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간 日 은폐 ‘우키시마호 폭침’ 韓피해자 명부 일부 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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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명부 자료 19건 제공"
5일 외교부는 "그간 우키시마호 승선자 명부를 입수하기 위해 일본 정부와 교섭을 거친 결과 오늘 일본 측으로부터 승선자 명부 일부를 제공 받았다"며 "일본 측은 내부 조사를 마친 자료 19건을 우리 측에 우선 제공했으며, 여타 자료에 대해서도 내부조사가 완료되는 대로 제공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해당 명부를 피해자 구제와 우키시마호 사건의 진상 파악 등에 활용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외교부에 따르면 이날 전달된 자료 19건은 우키시마호 승선자 명부와 연관이 있다고 판단된 자료다. 구체적인 내용은 추가 분석이 필요하다고 한다. 모든 자료에 승선 인원이 일일이 나열된 것은 아니지만, 제공된 자료를 종합하면 폭침 당시 희생당한 한국인 희생자의 신상 정보와 규모 등을 파악할 수 있을 거란 기대가 나온다.
일본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이날 제공받은 자료는 해상자위대 지방부대인 오미나토 경비부가 작성한 승선자 명단 2부, 요코스카 지방 복원부가 작성한 조선인 승선자·조난자 명단 및 관련 보고 16부, 1945년 12월 일본 제2복원성이 작성한 조선인 사망자 명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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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생자 유족 위로금 재심의에 활용"
외교부는 이날 "'대일 항쟁기 강제동원 피해 조사 및 국외 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위원회' 심사 과정에서 근거 자료 부재 등으로 위로금 지급 신청을 기각·각하 당한 희생자 유족에 대한 위로금 지급 재심의 등에 동 명부를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정부는 강제동원 피해자 지원을 위해 2010년 국무총리실 산하에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 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위원회'를 한시적으로 설립했지만, 2015년 말 위원회 활동이 종료됐다. 위원회 폐지 후 행정안전부 과거사관련업무지원단이 업무를 넘겨받았다.
외교부는 이번에 넘겨받은 명부 자료를 기반으로 행안부 등 유관 기관과 피해자 지원과 관련한 협의를 시작할 계획이다. 현재 행안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에도 명부 조사를 위한 태스크포스(TF)가 구성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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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생자 규모 주장 엇갈려
우키시마호는 1945년 광복 직후 귀국하려는 재일 한국인들을 태우고 부산으로 향했던 일본 해군 수송선이다. 그러나 같은 해 8월 교토 마이즈루항에 기항하려다 선체 밑부분 폭발로 침몰했다.
앞서 일본 정부는 "우키시마호가 해저 기뢰를 건드려 폭침했다"며 "승선자 3700여명 중 한국인 희생자가 524명"이라고 발표했다. 반면 한국인 생환자와 유족은 "일본이 고의로 배를 폭파했다"며 "승선자가 7500명에서 8000명에 이르고, 이 중 한국인 희생자도 수천 명에 달한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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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다 방한 앞두고 '의도성' 지적도
이를 최근 한·일 관계 개선 흐름과 연관지어 보는 시각도 있다. 다만 오는 6일 기시다 총리의 방한을 하루 앞두고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 일본이 '물컵의 남은 반 잔'을 끝내 채우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명부 전달이 이뤄진 게 공교로운 측면이 있다는 지적이다. 국내적으로 관심이 높은 사도광산 노역의 강제성 인정, 강제징용 제3자 변제 해법 등에 대해선 일본이 아무런 양보를 하지 않으면서 이번 우키시마호 명부 공개로 비판 여론을 만회해보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되는 것이다.
실제 이번 명부 제공도 온전히 자발적으로 이뤄진 조치인지를 두고 이견이 존재할 여지가 있다. 일본 정부는 그간 승선자 명부가 우키시마호 침몰로 사라져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다 지난 5월 일본 언론인의 정보 공개 청구에 응하는 과정에서 일부 명부를 최초로 공개했다.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강제징용 사안에 있어 그간 미진했던 일본 측 호응 조치를 일정 부분 보완하는 차원이고, 그간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던 우키시마호 문제까지도 들여다보겠다는 점에선 긍정적"이라면서도 "다만 궁극적으로 과거사 문제 해결을 위한 본질을 건드리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일본이 우키시마호 승선 명부를 제공했지만 이 건에 대한 진상 규명 노력까지 나아갈 가능성은 작고, 설사 그렇다고 하더라도 기시다 내각 이후에도 노력이 지속될지는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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