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스 전기차·세금 정책 '우클릭', 트럼프 "해리스 당선되면 공황"

강태화 2024. 9. 5.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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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의 승패를 결정할 6개 경합주(swing state) 중에서도 핵심으로 꼽히는 펜실베이니아의 지지율이 동률을 이뤘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펜실베이니아의 민심이 팽팽하게 유지되자 해리스 부통령은 민주당의 핵심 기후 위기 대응을 내세워 제시했던 기존의 정책 공약을 줄줄이 번복하며 펜실베이니아 ‘코드 맞추기’를 본격화했고,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를 ‘거짓 공약’이라고 몰아세웠다.

미국 부통령 겸 민주당 대통령 후보 카멀라 해리스가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에서 열린 캠페인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바이든은 이겼는데…해리스는 트럼프와 ‘동률’

4일(현지시간) CNN이 공개한 여론조사에서 해리스와 트럼프의 펜실베이니아 지지율은 47%로 같았다. 해리스는 북부 러스트벨트(쇠락한 공업지대)에 속한 위시콘신(50% 대 44%), 미시간(48% 대 43%)에선 우위를 보였지만 펜실베이니아에서만 우세를 보이지 못했다.

선거 분석 사이트 ‘270투윈(270towin)’의 분석을 기준으로 226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한 해리스는 펜실베이니아에 배정된 19명을 비롯한 러스트벨트 3개 경합주의 선거인단 합계 44명을 확보하면 선거인단 538명의 과반인 270명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차준홍 기자


해리스의 입장에선 펜실베이니아에서 이기지 못하면 상대적으로 트럼프가 우세를 보이는 남부 국경지대 ‘선벨트’ 일대의 경합주에서 승리를 거둬야하는 힘든 싸움을 하게될 수밖에 없다.

2016년 트럼프는 펜실베이니아에서 힐러리 클린턴 당시 민주당 후보를 7.2%포인트 차로 누르며 대통령이 됐다. 반면 2020년엔 이곳에서 1.16%포인트 차의 신승을 거둔 조 바이든 대통령이 백악관의 주인이 됐다. 펜실베이니아가 당락을 결정한 열쇠였다는 뜻이다.


해리스, 프래킹 이어 전기차도 공약 번복

해리스는 과거 스스로 제시했던 공약을 번복하면서까지 펜실베이니아의 민심을 의식한 정책을 내놓고 있다. 그는 최근 CNN 인터뷰에서 환경 보호를 이유로 금지하겠다고 했던 셰일가스 추출을 위한 수압파쇄법(fracking·프래킹)을 허용하겠다고 한 데 이어, 이날은 2035년까지 전기차 등 무공해 차량만 생산하도록 한다던 공약도 파기했다.

민주당 대선 후보이자 미국 부통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가 4일(현지시간) 뉴햄프셔주 노스햄프턴에서 유세 도중 보호유리 뒤에서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해리스 캠프는 ‘팩트체크’ 이메일을 통해 “해리스는 전기차 의무화를 지지하지 않는다”며 “JD밴스 공화당 부통령 후보의 ‘해리스는 전기차 소유를 강제하길 바란다’는 말은 거짓말”이라고 주장했다. 2040년까지 미국에서 판매되는 승용차의 100%를 ‘탄소 배출 제로 차량’으로 의무화하는 법안은 상원의원이던 해리스가 직접 공동발의했던 법안이다. 지난 대선 때는 탄소배출이 없는 차량의 비중을 2030년 50%, 2035년 100%로 올리겠다는 구체화된 공약도 제시했다.

해리스가 자신의 공약이자 기후대응을 내세워온 민주당의 철학까지 부정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이유는 펜실베이니아가 세계 최대 셰일가스 산지 중 한 곳일 동시에 내연기관 자동차의 생산 거점이기 때문이다. 해리스의 기존 공약을 관철할 경우 펜실베이니아 일자리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해당 분야 종사자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세금도 ‘우클릭’…바이든도 ‘US스틸’ 인수 제동

해리스는 기업 과세에도 ‘우클릭’ 정책을 내놨다. 그는 이날 뉴햄프셔 유세에서 “연소득 100만 달러 이상의 장기 자본 이득에 대한 세율을 28%로 할 계획”이라며 “정부가 투자를 장려해야 경제가 성장하고 일자리가 창출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는 바이든 대통령이 공약했던 39.6%의 세율에서 대폭 후퇴한 것이자, ‘중산층 복원’을 내세운 선거 캠페인의 철학과도 거리가 있다. 오히려 기업과 고소득자를 의식한 트럼프의 정책과 가깝다는 평가도 나온다. 현재 해리스 캠프에는 기업의 후원금이 몰리고 있지만, 기부금을 내는 기업들로부터 ‘부자 증세 포기’ 압박을 받아왔다. 트럼프는 현행 21%인 법인소득세로 15%로 낮춘다는 공약을 발표했지만, 해리스는 반대로 법인소득세율을 28%로 올릴 계획이다.

지난 2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에서 열린 캠페인 행사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연설하는 동안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 겸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박수를 보내고 있다. EPA=연합뉴스

한편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는 이날 바이든 대통령이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불허 방침을 공식적으로 발표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US스틸의 본사는 펜실베이니아 피츠버그에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US스틸의 일본 매각에 부정적 입장을 밝힌 적이 있지만, 사기업 간의 인수를 정부가 불허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얘기다.


트럼프 “해리스 되면 최대 증세와 대공황”

트럼프는 이날 펜실베이니아의 주도 해리스버그에서 폭스뉴스가 진행한 대담 형식의 타운홀 행사에서 “해리스가 당선되면 역사상 최대의 증세가 이뤄지고, 1929년과 유사한 형식의 공황을 맞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2%였던 금리가 (바이든 정부 때) 10%가 됐고, 돈을 구할 수 없고 집을 살 수도 없고 사업을 할 수도 없게 됐다”며 “해리스는 스스로 어떤 일을 초래할지도 모르는 미실현 자본 이득세 등을 부과하는 사이 부자들과 기업들은 미국을 떠나고 미국은 공황을 맞고 파멸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겸 공화당 대선 후보가 4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해리스버그의 뉴홀랜드 아레나에서 폭스뉴스 방송인 숀 해니티의 사회로 열린 타운홀에 참석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프래킹에 대한 입장을 번복한 해리스에 대해서도 “5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펜실베이니아의 가장 큰 사업의 수입은 프래킹에서 얻고 있는데, 해리스가 되면 프래킹은 사라진다”며 “선택의 여지가 없다. 펜실베이니아는 나에게 투표해야 한다”고 했다.

트럼프는 또 해리스에게 역전됐다는 최근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2016년 ABC방송에서)선거 며칠 전에 위스콘신에서 내가 17%포인트 진다는 여론조사를 발표했지만 선거에선 내가 이겼다”며 “(여론조사 기관이)내 지지자들이 투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그렇게 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2016년 당시 대부분의 여론조사는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당선을 예측했지만, 당선자는 트럼프였다. 그가 언급한 위스콘신에서 트럼프는 7.7%포인트 차의 승리를 거뒀다.

트럼프는 이어 “ABC는 최악의 방송사”라며 오는 10일로 예정된 ABC 주관 TV토론에 대해서도 “공정성 면에서 최악”이라고 말했다.

워싱턴=강태화 특파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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