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 기반한 '선출의회'가 신뢰받지 못한 현실... '시민의회'가 대안
[오문수 기자]
▲ 4일(수) 저녁 6시, 여수청소년수련관에서 열린 '지금 왜 시민의회인가?' 주제 강연에 참석한 시민들이 곽노현(전 서울시 교육감)씨로부터 강연을 듣고 있는 모습이다. |
ⓒ 오문수 |
곽노현, 이원영 두 분이 참석해 강연하기로 한 행사는 오래전부터 예고된 행사였다. 그런데 곽노현(전 서울시교육감)씨가 부득이한 사정으로 참석하지 못해 인터넷 생중계를 통해 강연이 열렸다.
이유가 있었다. 며칠 전 대법원에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에 대한 유죄판결을 내려 교육감직을 그만뒀기 때문이다. 전혀 예상 못 한 사태가 발생하자 주위에서는 곽노현씨에게 보궐선거에 출마하라고 권유했다.
하필이면 4일이 서울시 교육감 후보 등록 마감날이었고 다음날인 5일 기자회견을 하기로 했기 때문에 불참할 수밖에 없었다. 영상을 통해 참석자들에게 "대단히 죄송하다"고 운을 뗀 곽노현씨가 '시민의회' 필요성에 대해 입을 열었다.
"국민 대표기관인 국회의원 중에는 기업인과 법조인이 20%가 넘어요. 우리나라 국민 20%가 법조계에 종사합니까? 민의를 따른다는 의회 구성이 국민을 대표하지 않습니다. 어느 나라에서나 현역의원은 선거제 개혁에 대해 직간접적인 당사자로서 이해관계를 갖습니다. 본인의 재선 가능성과 소속 정당의 집권 가능성에 유리한지 불리한지를 끊임없이 저울질합니다. 대의민주주의를 개혁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우리 사회는 2020년 총선과 2024년 총선을 앞두고 연속해서 선거법 개정 문제와 위성정당 문제로 몸살을 앓았다. 앞으로도 여야의원들로 구성된 국회정치개혁특위에 이 문제를 맡겨서는 무한 정쟁과 현상 유지만 예약될 뿐이다.
국민대표성과 숙의성, 투명성을 동시에 갖추도록 설계된 시민의회는 깨어있는 국민 의사를 확인해서 민주주의를 관철할 수 있는 매우 효과적인 수단이다. 시민의회가 모습을 드러낸 건 2004년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에서였다.
당시 브리티시컬럼비아주 고든 캠벨 수상이 선거법 개정을 위해 추첨으로 선발한 160인 시민의회를 선보였다. 지금까지도 2004년 브리티시컬럼비아주의 선거법 개정 시민의회는 국민대표성과 숙의성, 투명성의 관점에서 아주 모범적으로 운영된 시민의회 사례로 평가받는다.
시민의회의 핵심운영원칙 세 가지
시민의회의 핵심 운영 원칙 세 가지는 다음과 같다.
▲ 무작위 추첨으로 국민을 닮은 '미니공중(mini-public)'을 구성한다.
▲ 상이한 관점과 입장의 전문가 집단의 보좌를 받아 충분한 학습숙의 과정을 거친다.
▲ 사회적 합의(2/3)를 담은 권고안을 제출받아 최대한 수용한다.
국민투표는 원 포인트에 대한 찬반결정권만 갖지만 시민의회는 보다 광범위한 주제와 쟁점에 대해서도 종합처방을 권고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시민의회는 미니국민의 숙의 과정을 통해 훨씬 적은 비용으로 숙고된 국민의사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시민의회는 선출의회와 크게 다르다. 무엇보다 구성원들이 진영논리와 당리당략, 재선 욕구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선출의회에는 선거에서 뽑힌 엘리트들이 모이지만 시민의회는 추첨으로 뽑힌 일반시민이 모인다.
시민의회는 국민을 빼닮은 미니국민으로 구성되는 반면 선출의회는 경쟁 선거의 속성상 경력이 화려하거나 스타성을 가진 유능한 사람으로 구성된다. 장년 남성 중심으로 법조 엘리트와 부자들이 득시글거리는, 국민을 전혀 닮지 않은 국민대표기관은 어디서나 선거로 탄생한다.
반면에 시민의회는 선출의회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청년, 여성, 임금노동자, 자영업자, 노인 등이 인구 통계만큼 제몫을 차지한다. 시민의회는 직업과 인생의 다양성이 일반사회의 다양성만큼 존재할 것이고 그들의 다양한 지식과 기술, 경험이 공적 사안의 진단과 처방에 모두 투입될 것이다.
▲ 시민의회 주제 강연에 참석한 시민들이 기념촬영했다. |
ⓒ 오문수 |
여수시민의회추진 준비위원인 이현종씨와 연단에 오른 이원영 교수는 참석자들의 질문에 답변하느라 바빴다. 저녁 8시, 예정된 시간이 되자 토론 종료를 마친 참석자들은 "더 많은 홍보와 참여"를 약속하며 행사를 마쳤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여수넷통뉴스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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