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K-우먼]판다이모 '오바오'…"주2회 PT 받으며 끈기로 해낸다"

문채석 2024. 9. 5. 14: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오승희 삼성물산 리조트부문 프로
국내 첫 여성 자이언트 판다 주키퍼
러바오와 끈질기게 교감한 뒤 친해져
강바오·송바오 "열심히 한 만큼 판다 행복"
오바오 "루이·후이 '행복 디자이너' 되고파

자이언트 판다 가족 '바오패밀리'의 막내 쌍둥이 판다인 루이바오, 후이바오 이모로 통하는 '오바오'. 오승희 삼성물산 리조트부문 프로다. 오 프로는 지난해 7월부터 루이바오, 후이바오를 돌보고 있다. 국내 최초 여성 자이언트 판다 주키퍼(사육사)가 됐다. 에버랜드 인기 유튜브 콘텐츠 '오와둥둥'을 찍으며 명성을 얻었다.

주키퍼는 업무상 힘이 필요할 때가 있다. 남녀를 불문하고 힘이 달리면 하루가 고달프다. 때로는 동물을 들고 때로는 먹이를 나르는 일이 생긴다. 가끔씩 힘들다 느껴질 때는 '가치 없는 경험은 없다'는 철학을 되새긴다. 주2회 퍼스널트레이닝(PT)을 받는다.

막연한 '동물사랑' 만으로 주키퍼 일을 하기는 힘들다. '금녀의 벽'이라는 표현을 쓰긴 힘들지만 오 프로가 자이언트 판다 주키퍼 중 유일한 여성인 것도 사실이다. 오 프로는 '끈기'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동물 사육은 물론 오 프로만의 고객 소통 노하우 등을 활용해 루이바오, 후이바오 이모가 될 기회를 잡았다. 기회가 올 때까지 잘 준비했음은 물론이다.

-주키퍼가 되기 전과 후를 포함해 가장 큰 도전은 무엇이었나.

▲주키퍼가 되기 전까지는 그 과정이 가장 큰 도전이었다. 반려동물 전문기업 디비에스의 동물 놀이방 '이리온'에서 3교대 근무를 하며 강아지를 돌보면서 에버랜드 입사를 준비했다. 들어와서는 이리온 포함 8년간 강아지를 보살피다가 2020년 판다월드로 보직이 바뀌면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반려동물을 보살피는 것과 야생동물을 보는 것은 완전히 다른 업이다. 8년간 배운 기존 업무를 모두 버리고 새로 시작해야 했다.

-야생동물을 보살필 때 가장 어려운 업무 하나만 꼽으면.

▲반려동물은 가까이에서 직접 동물을 만지며 관리할 수 있지만 야생동물은 대부분 그럴 수 없다. 관찰을 통해 동물 마음을 잘 읽고 대응해야 한다.

-바오가족 아빠 판다인 러바오와 첫 6개월간 신경전을 했다고 들었는데.

▲2020년에 판다월드로 와서 처음 만난 러바오는 익숙하지 않은 여자 주키퍼 목소리를 낯설어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친해지기 쉽지 않았다. 반려동물처럼 직접 내실에 들어가서 소통할 수도 없었다. 적응 당시 러바오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며 과시행동을 하기도 했다. 판다월드 문을 열었는데도 러바오가 방사장으로 나가지 않은 적도 있었다. 친해지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그럴 때마다 강철원, 송영관, 이세현 주키퍼 등 선배들은 재촉하지 않고 내 리드에 따라 러바오가 방사장으로 나올 때까지 기다려줬다. 다행히 지속적으로 러바오와 교감하며 방사장 외출에 성공했다. 그날 이후부터 러바오와 친해지기 시작했다. '해냈다' 싶더라.

-판다월드에서 겪었던 가장 큰 고난은.

▲푸바오가 이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을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판다를 돌보는 것과 별개로 관람객들이 많아지며 고객 응대 업무가 늘어났다. 선배들이 내게 대기 줄에서 고객들을 안내하는 일을 맡겼다. 3년간 이리온에서 손님 응대하는 업무를 경험했던 게 도움이 됐다. 가족 단위 손님, 혼자 오는 손님, 대표로 줄 서는 손님 등 다양한 고객들을 어떻게 응대해야 할지 판단해야 했고, 차츰 요령이 생겼다. 또 판다는 소음에 예민해서 고객들에게 소음에 주의해달라고 꾸준히 안내하는 중이다. 요즘에는 고객들의 관람문화가 많이 성숙해져서 손님이 아무도 안 왔나 싶을 정도로 판다월드가 조용해졌다. 1인 관람 문화도 확산했다.

오승희 주키퍼가 쌍둥이 판다 루이바오와 후이바오가 장난치며 노는 것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다. 사진=허영한 기자 younghan@

-주키퍼 일을 하다 보면 때때로 힘도 필요할 것 같다. 여성들에게 쉽지 않을 듯하다. '왕도'도 없고 판다월드에는 여성 선후배도 많지 않은데 어떻게 극복했나.

▲항상 '가치 없는 경험은 없다'고 생각한다. 날 버티게 해준 원동력이다. 최근 후배들과 얘기하다 보면 "동물 관리에 집중하고 싶은데 고객 응대가 너무 많다"고 토로한다. 그럴 때마다 "세상에 가치 없는 경험은 없으니 다르게 생각해보자"고 말해준다. 2020년에 판다월드에 처음 왔을 때 판다월드에는 여자 주키퍼가 아무도 없었다. 주키퍼 업무 전환 이후 처음부터 동물 관리와 관련해 많은 '일'을 부여받지 못했다. 선배들 옆에서 꾸준히 보고 배웠다. 지금은 막내 판다 루이바오, 후이바오를 돌보는 업무를 맡고 있다. 이리온에서 3년간 일했던 경험을 활용해 동물 관리뿐 아니라 고객과 소통도 열심히 했다.

-최근 '오와둥둥' 콘텐츠를 찍는 등 대외활동이 늘었다. 원동력으로 작용하나, 부담이 되나.

▲처음엔 부담이 컸다. 출연을 거절했다. 유튜브 채널 '말하는 동물원 뿌빠TV'의 인기 코너 '전지적 할부지 시점(전할시)'에서 강철원 주키퍼가 푸바오를 보살폈는데 내가 오와둥둥을 맡으면 전할시와는 방송의 질이 매우 다를 것 같아 걱정했다. 강철원, 송영관 선배로부터 "주키퍼는 내가 아니라 동물을 빛내야 하는 사람"이라며 "전할시를 통해 푸바오를 빛내줬듯 (오와둥둥이) 루이바오와 후이바오를 빛나게 해주는 방법일 수 있다"는 조언을 듣고 출연을 수락했다. 푸바오처럼 루이바오, 후이바오도 많이 알려야겠다고 생각했다. 반응이 괜찮고 현장에서도 많은 응원을 받는다. 요즘은 오와둥둥이 일하는 데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즐기고 있고 부담은 내려놨다.

-여전히 여성 주키퍼는 소수다. 자이언트 판다 주키퍼는 더욱 그렇다.

▲자이언트 판다를 보살피다 보면 힘을 써야 할 때가 생긴다. 그래서 때론 배려도 받는다. 배려받을 때 마냥 기쁘지는 않았다. 배려해주신 걸 알지만 '내가 진짜 못하는 건가'라고 받아들였다. 그럴 때 인정했다. 대신 남들, 남자 주키퍼보다 내가 잘하는 일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꾸미는 일, 섬세한 일이었다. 동물들의 인리치먼트(행동 풍부화)를 위해 무언가를 꾸며주는 일, 동물과 섬세하게 소통할 수 있는 일을 찾아봤다. 레서판다를 키울 때 처음으로 생일 케이크를 만들어줬다. 기존엔 대나무로 만든 단조로운 케이크가 많았다. 무늬를 넣은 '나만의 케이크'를 줬다. 내부 반응을 보니 '이거다' 싶더라. 요즘엔 송바오(송영관 주키퍼)의 인리치먼트 역량을 쫓아가려 하고 있다.

-운동 루틴은 있나.

▲선배들이 운동을 따로 하더라. 나도 따라서 운동을 시작했고 2년 정도 됐다. 성별과 관계없이 체력적으로 처지면 안 된다. PT를 주 2회 받는다. 근력 운동 위주로 한다. 팔다리를 단련한다. 한 번 갈 때 1시간 정도 상체, 하체 각각 30분씩 운동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유산소 운동을 한다.

-남자 주키퍼와 똑같이 일하기 힘든 부분은 없나.

▲루이바오, 후이바오가 태어난 지난해 7월 이후 3개월간 판다월드 주키퍼들은 철야 근무를 했다. 밤 8시부터 아침 8시까지다. 야생동물이고 야간 근무라 위험하고 힘들어서 여성인 내 근무에 대한 고민도 있었지만 선배들이 믿고 함께 하게 해줬다. 그때 오히려 체력을 많이 길러야겠다고 결심하게 됐다. 맡겨주신 만큼 '못하겠다'는 말은 정말 하고 싶지 않았다.

에버랜드 판다월드 오승희 주키퍼가 판다월드 사무실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허영한 기자 younghan@

-국내 최초 자이언트판다 여성 주키퍼라는 타이틀이 붙었다.

▲여성 주키퍼가 아니라 그냥 주키퍼로서 아이들(루이바오, 후이바오)이 건강하게 자라도록 키우는 것은 기본이다. 큰 목표는 언니 푸바오처럼 루이바오, 후이바오를 건강하게 키우는 것이다.

-가장 큰 목표는 무엇인가.

▲내가 맡은 동물을 제일 행복한 동물로 만들어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동물이 찾는 주키퍼'라고 표현하면 되겠다. 루이바오, 후이바오처럼 내가 맡은 동물은 적어도 우리나라 동물 중에서는 가장 행복해야 하지 않을까. 동물원은 종(種)보존을 위해 존재할 수밖에 없는 공간이다. 동물원에서 내가 담당한 동물만큼은 제일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동물들의 '행복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

-여성 후배, 동료 주키퍼에게 전하고픈 메시지는.

▲무엇보다 끈기가 중요하다. 또 체력을 꼭 기르라고 당부하고 싶다. 예를 들어 끈기 있게 일하다 체력이 부족하다고 느끼면 체력을 기르게 된다. 그리고 자신만의 강점을 찾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또 항상 물음표를 품어야 한다. 예를 들어 평소 3시에 일어나는 엄마 판다 아이바오가 왜 2시에 일어났는지를 고민한다. 익숙해지면 거기서 끝이다. 후배들에게도 "단순히 일만 하는 게 아니라 그 일을 왜 해야 하는지 많이 물어보라"고 한다.

-루이바오, 후이바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지금처럼 건강하게 커 줬으면 좋겠다. 손님들이 루이바오, 후이바오를 보면서 보이는 반응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콘텐츠를 보면 둘에게서 '몽글몽글'한 감정을 느끼는 것 같다. 내가 직접 아이들에게 느끼는 감정보다 루이바오, 후이바오를 바라보는 다른 사람의 시점이 더 흥미롭다. 루이바오, 후이바오는 너무 많은 분께 재미와 행복을 주고 있다. 귀여움은 원래 갖고 있었으니 건강하게 잘 크기만 하면 된다.

오승희 에버랜드 주키퍼는

국내 최초 여성 자이언트 판다 주키퍼다. 삼성물산 리조트부문 에버랜드 동물원 소속이다. '푸바오 쌍둥이 동생'으로 유명한 루이바오, 후이바오를 주로 돌본다. 신구전문대 동물자원학과를 졸업했다. 반려동물 전문기업 디비에스의 동물 놀이방 이리온에서 4년간 일하다 2017년 삼성물산 리조트부문 안내견학교에 합류했다. 2020년 3월 에버랜드 동물원으로 넘어와 레서판다를 담당해왔다. 지난해 7월 루이바오, 후이바오가 태어나면서 자이언트 판다 담당으로 보직을 바꿨다.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