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미 대선 누가 되든 '후진'…볼보도 '100% 전기차' 미뤘다
수요 정체(캐즘)를 겪는 세계 전기차 시장에 먹구름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 대선 레이스에선 두 후보 모두 전기차 보급 확대 정책에 선을 긋고 있다. 독일 내 공장 폐쇄를 검토하는 폭스바겐에 이어, 볼보도 목표했던 완전한 전기차로의 전환 시점을 뒤로 미뤘다. 비야디(BYD)의 멕시코 전기차 공장 설립 계획 철회설도 돈다.
4일(현지시간) 폭스뉴스 등 미 언론에 따르면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측은 “전기차 의무화를 지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냈다. ‘해리스는 모든 미국인이 필수적으로 전기차를 타게 되길 원하고 있다’는 내용의 공화당 공격에 대한 공식 반론을 통해서다. 양 당이 전기차 확대에 선을 긋는 메시지를 내는 이유는 ‘러스트벨트’(Rust Belt, 쇠락 공업지역)의 표심 때문이다. 러스트벨트에 해당하는 미시간·위스콘신·펜실베니아주에선 내연기관 자동차 산업이 지역 경제의 큰 축을 담당하고 있다. 이 지역 민심 입장에선 ‘전기차 확대→지역경제 침체’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다.
2019년 상원의원 시절 ‘2040년까지 미국 내 신규 자동차 100%를 온실가스 배출 없는 차량으로 의무화’하는 내용의 법안을 공동 발의했던 해리스 부통령으로선 일종의 정책 후퇴를 발표한 셈이다. 해리스 부통령은 2020년 민주당 대선 후보에 도전했을 때도 2035년을 목표로 ‘탄소 배출 제로 차량 100%’ 공약도 냈었다.
누가 당선되든 전기차 후퇴 가능성
공화당 후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속적으로 전기차 확대 정책에 대한 비관적 의견을 내고 있다. “현 정부가 추진하는 전기차 의무화 정책을 내가 당선되면 폐기할 것”이라는 공약도 낸 상태다. 특히 지난 6월엔 기자들에게 “전기차 의무화는 미친 정책. 미국을 망칠 거다”며 직설적으로 비판했었다.
자동차 회사 입장에선 어느 후보가 당선되든 이번 선거 기간 밝힌 입장을 그대로 이행하는 상황에 대비할 수밖에 없다. 독일에선 지난해 말 전기차 구입에 따른 보조금 혜택을 폐지했는데, 이를 견디지 못한 폭스바겐은 2일 “독일 내 공장 철수를 검토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독일 연방정부는 다시 각료회의(4일)를 열어 전기차를 살 때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방안을 의결했다.
현대차는 이미 하이브리드 차량 생산 확대를 공언한 상태다. 올해 4분기 가동을 목표로 하는 조지아주 사바나의 공장 ‘메타플랜트 아메리카’는 원래 전기차 전용 공장으로 운영할 계획이었지만, 캐즘과 정책 변화 움직임 등에 맞춰 이를 수정했다. 현대차는 지난달 28일 열린 투자자 설명회에서 모터 2개를 탑재한 하이브리드, 내연기관의 도움을 받는 ‘주행거리연장 전기차(EREV)’ 등을 생산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한편으론 3일 메타플랜트에서 시험 생산한 아이오닉5를 공개하는 '투 트랙' 전략을 쓰고 있다.
미국의 자국 산업 보호 움직임도 업계에 영향을 주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5월 중국산 전기차에 100% 관세 방침을 밝혔는데, 최근엔 멕시코 등을 통한 우회수출에 대한 규제론까지 나오고 있다. 이에 중국 최대 전기차 업체 비야디(BYD)가 멕시코 공장 설립 계획을 유보할 거란 현지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이에 비야디는 “미국 수출용이 아닌 멕시코 소비자를 위한 고품질 전기차 공장을 지으려 노력 중”이라며 관련 의혹을 부인한 상태다.
중국 지리홀딩스의 자회사인 볼보도 당초 ‘2030년 100% 전기차로 전환’을 목표로 삼았지만, 이를 수정하기로 했다. 4일 볼보는 “시장과 인프라, 고객의 인식이 이를 따르지 못한다면 몇 년을 미룰 수도 있다”고 발표했다. 이에 볼보는 2030년까지 전 품목을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차량으로 바꾼다는 계획으로 수정했다. 볼보의 주력 시장인 유럽에서도 전기차 보급률은 올해 14.8%로 지난해(14.5%)에 비해 소폭 증가할 전망이다.
업계에선 각국의 정책 불확실성에 따라 전기차 판매 정체도 지속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 정책에 대한 평가를 공개적으로 하긴 어렵다”고 밝힌 한 업계 관계자는 “노르웨이 신차 판매량 중 전기차 비율이 90%를 넘은건 그만큼 소비자 입장에서 이익이 되는 혜택을 정부가 주기 때문”이라며 “각국 정부의 전기차 지원책이 철회·축소된다면 판매 정체 현상도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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