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포 신축 55억인데, 도봉 구축 3억…“대출규제, 이 차이 더 키운다"

김원 2024. 9. 5.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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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원베일리’ 고층 가구의 거실에서 바라본 한강 뷰 모습. 용산구 이촌동과 영등포구 여의도동이 보인다. 사진 독자


지난해 준공한 서울 서초구 반포동 ‘원베일리’ 전용면적 84㎡(23층)가 역대 최고가인 55억원(거래일 7월 18일)에 거래된 것으로 지난 4일 확인됐다. 이는 선호도가 높은 ‘국민평형(전용 84㎡)’ 중 전국에서 가장 높은 가격이다. 3.3㎡(평)당 가격은 1억6170만원에 달한다.

같은 날 거래 신고 내역이 공개된 도봉구 쌍문동의 ‘현대1차(1990년 준공) 아파트’ 전용 84㎡(4층)의 가격은 3억7000만원(거래일 8월 28일)이었다. 해당 면적 역대 최고가인 6억8700만원(2021년 10월)의 54% 수준에 불과하다. 서울에 위치한 같은 면적 아파트인데도 가격 차이가 15배가량 벌어진 것이다.

실제 서울의 고가 아파트와 저가 아파트의 가격 차이는 역대 최대 수준이다. 5일 KB부동산의 월간 주택시장 동향 시계열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상위 20%의 가격(25억7759만원)을 하위 20% 가격(4억8873만원)으로 나눈 값인 5분위 배율은 5.27로 2008년 12월 관련 통계 집계를 시작한 이후 최대치를 나타냈다. 1년 전 이 배율은 4.78이었다. KB부동산의 조사가 시작된 2008년 12월 서울 아파트 상위 20% 가격은 9억3389만원, 하위 20% 가격은 2억3333만원으로 5분위 배율은 4.00이었다. 상위 20%와 하위 20%의 가격 차이는 2008년 7억56만원에서 올해 20억8886만원으로 벌어졌다.

박경민 기자


이처럼 서울 아파트값 양극화가 심화하는 건 우선 ‘똘똘한 한 채’ 선호 경향이 더욱 공고해지면서 강남권 등 주요 지역을 중심으로 가격이 오르고 있어서다. 이날 한국부동산원의 주간조사 누적치기준으로 올해 서울 자치구별 아파트값 상승률은 성동(7.68%)·서초(6.02%)·송파(5.85%)·마포(5.01%)·용산(4.81%)·강남구 (4.34%)·등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반면 도봉구(-0.12%) 오히려 집값이 떨어졌고, 강북(0.74%)·노원(0.75%)·관악구(0.98%) 등의 상승 폭은 크지 않다. 송인호 KDI(한국개발연구원) 경제정보센터 소장은 “청년층이 지역별 주택 가격 격차가 더욱 커질 것이라는 불안감에 서울 주요 지역으로 몰려드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정부가 내놓은 대출규제 카드도 서울 양극화를 심화시킨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출규제는 대출 민감도에 따라 지역별로 다른 영향을 보인다. 상대적으로 고소득 자산가 비중이 높은 서울 강남권 등은 대출 민감도가 적고, 외곽 및 지방에서는 크다. 쉽게 말해 현금 부자나 대출 한도 걱정이 없는 사람은 타격이 적은 반면, 집을 살 때 대출이 반드시 필요한 사람은 집을 구매하기가 더 어려워진다는 의미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금리를 인위적으로 올리고, 한도를 축소하면 주택 매수세를 일시적으로 진정시키는 효과를 볼 수 있겠지만, 결국 대출 의존도가 높은 저소득 실수요층의 주택 매수만 제한하는 꼴이 된다”며 “실수요자가 집을 살 수 있는 환경은 유지해주고, 다주택자 등의 갭투자 등 투자수요의 진입을 차단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경민 기자


국토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부동산 시장 참여자들은 소위 상급지에서 시작된 가격 상승 추세가 정해진 경로를 따라 공간적으로 확산한다고 인식했다. 최상급지인 강남권을 중심으로 아파트값이 오르기 시작하면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경기 과천·분당 등 이른바 차상급지로 확산하는 것이다. 이후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금관구(금천·관악·구로구) 등 서울 외곽과 경기 지역까지 상승세가 이어지는데, 그간 정부는 차상급지까지 불어닥친 상승세가 주변으로 확산하기 시작하는 시점에 규제카드를 꺼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이미 강남권을 중심으로 집값이 크게 올라 있는데, 외곽 지역의 집값은 규제 이후 정체하면서 서울 내에서도 양극화가 누적하는 구조”라며 “특히 서울 외곽지역 주민들은 집값이 오를 때쯤 규제가 나온다고 생각해 불만이 크다”고 설명했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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