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투세 완화 후 시행?…"이게 지도부 방침이냐" 野 텔레방 설전

성지원 2024. 9. 5.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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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에서 다시 금투세(금융투자소득세)를 둘러싼 설전이 벌어지고 있다. 당 지도부는 “당 입장이 정해지지 않았다”고 했지만 당내에선 “사실상 시행하되 완화하는 것으로 지도부가 가닥을 잡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민의힘 한동훈(오른쪽),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일 국회에서 회동하고 있다. 연설을 마친 두 대표가 악수를 마치고 돌아서고 있다. 김성룡 기자. 2024.09.01.

임광현 민주당 의원은 최근 금투세 시행을 전제로 총 6개로 구성된 패키지 법안을 마련해 서명을 받고 있다. 금투세 기본공제 한도를 연간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높이고, 투자 손실 이월공제 기간을 5년에서 10년으로 늘리는 내용이 골자다. 특히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을 통해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로 해외 주식에 직접 투자할 수 있게 하고, 수익은 전액 비과세 적용하도록 했다. 연간 납입 한도도 2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높였다. 현재는 ISA로 국내에 상장된 해외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해서만 해외 주식에 투자할 수 있다.

해당 법안 내용이 알려지자 3일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민주당의 정책은 국내 주식시장을 버리고 해외 주식 편하게 사라는 말인가. 그런 민주당 입장이 알려진 후 국내 주식시장 반응이 나쁘다”고 비판했다. 한 대표를 중심으로 국민의힘은 ‘금투세 폐지’를 당론으로 정하고 줄곧 법 개정을 야당에 요구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임광현 의원이 8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2024.07.08.

민주당에선 3일 별다른 공식 반응이 나오지 않았다. 그러자 이날 밤 민주당 의원들이 속한 텔레그램 대화방에선 “임 의원의 법안이 당 지도부 방침이냐”는 문제제기가 있었다고 한다. 최근 금투세 시행 유예를 강하게 주장해 온 이소영 의원은 대화방에 “임 의원의 법안이 사실상 지도부가 추진하는 법안이라는 보도가 나왔고, 이례적으로 여당 대표의 비난 메시지까지 나왔다. 만약 정책위 차원에서 추진하는 법안이 아니면 당에서 빨리 대응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세청 차장 출신인 임 의원은 당 정책위원회 상임부의장을 맡고 있다.

이에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해당 법안은 정책위 차원이 아니라 개인 차원에서 낸 법안”이라고 해명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소영 의원은 페이스북에 “정책위에서 제가 요청한 정책의총 대신 공개토론을 하겠다고 했지만 날짜조차 잡히지 않았다. 오늘 공개된 법안을 보며 이미 답을 정해놓고 토론을 여는 것은 아닌가하는 답답한 마음이 든다”고 썼다.

문제제기가 이어지자 한민수 민주당 대변인은 4일 비공개 최고위 직후 기자들과 만나 “(임 의원의 법안은) 당론이 아닌 개인 법안이다. 당론 법안이 성안되기 위해서는 공개토론이 시작점이 될 것”이라며 “(금투세 공개토론을) 추석연휴 끝나고 24일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다만 당내에선 “사실상 지도부가 금투세 폐지, 유예, 완화, 그대로 시행 중 완화로 입장을 정리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앞서 전당대회 과정에서도 이재명 대표가 금투세 유예에서 완화로 입장을 바꿨었다. 이 대표는 1일 여야 대표 회담에서도 “금투세를 일정 기간 대폭 완화해서 시행하는 방안도 검토해보면 좋겠다”고 했는데, 특히 임 의원의 법안에 담긴 ISA 제도 손질을 구체적으로 거론하며 “ISA를 대폭 확대해서 준비 및 보완할 필요가 있다”라고도 했다. 한 재선 의원은 “이 대표가 ISA를 언급한 후 곧바로 임 의원의 법안이 나왔으니 당연히 지도부 교감 속에 법안을 낸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금투세 폐지로 입장을 정리한 정부ㆍ여당과 달리 민주당이 금투세를 놓고 설왕설래가 이어지는 배경엔 부정적인 여론 탓이 크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27~29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금투세 시행 찬성 여론(39%)보다 반대 여론(41%)이 높았는데, 특히 주식투자자들 사이에서 반대(54%) 여론이 찬성(42%) 여론보다 12%포인트 앞섰다. 한 의원은 “여당이 여론에 편승해 금투세 폐지를 주장하니 시행을 강하게 얘기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토로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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