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쭉날쭉 모의평가에 수험생들 혼란 “9월 물시험 성적은 버린다”
4일 치러진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모의평가(모평) 난이도가 지난해 수능, 올해 6월 모평보다 쉬웠다는 분석이 나오며 수험생들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한 문제 틀려도 2등급”…변별력 저하에 쏟아진 불만
수학 1등급 컷 역시 확률과 통계는 93~96점, 미적분은 92~93점, 기하는 93~95점 수준으로 전망했다. 지난 6월 모의고사 때는 모든 기관이 수학 1등급 선을 80점대로 예측했고, 그중 미적분은 79점(종로학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체감 난이도도 높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EBS가 모평 종료 후 인터넷 강의사이트인 EBSi에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 4480명 가운데 37.6%가 “(약간·매우) 쉬웠다”고 답했다. “보통”이라고 답한 응답자도 33.6%였다.
현장에서는 들쭉날쭉한 난이도에 불만을 쏟아냈다. 경기도의 한 수학 강사는 “평소 60~80점 나오던 학생 하나가 이번에 96점을 받았다”며 “이번 시험으로는 수능에 대한 어떠한 예측도 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수험생 커뮤니티에는 “이번 시험은 현실성이 없으니 무시하자는 게 정론이냐” “수험생들 단체로 하루 날렸다” “국어영역 독서와 문학 중 어디에 비중을 두려는지 가늠해보려 했는데 (평가원이) 대야로 물을 들이부어서 아무것도 달성하지 못했다” 등의 비판 글들이 올라왔다. 평가원 홈페이지에는 “시험 출제위원들을 직무유기로 고소하겠다”며 “1등급 컷이 96점 이상 나오는 국어 시험이 정상이냐”는 극단적인 반응도 나왔다.
난이도 딜레마에 빠진 평가원…“일관된 시그널 줘야”
이재진 대학미래연구소장은 “올해 3, 5, 7월 학력평가 영어 성적을 보면 시간이 갈수록 1등급 비율이 늘었던 기존 패턴과 달리 7.99%, 6.25%, 5.8%로 점점 줄어드는 양상을 보인다”며 “수능이 가까워올수록 공부 잘하는 고 3이 줄어들고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올해 고 3은 중 2였던 2020년부터 코로나19 유행으로 전면 원격수업을 들었던 세대다.
킬러문항 배제 등 정책 변화로 평가원 출제 기조가 흔들렸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평가원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지금의 평가원이 정부 뜻과 상관없이 독립적으로 수능을 출제할 수 있겠느냐”며 “교육부 간부였던 오승걸 평가원장이 취임한 것이 대표적 사례”라고 했다. 입학처장을 맡았던 한 대학 관계자는 “지난번 시험처럼 영어를 어렵게 냈다간, 지역인재전형 비율이 높은 지방 의대는 최저 등급을 못 맞춘 학생이 많아서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며 “평가원이 국가적 과제가 흔들릴 수 있다는 상황까지도 고려했을 것”이라고 했다.
평가원이 일관된 시그널(신호)을 수험생에게 주지 못하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이만기 유웨이 부사장은 “이번 시험 난도가 평이하게 나타날 경우 평가원은 난이도 책정 실패에 대한 비판을 받을 수 있다”며 “그렇다고 본 수능에서 평가원이 이번 시험의 기조를 뒤집어 어렵게 출제하면 수험생에게 더 큰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최민지·서지원 기자 choi.minji3@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어린 딸 편지는 유품이 됐다…사업 망한 ‘기러기 아빠’ 결말 | 중앙일보
- 황재균, 지연과 이혼설 와중에 새벽 술자리 포착…"여성들도 동석" | 중앙일보
- 엔비디아 심판의 날 왔다? '될 놈만 될' 빅테크 투자법 | 중앙일보
- 트럼프家 전통 깼다…키 2m 넘는 막내아들 선택한 대학 어디 | 중앙일보
- 이재명도 "나중에 얘기"…'카더라 계엄령' 발빼는 野 소탐대실 [현장에서] | 중앙일보
- 96위와 무승부 '망신 축구'…홍명보 호명에 야유 쏟아졌다 | 중앙일보
- 3년만 썩으면 10억 번다…"가오에 최고" 조폭 빌붙은 곳 | 중앙일보
- 여성 코미디언 가슴 만지고 '씨익'…마라톤 생중계 찍힌 성추행 충격 | 중앙일보
- 아내에 약물 먹인 후 72명 남성 모집…잔혹 성폭행한 프랑스 남편 | 중앙일보
- '박민수 경질론' 친한·비한 동시분출…"의정갈등 출구전략 필요"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