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장 추락 70대, 수술 못받고 숨졌다… 커지는 의료붕괴 공포감

김민주 2024. 9. 5.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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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갈등이 장기화하며 전국 곳곳에서 응급실 진료중단이 현실화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3일 한 대학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 앞에 구급차들이 대기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부산의 공사장에서 일하던 중 크게 다친 70대 남성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수술받지 못하고 사망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이에 의대 정원 증원에 반발하며 많은 전공의가 의료 현장을 떠난 공백이 길어지는 가운데 응급 의료 체계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추락 70대, 50㎞ 떨어진 병원서 숨져


5일 부산경찰청과 소방재난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 2일 오전 8시11분쯤 부산 기장군 한 공장 신축 공사 현장에서 70대 남성 A씨가 추락했다. A씨는 공사 자재를 들고 계단을 내려오던 중 2층 높이에서 1층으로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대원들은 응급처치를 마친 뒤 이송 가능한 병원을 수배했다. 상태가 나쁜 것으로 판단해 사고 현장 인근 2, 3차 병원에 먼저 연락했다고 한다. 이 부근엔 해운대 백병원, 양산부산대병원 등이 있다.

지난 6월 18일 부산 서구 부산대병원 외래센터에서 환자와 보호자들이 진료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 뉴스1

하지만 구조대원들은 인근 병원에서 수용할 수 없다는 답변을 받고 A씨를 50㎞ 떨어진 고신대복음병원으로 옮겼다. 일반 자동차로 주행하면 약 1시간 걸리는 거리다. 소방 관계자는 “여러 병원에 연락한 10분을 포함해 A씨 이송에 총 40분가량 걸렸다. 병원 몇 곳에 연락했는지는 밝히기 어렵다”며 “A씨는 심한 통증을 호소했지만, 이송을 마치는 시점까지는 의식이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송된 A씨는 수술받지 못하고 이날 오후 12시30분쯤 숨졌다.


수술 못 받고 전원도 안 돼


고신대복음병원 관계자는 “이송 때부터 수술 등 처치가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을 A씨 보호자 등에게 설명했다. 실제로 A씨를 진단해보니 등뼈가 부러지면서 폐 손상 위험이 있는 등 위중했다. 흉부외과 전문의는 수술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에서 수술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해 전원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다른 병원을 파악하던 중 A씨가 숨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부산대병원 관계자는 “실제 전원 요청이 있었는지는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며 “다만 A씨를 이송하는 단계에서 구조대원들이 우리 병원에 수용 가능 여부를 문의한 적은 없는 것으로 파악했다”고 밝혔다.


응급실 진료 제한 메시지 급증


여러 병원을 수소문하다가 사망하거나 치료기 지연되는 사고는 또 있었다.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소방노조 부산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부산 북구에서 야외 작업하던 40대 남성이 열사병 증세로 쓰러졌지만, 부산 응급센터 20여곳에서 수용하지 못해 1시간 거리 울산 병원까지 갔다. 병원 도착 당시 심정지 상태였던 이 남성은 지난 1일 숨졌다. 지난달 4일엔 경기도에서 만 2세 여아가 열경련 증세를 보여 구조대가 출동했지만, 1시간여 동안 병원 11곳에서 수용이 거부돼 의식을 잃은 뒤에야 병원으로 이송되는 일이 있었다. 부산대병원 한 외과 교수는 “6개월 넘게 응급실 등 진료 현장을 돌보던 교수나 전공의도 한계다. 의료 체계가 급속히 무너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주원 기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선민 의원(조국혁신당)이 보건복지부 ‘응급실 진료 제한 메시지 표출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2월부터 8월 26일까지 중앙응급의료센터 종합상황판에 표시된 응급실 진료 제한 메시지는 총 7만2411건으로 나타났다. 진료 제한은 응급실 처치 뒤 후속 진료가 불가능하다는 의미로, 지난해 같은 기간 메시지 건수(5만9004건)와 비교하면 1만3407건(22.7%) 늘었다. 특히 지난달 응급실 진료 제한 메시지는 1만610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639건(52.2%)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전문의 부재’ 등 의료인력 사유가 3721건(35.1%)으로 집계됐다.

부산=김민주 기자 kim.minju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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