작을 19년 동안 한 번도 보지 않았다. (최근에 다시) 보고 나서, 2030 젊은 스태프들에게 물어봤다. 여전히 김삼순 캐릭터는 매력 있고 재밌고 닮고 싶다는 이야길 하더라. 8부작 끝나고 나서도 제가 느낀 지점은, 일과 사랑이 살면서 중요한 두 축인데 거기서 주체적으로 살아가기가 쉽지 않지 않나. 여전히 그런 지점에선 소구력이 있지 않을까, 그래서 여전히 좋아하시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그런 지점에서 힘든 분들에게 이 8부작 보면서 잠깐이나마 위안, 위로가 되셨으면 좋겠다"고 돌아온 '김삼순'을 통해 시청자들이 얻어 갔으면 하는 부분을 짚었다.

한편, '[감독판] 내 이름은 김삼순 2024 (4K)'는 6일 8부작 전편이 공개된다. '뉴클래식 프로젝트'를 통해 '내 이름은 김삼순'과 함께 '미안하다, 사랑한다'의 감독이 주요 스태프들과 함께 원작을 2024년 버전으로 신작화할 예정이다.

사진=고아라 기자, 웨이브

조혜진 기자 jinhyejo@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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