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에서 날아로느 '광주 독수리'...'3안타+결승 홈스틸’ 장진혁 “죽더라도 홈에서”
"죽더라도 홈에서 죽자고 생각했습니다."
장진혁(31·한화 이글스)이 고향에서 제대로 날았다.
장진혁은 지난 4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에서 결승 득점의 주인공이 됐다. 5타수 3안타를 때려낸 타석에서 활약도 좋았지만, 경기 승패를 가른 10회 득점 장면은 앞선 양 팀 모든 선수들의 활약을 지워낼만큼 인상이 강렬했다.
당시 한화는 다 이긴 경기의 승기를 KIA에 반쯤 뺏겨 있었다. 한화는 선발 라이언 와이스가 7이닝 노히트노런 기록을 포함해 7과 3분의 2이닝 1실점 호투를 펼쳤다. 또 타선은 1회 3득점을 몰아친 후 6회 추가점을 내면서 4-1 리드, 그대로 승리를 가져가는 듯 했다. 하지만 KIA가 8회 말과 9회 말 대거 4득점을 기록하면서 경기는 연장으로 이어졌다.
상대는 올 시즌 한화에 강세를 보였고 1위를 오랜 시간 지켜온 최강 팀이었고, 설상가상 구장도 KIA의 홈이었다. 분위기를 그대로 내줄 위기였는데 장진혁이 10회 구세주가 됐다.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2루타를 치고 나간 그는 상대 폭투 때 3루로 진루하며 호시탐탐 홈을 노렸다. 한화는 유로결의 타석 때 치고 달리기로 홈을 노렸는데 이 작전이 실패했다. 포수 한승혁이 3루를 벗어났던 장진혁을 저격했다.
그런데 런다운에 걸려야 할 장진혁이 돌아가지 않고 그대로 달려들었다. 3루수 김도영이 송구를 잡아 처리하는 게 늦었고, 홈에 먼저 닿은 건 장진혁의 손이었다. 기록 상으로는 도루 실패 후 포수 송구 실책으로 인한 득점이었지만, 사실상 홈스틸이었다. 5-4 균형을 깨는 한 점이었고 한화는 이를 지켜 값진 1승을 수확했다.
장진혁은 경기 후 구단 인터뷰를 통해 "그 상황이 진짜 승부라고 생각했다. (타자 유로결이 어떻게든 인플레이를 만드는) 콘택트 플레이를 했다"며 "(헛)스윙이 됐고, 포수가 공을 잡았을 때 이미 나도 (3루 베이스에서) 나와 있었다. 어차피 돌아가면 죽는 상황이었다. 죽더라도 홈에서 죽자고 생각하고 승부를 봤다. 순간적으로 내 판단이었다"고 돌아봤다.
장진혁이 한화에 승리를 가져다 준 날은 이날이 전부가 아니다. 지난달 멀티 홈런 경기, 5출루 경기를 차례로 만드는 등 한화 외야진에서 가장 돋보이는 활약을 이어오고 있다. 시즌 성적도 타율 0.280 9홈런 13도루 41타점 50득점, OPS(출루율+장타율)는 0.796으로 준수하다. 득점권 타율은 무려 0.344에 달한다.
공·수·주에 모두 능한 장진혁은 입단 9년 차 '노망주'였지만, 올 시즌 드디어 잠재력을 터뜨리는 중이다. 그는 시즌 전 삼성 라이온즈 강민호가 장진혁의 팀 선배 김태균 KBS N 해설위원에게 짚은 재능 있는 후배 중 한 명이기도 했다.
오랜 시간 터지지 않던 장진혁은 올해 김경문 감독 부임 후 빠르게 1군에 뿌리 내리는 중이다. 김경문 감독이 과거 두산 베어스, NC 다이노스 때부터 강조해 온 '허슬 플레이'에 걸맞은 모습을 보여준 것도 김 감독을 만족스럽게 한다. 그는 4월 2경기 타율 0.167, 5월 14경기 타율 0.235에 그치는 등 전반기 타율 0.252 OPS 0.708로 아쉬움을 남겼다. 하지만 후반기엔 타율 0.304 OPS 0.876 활약하며 팀의 주축 외야수로 단단히 자리잡고 있다.
장진혁의 활약 덕에 한화도 순위 싸움의 불씨를 계속 살려두는 중이다. 4일 KIA를 잡은 덕분에 5위 KT 위즈와 승차를 1경기로 유지했고, 4위 두산과도 1.5경기 차에 불과하다. 4위부터 9위까지 3.5경기로 좁혀진 만큼 남은 기간 순위 싸움은 '혈전'이 될 전망이다. 그래서 장진혁의 절실함이 만들어준 1승이 한화에는 더 값지다.
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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