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구 시속 187㎞, 평균 비거리 123m…‘괴력의 홈런왕’ NC 데이비슨

고봉준 2024. 9. 5.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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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맷 데이비슨이 4일 창원NC파크에서 외야를 가리키며 환하게 웃고 있다. 데이비슨은 타고난 파워와 정교한 기술을 앞세워 올 시즌 홈런 1위를 달리고 있다. 창원=고봉준 기자

고등학교 시절까지는 나름 촉망받던 투수였다. 그러던 어느 날, 감독의 지시로 급히 대타로 나섰고, 그 타석에서 대뜸 홈런을 쳐버렸다. 프로야구 홈런 1위를 달리는 NC 다이노스 내야수 맷 데이비슨(33·미국)에게 타자는 ‘운명’과도 같았다.

2020년 이후 구름 속으로 사라졌던 40홈런 고지를 되찾은 데이비슨을 지난 4일 키움 히어로즈전이 열린 창원NC파크에서 만났다. 데이비슨은 올 시즌 113경기에서 41홈런을 때려내며 부문 1위를 질주하고 있다. 특히 4년 전인 2020년 멜 로하스 주니어(34·KT 위즈)의 47홈런 이후 명맥이 끊긴 40홈런을 돌파하며 타자의 자존심을 되찾았다.

최근 데이비슨의 방망이는 어느 때보다 뜨겁다는 평가를 듣는다. 지난 31일 인천 SSG 랜더스전에서 38호 아치를 그린 뒤 이튿날 39호를 터뜨렸고, 안방으로 돌아온 3일 키움전에서 40번째 홈런을 신고했다. 이어 4일 경기에서도 대포를 추가하며 4게임 연속 홈런을 때려내고 있다. 데이비슨의 맹타를 앞세운 NC는 최근 5연승 휘파람을 불고 있다.

데이비슨은 “한국의 날씨도 덥지만 지난해 일본프로야구(NPB)에서 뛰어서인지 이 정도 더위는 버틸 만하다. 여름에는 수분 보충을 많이 하고, 식단도 조절하면서 컨디션을 잘 관리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NC 맷 데이비슨이 4일 창원NC파크에서 홈런 사진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올 시즌 NC는 선수들의 모든 홈런을 사진으로 담고 있다. 지난 4일 키움전에서 41번째 아치를 그린 뒤 찍은 사진을 든 채 환하게 웃고 있는 데이비슨. 사진 NC 다이노스

미국 캘리포니아주 유카이파 태생의 데이비슨은 어린 시절 친구들과 함께 자연스럽게 야구를 접했다. 자신의 성향과 야구라는 종목이 잘 맞는다고 느껴 일찌감치 엘리트 선수의 길을 걸었다. 어릴 적 포지션은 투수. 지역에선 나름 알아주는 유망주로 활약했지만, 고교 시절 우연한 계기로 인생의 항로를 바꿨다.

데이비슨은 “게임 도중 감독님께서 대타를 준비하라고 하셨다. 이전에도 타자를 하기는 했었지만, 공식경기 타석은 그때가 사실상 처음이었다”면서 “그런데 그 타석에서 홈런을 쳐버렸다. 그때부터 타자로서의 가능성을 찾기 시작했고, 이후 ‘내가 메이저리그 신인 드래프트에서 지명 받으려면 타자로 전향해야겠다’고 느껴 포지션을 바꿨다”고 회상했다.

데이비슨의 결단은 적중했다. 2009년도 메이저리그 신인 드래프트에서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로부터 지명됐고, 2013년부터 빅리그에서 뛰기 시작했다. 이어 지난해 NPB 히로시마 도요카프를 거쳐 올해 NC 유니폼을 입고 활약하고 있다.

올 시즌 프로야구에서 20홈런 이상을 때려낸 타자들의 평균 비거리 순위(4일 기준). 사진 KBO

NC 강인권(52) 감독은 데이비슨을 두고 “힘 하나는 장사다. 공이 제대로 걸리면 떨어질 줄을 모르고 뻗는다. 홈런은 총알이 아니라 마치 대포 같다”고 호평한다.

실제로 데이비슨은 KBO리그 강타자들 사이에서도 비범한 타구 속도를 낸다. 올 시즌 41개의 아치 가운데 가장 빠른 타구는 6월 15일 창원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9회말 끝내기 홈런으로 때린 좌월 2점포였다. 당시 타구 시속은 무려 185.6㎞. 전체 인플레이 타구 가운데선 5월 14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에서 때린 11회 좌전안타 시속이 187.2㎞까지 찍혔다.

메이저리그에서도 190㎞가 넘으면 최상위급 타구로 분류하는 점을 감안할 때 데이비슨의 힘이 보통이 아니라는 사실을 느낄 수 있다.

NC 맷 데이비슨이 4일 창원NC파크에서 인터뷰를 마친 뒤 환하게 웃고 있다. 창원=고봉준 기자

홈런의 평균 비거리 역시 남다르다. 데이비슨은 올 시즌 아치 20개 이상을 기록한 선수들 가운데 홈런 평균 비거리가 123.54m로 가장 길다. 담장을 살짝 넘기는 수준이 아닌, 맞는 순간 홈런임을 알 수 있는 타구로 상대 투수들을 떨게 만든다.

개막 초반에는 땅볼 타구가 많이 나와 고전했던 데이비슨은 “스윙할 때 맞는 면을 수정하면서 공을 띄우기 시작했다. 또, 골프에서의 무회전 타구처럼 회전량을 적게 가져가는 스윙으로 많은 비거리를 내려고 한다. 이때 배트 끝부분이 제대로 걸리면 짜릿한 손맛을 느낄 수 있다”고 비결을 말했다.

이제 50홈런을 향해 달려가는 데이비슨은 “기록은 의식하지 않고 내 페이스를 잘 조절하면서 남은 경기를 치르겠다. 나와 동료들이 자기 몫을 해낸다면 NC가 가을야구까지 진출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힘주어 말했다.

창원=고봉준 기자 ko.bong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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