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겹다"... '실시간 폭등' 오아시스 콘서트 티켓값의 진짜 문제

윤현 2024. 9. 5.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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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프라이싱' 논란... 수요 몰리자 티켓 가격 수 배 올라

[윤현 기자]

 영국 밴드 오아시스 콘서트 티켓 예매 포스터
ⓒ 티켓마스터 UK
영국 '국민 밴드' 오아시스가 재결합했다. 밴드를 이끌던 노엘·리암 갤러거 형제의 불화로 2009년 해체한 지 15년 만이다.

1991년 결성되어 수많은 히트곡을 탄생시키며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던 오아시스는 내년 7~8월 영국과 아일랜드에서 총 17차례 콘서트를 여는 투어 일정을 알렸고, 과거 발매했던 음반들이 다시 차트 상위권에 올랐다.

오아시스의 귀환은 또 다른 논란을 몰고 왔다. 지난달 31일 콘서트 티켓을 온라인에서 판매하자 수백만 명이 예매 사이트에 한꺼번에 몰렸다.

팬들은 엄청난 대기 순서를 기다린 끝에 겨우 예매 사이트에 들어갔으나, 가격표를 보고 눈을 의심했다. 처음에 150파운드(약 26만 원)였던 스탠딩 좌석이 355파운드(약 62만 원)까지 올랐고, 아일랜드 콘서트 티켓은 예매가 시작될 때 86.5유로(12만8천 원)였다가 415.5유로(61만4천 원)까지 치솟았다.

콘서트 티켓도 실시간 가격?... 팬들 "역겹다"

암표가 아닌 공식 예매 사이트에서 불과 몇 시간 만에 티켓 가격이 급등한 것은 '다이내믹 프라이싱'(dynamic pricing)이라는 시스템 때문이다.

수요와 공급 상황, 경쟁사의 가격 등에 따라 티켓 가격을 실시간으로 바꾸는 시스템으로 주로 호텔이나 항공편을 예약할 때 쓰인다.

티켓 판매를 맡은 티켓마스터 UK는 오아시스 콘서트 티켓 예매에 다이내믹 프라이싱을 적용했다고 인정하면서 "암표를 막고 시장 가치에 더 가까운 가격을 책정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만약 수요가 적으면 처음 책정된 가격보다 더 저렴하게 티켓을 살 수 있지만, 오아시스 콘서트 같은 경우는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다.

당연히 불만이 터져 나왔다. 한 팬은 "2시간 넘게 기다렸는데 티켓 가격이 몇 배로 올라 있었다"라면서 "티켓마스터가 저지른 일은 매우 역겹고, 큰 충격을 받았다는 표현으로도 부족하다"라고 성토했다.

영국 음악 사이트 '다운드 인 사운드' 설립자 숀 애덤스는 영국 공영방송 BBC에 "왜 오아시스 같은 국민밴드가 팬들을 속이는 듯한 다이내믹 프라이싱에 동참했을까"라고 반문했다.

그러나 영국 공연 티켓 판매협회 조너선 브라운 최고경영자는 "티켓마스터가 '막대한 수요'에 잘 대처한 것"이라며 "어차피 티켓 가격은 아티스트(오아시스)가 정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논란의 시작을 음악 산업의 구조 변화에서 찾기도 한다. <가디언>은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가 보편화되면서 아티스트가 앨범 판매를 통해 얻는 수익이 크게 줄었고, 콘서트 투어가 훨씬 더 중요한 수익원이 됐다"라고 분석했다.

정치권 나섰다... "다이내믹 프라이싱 들여다볼 것"
 영국 밴드 오아시스 콘서트 티켓 가격 논란을 보도하는 <가디언>
ⓒ 가디언
논란은 정치권으로 번졌다. 집권 노동당 소속 데이비드 베인스 의원은 "판매자가 다이내믹 프라이싱을 이용해 팬들에게 바가지를 씌우고 현금을 쓸어 담는 것은 충격적"이라며 "특히 하루 종일 기다린 사람들을 모욕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자유민주당 제이미 스톤 의원도 "이 나라의 가장 큰 문화적 순간이 탐욕스러운 기획자와 티켓 판매 사이트에 의해 터무니없는 돈벌이로 변질되는 것이 수치스럽다"라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공식적인 조사가 필요하다"라고 촉구했다.

결국 정부가 나섰다. 리사 낸디 문화부 장관은 "팬들이 좋아하는 밴드의 라이브 공연을 즐길 기회를 배제하는 엄청난 티켓 가격 폭등은 슬프다"라며 "다이내믹 프라이싱 관련 기술의 투명성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키어 스타머 총리도 BBC 라디오에 나와 "(오아시스 콘서트) 티켓 가격이 너무 올라서 많은 일반인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라며 "콘서트를 비롯해 여러 공연 행사를 저 저렴하게 즐길 수 있도록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불똥은 영국을 넘어 유럽으로도 튀었다. 네덜란드의 라라 볼터스 유럽의회 의원은 영국 <가디언>에 "이런 방식의 가격 책정으로부터 유럽 소비자를 보호할 새로운 법률이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이 시스템은 공연장을 아티스트의 열정적인 팬들로 채워 기쁨을 극대화하려는 것이 아니라, 음악으로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것입니다.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영혼이 없는 짓이라 생각하며, 이를 멈추고 싶습니다.

영국 정부가 이를 조사하겠다고 나서서 기쁩니다. 그리고 유럽의회도 이런 불공정 티켓 판매를 막을 새로운 법률을 만들기를 기대합니다"

다만 <가디언>은 "다이내믹 프라이싱은 미국에서 콘서트 티켓을 예매할 때 쓰이는 일반적인 시스템"이라며 "영국과 유럽에서는 비교적 생소할 것"이라고 짚었다.
결국 '수요와 공급' 문제... "중요한 것은 투명성"
 영국 밴드 오아시스 콘서트 티켓 가격 논란을 보도하는 BBC 방송
ⓒ BBC
다이내믹 프라이싱이 더 이상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는 평가도 있다.

영국 대형 회계법인 그랜트손튼의 경제 전문가 셸리언 혼은 BBC에 "기본적으로 수요와 공급에 달린 것"이라며 "오아시스의 콘서트가 평생에 한 번뿐인 경험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기꺼이 그 돈을 내고 티켓을 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진짜 문제는 투명성의 부족"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사람들은 호텔이나 항공편의 가격은 바뀔 것으로 예상하지만, 콘서트 티켓까지 그럴 줄은 몰랐을 것"이라며 "몇 시간을 기다린 끝에 예매 사이트에 접속했지만, 갑자기 올라간 가격을 지불하고 티켓을 살지 여부를 결정할 시간은 5분 밖에 없었다"라고 지적했다.

영국의 공정거래위원회 역할을 하는 경쟁시장청(CMA)은 다이내믹 프라이싱이 불법은 아니라면서도 "판매자는 소비자를 대할 때 공정하고 투명해야 한다"라며 "사람들이 지불할 가격에 대해 분명하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소비자 보호법을 위반할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오아시스 콘서트 티켓을 직접 예매했다는 루시 파월 노동당 하원 원내대표는 "나는 다이내믹 프라이싱 시스템을 좋아하지 않는다"라며 "그것이 완전히 투명한지 확실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가디언>, <인디펜던트> 등 현지 매체는 티켓마스터나 오아시스 측에 콘서트 티켓 판매에 앞서 다이내믹 프라이싱을 확실히 알렸는지, 그리고 소비자 보호법을 준수했는지 등을 물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2016년 영국 정부로부터 불공정 관행 조사를 위임받았던 마이클 워터슨 교수는 "티켓 판매자 측이 사전에 가격 범위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그렇다면 사람들이 더 많은 돈을 낼 의향이 있는지 고민해 볼 수 있고, 덜 놀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국의 저명한 음악 저널리스트 론 좁은 BBC에 "다이내믹 프라이싱은 불공정하다"라면서도 "그것이 어쩌면 영국이 세상을 바라보는 낡은 관점일지도 모른다"라고 인정했다. 하지만 "다이내믹 프라이싱을 받아들이더라도 적절한 규제는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BBC는 "이번 논란으로 인해 오아시스의 명성이 훼손될까"라고 물으면서 이렇게 답했다.

"그럴 수도 있지만, 콘서트는 1년 후에나 열립니다. 티켓을 산 팬들은 그때까지 신용카드 빚을 다 갚을 겁니다. 그리고 티켓 가격을 잊고 음악에 빠져들 준비를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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