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빌런이면 여러분은 꼬붕들"...정청래 또 막말, 법사위 파행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가 5일 심우정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을 논의하기 위한 전체회의를 열었지만 4일에 이어 이틀째 파행했다.

법사위는 이날 오전 형법 일부개정법률안과 법원조직법 일부개정법률안 등 4건의 법안을 심사하고 법안 1소위로 회부했다. 이후 심우정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 보고서 논의를 앞두고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국민의힘에 전날 기자회견에 대해 사과를 요구했다.

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이 5일 국회에서 열린 법사위 3차 전체회의에서 기자회견 중 자신을 '빌런(악당) 정청래'라고 발언한 국민의힘 의원들의 사과를 요구하며 정회를 선언, 퇴장하고 있다. 뉴스1

앞서 여당 법사위원들은 민주당 등 야당이 ‘순직 해병 특검법’을 4일 법안소위로 회부하자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은 ‘빌런 정청래’가 ‘꼼수 정청래 위원장’의 모습을 보인 날이다”라고 비판했다. 3일 야당이 ‘대법원장의 특검 추천’ 등을 담은 네 번째 특검법을 발의해놓고도, 새 법안의 숙려기간을 생략하기 위해 기존에 발의돼 있던 세 번째 특검법의 법안 상정을 꼼수로 강행했다는 주장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순직 해병 특검법'을 일방적으로 상정하고 법안심사소위로 회부한 정청래 위원장과 야당 위원들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청래 위원장은 5일 전체회의에서 “국회법상 위원회의 의결이 있으면 숙려기간을 생략할 수 있다”며 “국회법에 없는 것을 했을 때 꼼수라고 그러는 것이다”고 했다. 정 위원장은 “저보고 악당(빌런)이라고 했다”며 “그럼 같은 공간에서 회의를 하고 있는 여러분들은 악당의 꼬붕(부하)들이냐”고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이어 “진정한 대한민국의 악당은 윤석열 대통령이 아니냐”며 “(윤석열 대통령은) 우리 조상이 일본 국적이었다는 노동부 장관을 임명해 헌법을 부정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여당 측에 “어제 기자회견에 대해서 사과 표명과 함께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는 재발 방지 약속을 해달라”고 요구했고, 이를 여당이 받아들이지 않자 회의를 중단했다. 이에 따라 심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은 전날에 이어 이날도 사실상 불발됐다.

한편 이날 법사위는 판사 임용 시 필요한 법조 최소 경력을 5년으로 유지하거나 3년으로 낮추는 내용의 법원조직법 일부개정법률안도 상정해 소위에 회부했다. 현행 법원조직법에 따르면 내년 2025년부터 법관은 7년 이상, 2029년부터는 10년 이상 법조 경력을 가진 사람 중에서 임용할 수 있다. 사법부의 순혈주의를 탈피하고 다양성을 보장하기 위해 2013년 도입된 ‘법조일원화 제도’다. 제도의 연착륙을 위해 최소 법조 경력은 올해까진 5년, 내년부터 2028년까지는 7년으로 단계적으로 높이게 돼 있다.

하지만 법조계에서 지나치게 높은 최소 법조 경력이 법관의 고령화와 재판 지연의 원인이 된다는 지적이 나오자, 여야가 개정에 나선 것이다. 장동혁 국민의힘 의원과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개정안은 판사 임용 시 필요한 법조 경력을 각각 3년과 5년으로 낮추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사위는 여야 법원조직법 개정안에 대해 법안소위에서 단일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석경민 기자 suk.gyeongm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