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풍력 국내 기업 공급망 확대위해 정부 개입해야"
향후 100조원대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국내 해상풍력 시장에서 한국 기업들의 공급망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5일 국민의힘 박성민·구자근 의원이 주최하고 한국해상그리드산업협회가 주관해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해상풍력 산업 활성화방안' 세미나에서 발제를 맡은 이슬기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해상풍력 시장이 막 커지는 지금이 국내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마지막 기회로, 가격 및 기술 경쟁력을 갖춘 중국, 유럽의 기업이 시장을 장악한 뒤에는 막기 어렵다"며 이같이 밝혔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8월 발표한 해상풍력 경쟁입찰 로드맵에서 향후 실시하는 해상풍력 입찰에서 비가격 평가지표 배점을 기존 40%에서 50%로 확대하고 비가격 지표에 산업경제효과 및 안보와 관련한 평가 요소를 반영하겠다는 내용을 포함했다. 이에 따라 중국 등 해외 기업이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국내 해상풍력 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는 우려는 상당 부분 해소된 상태다.
그런데도 국내 해상풍력 관련 기업들의 우려가 완전히 해소된 상태는 아니다. 그동안 국내 풍력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은 탓에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이 유럽, 중국 기업과 비교해 뒤처진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김범석 제주대학교 풍력공학부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사업개발·해상풍력터빈·보조 설비·설치시공·운영유지 등 해상풍력 전체 공급망 중 특히 해상풍력터빈 분야에서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이 외국 기업과 비교해 떨어지는 것으로 파악된다. 타워 경쟁력은 비교적 우수하나 태형설비나 부품의 경쟁력이 부족하고 신뢰성 및 가격 경쟁력을 극복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터빈의 경우 외산 제품은 15메가와트(MW)급이 이미 실증을 거쳐 상용화되고 있는 단계인 데 비해 국내에서는 8MW급까지 개발을 마친 상태다. 이러한 상황에서 입찰을 실시할 경우 외산 기업들이 시장을 장악할 수밖에 없게 된다.
이와 관련, 이슬기 연구위원은 "그동안 국내 기업들은 연구개발(연구·개발)비를 회수할 기회가 없어 연구·개발이 충분치 않았고 글로벌 기업과 비교해 규모의 경제를 갖추기도 어려웠다"며 국내 풍력 산업의 육성을 위해 정부가 개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국내 기업들이 그동안 연구·개발한 결과물이 공공의 영역에서 사업화할 기회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세계무역기구(WTO)에서 분쟁의 소지가 없는 범위 안에서 국내 기업들을 보호할 수 있는 세부적인 정책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구체적으로 이슬기 연구위원은 "자원 안보 등의 평가 항목을 강화하거나 바람 등 국내 풍력 자원의 특성에 맞는 설비의 우대, 고장 발생 시 핵심 부품의 빠른 조달 요구 등을 평가 항목에 추가하는 방식으로 입찰 평가를 개선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실제로 일본의 경우 해상풍력 경매를 실시할 때 '전력 안전 공급' 항목에서 고장 발생 비율이 높은 부품의 경우 일본 내 제조·조달로 대체 가능한지 여부, 조달 기간 단축 등 조기 복구 대책이 있는지 등을 평가하고 있다. 영국은 해상풍력 경매 참여자들에게 공급망 계획을 요구하면서 작업장 내 기회의 공정, 보건 및 안전기준, 현대적 노예제 및 노동 착취의 부재 등을 요구하고 있는데 이는 특정 국가를 견제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되고 있다.
박지웅 두산에너빌리티 팀장은 "글로벌 해상풍력 시장은 중국과 반중국 연합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이 가운데 한국이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크고 무거운 해외의 대형 풍력 터빈을 도입할 경우 국내 항만, 가교 등 기존 인프라를 모두 교체해야 하는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도 지오뷰 대표는 "로드맵이 바뀌어도 구체적인 입찰 제도를 어떻게 설계할지가 중요하다"며 "무늬만 국내 공급망 기업이 나올 수도 있는데 이를 걸러낼 방안 필요하다"고 말했다.
해외 기업과의 적극적인 협력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날 토론에서 김범석 제주대 교수는 "해상풍력발전단지에서 국내 공급망을 다 쓰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다"며 "균형있는 공급망을 위해서는 해외 기업들이 국내에 투자하면서 국내 고용 창출을 유도하는 방안, 조인트벤처 설립으로 국내 기업들의 기술을 업그레이드하는 방안 등을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김 교수는 "국내 기업들이 너무 정부 정책에만 의존하지 말고 투자를 확대해 해외 기업과 경쟁할 수 있는 제품을 빨리 개발해야 한다"고도 했다.
김종화 한국풍력에너지학회 풍력산업발전전략위원장은 "시장이 먼저 형성되어야 그다음에 공급망이 만들어지고 균등화 발전비용(LCOE)도 낮아질 수 있다"며 "사업자에게 국산 공급망만 강조하다 보면 금융 조달이 안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유태승 COP코리아 대표는 "대규모 해상풍력단지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수조 원의 비용을 투자해야 한다"며 "원활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위해 외국 사업자들과 협력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도현 에퀴노르코리아 전무는 "우수 국내 기업에 대해 정부가 인증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든다면 해외 기업들을 설득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산업통상자원부 남명우 재생에너지정책과장은 "10월 중순 해상풍력 입찰 공고 이전인 이달 20일 우선 정책설명회를 개최해 구체적인 입찰이나 평가방식을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강희종 기자 mindl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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