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감성’으로 재탄생…8부작 된 ‘김삼순’ 이모저모
김예슬 2024. 9. 5. 17:49
국내 OTT 플랫폼 웨이브가 과거 인기작을 발굴해 새로이 탄생시킨다. 일명 ‘뉴 클래식 프로젝트’는 2000년대 대표 드라마를 6~8부작으로 재편집해 OTT 미니시리즈로 만드는 것을 골자로 한다. 감독과 음악·편집감독 등 원작의 주요 스태프들이 직접 제작에 참여했다. 첫 타자로 나선 건 방영 당시 최고 시청률 50%를 넘긴 MBC ‘내 이름은 김삼순’(2005, 이하 김삼순)이다. 오는 11월에는 KBS2 ‘미안하다 사랑한다’(2004)가 공개를 앞뒀다. 5일 서울 한강로동 CGV 용산아이파크몰점에서 배우 김선아, 정려원과 김윤철 감독은 시사 간담회를 열고 소회를 전했다.
16부작서 8부작으로…다시 만난 ‘김삼순’ 어땠나
이날 시사로 미리 본 ‘김삼순’은 주요 이야기 위주로 편집한 흔적이 도드라졌다. 극 중 김삼순(김선아)과 현진헌(현빈)의 첫 만남과 이들이 얽히고 계약 연애에 접어드는 과정이 신속하게 전개된다. 대한민국에 파티셰 열풍을 일으킨 신선한 직업 설정과 당대 인기를 끌었던 익숙한 돼지 인형이 반가움을 자아냈다. 다만 요즘 정서와 맞지 않는 부분도 눈에 띄었다. 극 중 남성 주인공이 여성 주인공의 손목을 낚아채거나 폭력성을 보이는 장면 등이 그렇다. 분량을 줄이다 보니 이야기가 끊기는 대목도 있었다. 반면 축약한 이야기가 보는 재미를 더하기도 했다. 기댈 곳은 ‘추억의 힘’이다. 보는 것만으로도 방영 당시 추억이 살아난다. 빠른 호흡으로 몰아보는 맛도 쏠쏠하다. 출연 배우들의 풋풋한 모습도 새롭다. 19년 전 시대상도 볼거리다.
“재조명 가치 충분” 웨이브, ‘김삼순’ 되살린 이유는
현장에 자리한 한정은 웨이브 마케팅 그룹장은 “책이나 영화는 개정판이 나오는 만큼 드라마도 OTT 시리즈로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쇼트폼이 대세가 된 만큼 60분짜리 16부작을 8부작으로 축소 편집했다. 화질은 원작 파일을 기반으로 인공지능(AI) 기술을 더해 4K 화질로 끌어올렸다. 대표 OST인 ‘쉬 이즈’는 현대적인 느낌을 가미하기 위해 이무진과 솔이 다시 불렀다. 이 일환으로 후속 프로젝트인 ‘미안하다 사랑한다’ OST ‘눈의 꽃’은 그룹 NCT 멤버 도영이 불렀다. OTT 콘텐츠인 만큼 자막 편의도 제공한다. 한 그룹장은 “신드롬급 인기를 끌었는지, 당시 있던 슈퍼 팬덤이 지금도 유효한지를 살피고 출연 배우와 감독님이 왕성하게 활동 중인지도 확인했다”면서 “2005년에는 김삼순이 서른 살 노처녀였지만 현재는 더 이상 노처녀가 아니고 자신의 이름을 건 베이커리까지 가진 유명 레스토랑 메인 파티셰다. 새롭게 재조명할 포인트가 있을 것”이라고 자부했다.
“일·사랑 다 잡은 김삼순, 2024년에도 통할 것”
이날 현장에 자리한 김선아와 정려원은 남다른 감회를 전했다. 김선아는 이 작품으로 대상까지 거머쥐었다. 정려원은 ‘김삼순’으로 첫 미니시리즈에 도전해 연기 인생에 날개를 달았다. 김선아는 “삼순이는 내 마음속 가장 오래된 친한 친구”라며 “대단한 명작에 출연한 게 새삼 영광이다”고 했다. 정려원은 “‘김삼순’은 기나긴 터널의 빛 같은 작품”이라며 “요즘 친구들에게도 이 감성이 통할지 궁금하다”며 잔뜩 기대했다. 김윤철 감독은 처음 제작 제안을 받고 왜 하냐는 반문부터 했다고 한다. 이야기가 지금도 소구될지 의문이었단다. 현진헌 캐릭터가 현시대 정서와 맞지 않는 것도 고민이었다. 이후 후반 작업을 통해 민감할 수 있는 장면은 최대한 들어내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8부작 편집을 마친 뒤에는 확신을 얻었다. 김 감독은 “삶의 중요한 두 축인 일과 사랑을 모두 잡은 김삼순이 요즘에도 호소력을 가지리라 믿는다”고 자부했다. 정려원은 “수동적이지 않은 신여성 캐릭터 시초인 김삼순을 보며 추억 여행을 하시길 바란다”고 염원했다.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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