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쭉날쭉 모의평가에 수험생들 혼란 “9월 물시험 성적은 버린다”

최민지, 서지원 2024. 9. 5.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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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9월 모의평가 시행일인 4일 오전 서울 양천구 신목고등학교 학생들이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4일 치러진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모의평가(모평) 난이도가 지난해 수능, 올해 6월 모평보다 쉬웠다는 분석이 나오며 수험생들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한 문제 틀려도 2등급”…변별력 저하에 쏟아진 불만


EBSi가 예상한 9월 모의평가 등급컷. EBSi 제공
5일 EBSi와 6개 입시기관이 내놓은 9월 모평 국어·수학 영역의 1등급 예상 컷은 모두 90점 이상(원점수 기준)이다. 국어 1등급 컷은 각각 96~98점 수준으로 예상했다. 지난 6월 모의고사 당시 예상 컷이 화법과 작문은 85~89점, 언어와매체는 83~86점에서 형성됐던 것과 대조적이다. 서울의 한 국어 교사는 “등급 컷이 96~98점이라는 얘기는 하나 틀리면 2등급이라는 의미”라며 “서울 주요 15개 대학 입학생끼리는 많아 봐야 한두 문제 차이로 학교 간판이 갈릴 정도로 변별력이 없었다는 뜻”이라고 했다.

수학 1등급 컷 역시 확률과 통계는 93~96점, 미적분은 92~93점, 기하는 93~95점 수준으로 전망했다. 지난 6월 모의고사 때는 모든 기관이 수학 1등급 선을 80점대로 예측했고, 그중 미적분은 79점(종로학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체감 난이도도 높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EBS가 모평 종료 후 인터넷 강의사이트인 EBSi에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 4480명 가운데 37.6%가 “(약간·매우) 쉬웠다”고 답했다. “보통”이라고 답한 응답자도 33.6%였다.

현장에서는 들쭉날쭉한 난이도에 불만을 쏟아냈다. 경기도의 한 수학 강사는 “평소 60~80점 나오던 학생 하나가 이번에 96점을 받았다”며 “이번 시험으로는 수능에 대한 어떠한 예측도 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평가원 홈페이지 모의평가 이의제기 게시판에 올라온 글. "성의 없이 문제를 출제한 위원들을 고소하겠다"는 내용. 홈페이지 캡쳐


수험생 커뮤니티에는 “이번 시험은 현실성이 없으니 무시하자는 게 정론이냐” “수험생들 단체로 하루 날렸다” “국어영역 독서와 문학 중 어디에 비중을 두려는지 가늠해보려 했는데 (평가원이) 대야로 물을 들이부어서 아무것도 달성하지 못했다” 등의 비판 글들이 올라왔다. 평가원 홈페이지에는 “시험 출제위원들을 직무유기로 고소하겠다”며 “1등급 컷이 96점 이상 나오는 국어 시험이 정상이냐”는 극단적인 반응도 나왔다.


난이도 딜레마에 빠진 평가원…“일관된 시그널 줘야”


EBS 수학 대표 강사인 심주석 인천하늘고 교사(오른쪽)가 4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9월 모의평가 수학영역 출제 경향을 설명하고 있다. 심 교사는 "9월 모평 수학 만점자가 1000명 정도 나울 수 있다"고 했다. 왼쪽은 윤윤구 한양대사대부고 교사. 연합뉴스
지난 시험에서 “불수능으로 사교육을 조장한다”는 비판을 들었던 평가원은 석 달 만에 “변별력 없는 출제기관”이라는 정반대 비판에 직면했다. 교육계에서는 “정책 변화와 학생들의 학력 저하가 맞물리며 난도 책정에 실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재진 대학미래연구소장은 “올해 3, 5, 7월 학력평가 영어 성적을 보면 시간이 갈수록 1등급 비율이 늘었던 기존 패턴과 달리 7.99%, 6.25%, 5.8%로 점점 줄어드는 양상을 보인다”며 “수능이 가까워올수록 공부 잘하는 고 3이 줄어들고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올해 고 3은 중 2였던 2020년부터 코로나19 유행으로 전면 원격수업을 들었던 세대다.

킬러문항 배제 등 정책 변화로 평가원 출제 기조가 흔들렸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평가원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지금의 평가원이 정부 뜻과 상관없이 독립적으로 수능을 출제할 수 있겠느냐”며 “교육부 간부였던 오승걸 평가원장이 취임한 것이 대표적 사례”라고 했다. 입학처장을 맡았던 한 대학 관계자는 “지난번 시험처럼 영어를 어렵게 냈다간, 지역인재전형 비율이 높은 지방 의대는 최저 등급을 못 맞춘 학생이 많아서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며 “평가원이 국가적 과제가 흔들릴 수 있다는 상황까지도 고려했을 것”이라고 했다.

평가원이 일관된 시그널(신호)을 수험생에게 주지 못하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이만기 유웨이 부사장은 “이번 시험 난도가 평이하게 나타날 경우 평가원은 난이도 책정 실패에 대한 비판을 받을 수 있다”며 “그렇다고 본 수능에서 평가원이 이번 시험의 기조를 뒤집어 어렵게 출제하면 수험생에게 더 큰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최민지·서지원 기자 choi.minji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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