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갈 길 먼 아동극, 시장 성장에도 지원·시스템은 제자리 [아동극도 ‘극’이다③]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학전 뜻 이어받아 '아르코꿈밭극장' 개관
아동극 정보 갈무리한 공공 플랫폼 필요
아동극 시장이 규모를 키워가고 있다지만, 관계자들은 여전히 아동을 위한 공연 환경은 갈 길이 멀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고(故) 김민기 대표가 이끌던 소극장 학전이 수준 높은 아동극을 올리면서 시장 발전에 기여했던 것처럼, 사실상 아동 공연시장이 개인이나 민간 단체에 의지하는 실정이라는 지적이다.
김 대표는 공부를 하고 싶어도 못 하는 아이들을 위해 무료 야간학교를 열었고, 달동네 아이들을 위한 유아원 건립을 위해 공연을 해달라는 요청에 기꺼이 나서기도 했다. 또 ‘지하철 1호선’이 큰 성공을 거둔 이후에도 어린이들을 위한 아동극에 뛰어들었다. 돈이 되지 않는 일이지만 적자를 내면서까지 힘을 쏟은 것이다.
그 덕에 학전에서는 ‘슈퍼맨처럼’(2008년 초연) ‘고추장 떡볶이’(2008년 초연) 등 아동극 시리즈를 꾸준히 선보여 왔다. 집요함에 가까운 김 대표의 어린이극에 대한 열정이 만든 결과물이다. 특히 학전이 내놓은 아동 공연은 공통적으로 어린이 관점에서 어린이들이 실제 고민을 하게 만들었다는 것에서 그 가치가 발현된다. 더해 아동극의 레퍼토리화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갖는다.
한 언론 인터뷰에서 김 대표는 “우리 아이들에게 제공되는 학교와 학원의 입시 위주 교육 외에 문화적 소스라고는 TV와 게임 미디어밖에 없다. 그것만 가지고 아이들의 정서적, 정신적 생활을 건강하게 할 수는 없다. 보고, 듣고, 말하고, 만지고, 느낄 수 있어야 한다. 그 안에서 종합적 이성이 완성될 수 있다. 지금 한국 아이들은 너무 협소하게 자라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한다. 아이들을 위해 지금 우리의 작업은 최소한의 것이다. 제가 힘들다고 그것마저 포기할 순 없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학전처럼, 이러한 작업들을 공공에서 진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대표의 건강이 나빠진 탓도 있지만, 결국 학전이 문을 닫게 된 것은 오랜 기간 이어진 재정난이 가장 큰 이유다. 그나마 학전이 폐관하고 이곳을 한국국문화예술위원회가 이어받아 아동과 청소년을 위한 ‘아크로꿈밭극장’으로 재개관하면서 김 대표의 뜻을 이어간다. 운영은 국제아동청소년연극협회 한국본부(아시테지)가 함께 한다.
정병국 한국문화예술위원장은 “아르코꿈밭극장을 통해 학전의 역사성과 정체성을 계승하고 어린이·청소년을 위한 수준 높은 공연과 양질의 대관 서비스로 소규모 공연단체 지원을 강화할 것”이라며 “향후 안정적인 공연장 운영을 위해 5억원 규모의 펀딩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근 아르코꿈밭극장에서 진행한 ‘2024 제32회 아시테지 국제여름축제’를 찾은 A씨는 “학전이라는 이름으로 운영됐을 당시 ‘고추장 떡볶이’를 보러 온 적이 있다. 큰 울림을 안고 공연장을 나선 기억이 있어 이곳이 어떻게 변했을지 궁금했다”면서 “학전 폐관의 아쉬움이 컸지만 이곳이 아이들을 위한 극장으로 바뀌고 단순히 공연을 보는 것을 넘어 여러 체험 활동 등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으로 바뀐 것 같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고 평했다.
어려운 가운데서도 학전의 작품들이 무대화되면서 보여준 것은 아동극 역시 ‘작품성’이 중요하다는 점과 예술성 있는 아동극은 레퍼토리화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한 공연 관계자는 “아동극이라도 해서 무조건 유치하고 흥미만 유발하는 것이 아니다. 창작자 입장에서 아이들의 흥미를 끄는 동시에 어떻게 그 안에 가치를 담아낼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아무리 예술성 있는 작품이 있더라도 예산 부족의 문제가 발생한다면 일회성에 그치는 경우도 많다. 실제로 정부의 창작 지원이 성인극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보니 현재 대부분의 아동 공연이 장기적으로 운영되지 못하는 면이 크다”면서 “아이들을 위한 공연장, 아이들을 위한 작품이 원활하게 운영되고 다양한 시도들이 생기려면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꼬집었다.
또 이 관계자는 어린이 공연 정보를 갈무리한 공공 플랫폼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그는 “아동극은 전체 공연 시장에서 결코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에도 공연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통로가 매우 제한적”이라며 “문화재단이나 협회 등에서 공연 정보를 수집하곤 있지만 활용도가 떨어진다. 더 편하고 쉽게 공연의 정보를 찾아볼 수 있도록 하는 공공 플랫폼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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