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 스무살 맞은 윤하의 ‘성장 이론’…“자기 길 가는 개복치처럼”
“지난 6집 앨범이 저 하나로 점철됐었다면, 이번엔 ‘우리’의 존재 가치를 증명하는 앨범이 됐으면 좋겠어요. 앨범을 통해 우리가 존재해야 할 이유를 말하고 싶었거든요. 나 혼자서는 성장에 한계가 있고, 내가 생각하는 것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생각하며 삶을 살아온 어떤 대상이 있어야만 시너지를 내면서, 서로를 조금씩 깎아가며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가수 윤하의 정규 7집 ‘그로우스 띠어리’(성장 이론)의 발매를 기념해 지난 2일 서울 중랑구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윤하는 “이번 앨범은 제 디스코그래피 중에 가장 화려한 앨범이 되지 않을까 싶다. 사운드도 그렇고, 장르적으로도 다양한 곡들이 수록돼 있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이번 7집엔 왈츠를 연상케 하는 ‘맹그로브’, 아코디언·휘슬·장구·꽹과리 소리를 조합한 ‘은화’, 항해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케이프 혼’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담겼다.
윤하의 20주년에 발매된 이번 앨범은 ‘엔드 띠어리’(6집)에서 이어지는 ‘띠어리’ 3부작 가운데 두 번째 이야기다. 6집이 지구를 향해 날아오는 혜성과 이를 막고 싶었던 소녀의 교감, 이후 방향을 틀어 블랙홀로 빨려 들어간 혜성의 이야기를 그렸다면, 7집에선 현실로 돌아온 소녀가 지구에서 새로운 사람과 생물, 장소 등을 마주하며 성장해나가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타이틀곡 ‘태양물고기’를 포함해 총 10곡의 자작곡에 이 같은 소녀의 여정이 담겼다.
이야기는 머리를 식힐 겸 떠난 호주 여행에서 맹그로브 나무를 만나면서부터 시작됐다. 바다의 밀물과 썰물을 맞으며 자라는 맹그로브 나무의 모습에서 수많은 변화를 겪으며 많은 걸 깨달은 200살 할머니의 모습을 떠올린 것이다. 윤하는 “맹그로브 나무를 보며 용기를 얻은 소녀가 여정을 시작한 뒤 연어 떼, 개복치, 낡은 요트 등을 만나며 이곳저곳 무동력 항해를 해나가는 이야기”라며 “이번 앨범은 현실인지 판타지인지 분간이 안 되는 상태로 (앨범 속) 세계의 주인공이 되어 마치 선장이 된 듯 배를 타고 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앨범의 타이틀곡인 ‘태양물고기’는 소녀의 여정에서 핵심이 되는 메시지를 담은 트랙이다. ‘태양물고기’는 개복치의 영단어인 ‘썬피쉬’를 한국어로 그대로 옮겨 적은 것이다. 유약함의 대명사처럼 통하는 개복치를 타이틀곡으로 정한 건 남에게 보이는 것에 집착하는 요즘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위로를 전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윤하는 “개복치는 생각보다 수명이 길어서 성체가 되면 20년 이상 산다고 하더라. 그 20이란 숫자에 괜히 의미 부여를 하게 되고, 저와 동일시하게 되면서 애착이 가게 됐다”며 “수면 위부터 심해 800m까지 왔다갔다하며 자기만의 길을 찾는 개복치를 보니, 여러 장르를 시도해보는 저와 닮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런 개복치의 이야기를 통해 ‘남 신경 쓰지 말고 자기 갈 길을 가는 개복치 같은 사람이 되자’며 사람들을 위로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 스무 살’을 맞은 윤하에게도 슬럼프는 있었다. 어디로 가야 할지 방향을 잃고 ‘음악을 관둬야 하나’하는 고민까지 했던 그지만, 늘 자신을 믿고 기다려주는 팬들을 생각하며 어둡고 힘들었던 5~6년의 슬럼프를 견뎠다. 그 원동력을 윤하는 ‘부채’라고 표현했다. 야심 차게 구매했던 첫 집의 대출금을 갚아야 했던 현실적인 부채뿐 아니라, 늘 자신의 노래를 듣고 콘서트에 와주는 팬들에게 보답해야 한다는 부채감 모두를 아우른 말이다.
윤하는 “이번 앨범에 팬들을 생각하며 쓴 ‘새녘바람’이란 곡이 있다. 1집에 담겼던 ‘플라이’에 ‘천 번 넘어져도 다시 일어날거야’란 가사가 있는데, 이 가사의 후속 이야기”라며 “내가 아무리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기만 한다면 그 과정을 기다려줄 사람이 있다는 건 너무 감사하고 기적 같은 일이다. 지금은 이 곡을 공연장에서 부를 날을 계속 상상하며 혼자 글썽이고 있다”고 웃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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