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단지 뗀 여중생 송치…경찰서 민원 폭주에 서장 사과

박은주 2024. 9. 5.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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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용인의 한 아파트 엘리베이터 거울에 붙어있던 비인가 게시물을 떼어낸 여중생을 재물손괴 혐의로 검찰에 송치한 용인동부경찰서 홈페이지에 시민들의 항의 글이 쏟아지고 있다.

앞서 경기 용인동부경찰서는 지난달 8일 용인시 기흥구의 한 아파트에 사는 중학생 A양을 재물손괴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엘리베이터 거울에 붙은 비인가 게시물을 떼어냈다는 이유로 재물손괴 혐의를 적용한 경찰의 판단이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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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거주하는 아파트 엘리베이터 거울에 붙은 비인가 게시물을 떼어내는 여중생 A양. 오른쪽은 해당 사건을 수사한 경기 용인동부경찰서 홈페이지에 올라온 항의 글. JTBC 사건반장, 용인동부경찰서 홈페이지 캡처


경기도 용인의 한 아파트 엘리베이터 거울에 붙어있던 비인가 게시물을 떼어낸 여중생을 재물손괴 혐의로 검찰에 송치한 용인동부경찰서 홈페이지에 시민들의 항의 글이 쏟아지고 있다.

5일 경기 용인동부경찰서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30분 기준 경찰의 수사를 비판하는 글이 500여개 게시됐다. 게시물 제목은 “우리 집 문 앞에 광고 전단지 떼려면 어디다 전화해야 하나요?” “저희 아파트에도 전단지가 붙어 있어서 112 신고하려고요” “저도 광고물을 뗐는데 자수하겠다” 등이다.

한 작성자는 “어떻게 전단을 떼어야 처벌받지 않는지 알려 달라”며 “지금까지 이런 광고 전단 100개는 넘게 뗀 것 같은데 저도 처벌받게 되느냐”고 말했다. 다른 작성자도 “재물손괴죄로 처벌받고 싶지 않으니 우리 아파트에 있는 전단을 떼어달라”고 적었다.

일부 게시물에는 용인동부경찰서장 명의의 ‘답글’이 달리고 있다. ‘용인동부 경찰서장입니다’라는 제목의 답글에는 “많은 소중한 의견 중 이 게시글에 답변을 드린다”며 “언론보도 관련하여 많은 분들에게 걱정을 끼친 점 서장으로서 죄송하다는 말씀부터 드린다”는 내용이 담겼다.

아울러 “해당 사건 게시물의 불법성 여부 등 여러 논란을 떠나서 결과적으로 좀 더 세심한 경찰행정이 이뤄지지 못한 점에 대해서 아쉽게 생각하고 있다”며 “여러분의 관심과 질타를 토대로 더욱 따뜻한 용인동부 경찰로 거듭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내용도 있었다.

용인동부경찰서 관계자는 이날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현재 경찰서로도 민원 전화가 접수되고 있다”며 “해당 답글의 경우 서장님이 직접 작성하신 게 맞는다”고 밝혔다.

경기 용인동부경찰서 홈페이지에 올라온 시민들의 항의 글과 서장 명의의 답글. 용인동부경찰서 캡처


앞서 경기 용인동부경찰서는 지난달 8일 용인시 기흥구의 한 아파트에 사는 중학생 A양을 재물손괴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A양은 지난 5월 11일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타고 자신의 집으로 가던 중 거울에 붙어있는 비인가 게시물을 뜯어낸 혐의를 받는다. 당시 A양은 거울을 보던 중 해당 게시물이 시야를 가리자 이를 떼어낸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게시물은 아파트 내 주민 자치 조직이 하자보수에 대한 주민 의견을 모으기 위해 부착한 것으로, 관리사무소로부터 게재 인가를 받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경찰은 A양의 행위가 재물손괴의 요건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 A양과 마찬가지로 게시물을 뜯은 60대 주민 B씨와 해당 게시물 위에 다른 게시물을 덮어 부착한 관리사무소장 C씨도 함께 송치됐다.

A양이 떼어낸 비인가 게시물. JTBC '사건반장' 캡처


경찰은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2022년 평택지원에서 내려진 공동주택관리법 판례를 참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동주택관리법에는 관리주체의 동의를 받지 않은 게시물을 관리주체가 임의로 철거할 수 있다는 규정이 없다. 따라서 적법하게 게시물을 철거하기 위해선 부착한 주체에게 자진 철거를 요청하거나 민사소송을 제기해야 한다는 게 법원 판단의 요지였다.

A양이 거주하는 아파트에서는 지난해 7월에도 같은 취지의 112 신고가 접수돼 주민 2명이 재물손괴 혐의로 송치된 적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아파트는 하자보수 보상 범위를 놓고 주민 자치 조직과 입주자대표회의, 관리사무소 간의 갈등이 계속 이어져 왔다고 한다. 주민 자치조직 측의 112 신고 역시 이런 상황에서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건은 A양측이 국민신문고를 통해 경찰의 판단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한 방송을 통해 소개되며 시민들의 공분을 샀다. 엘리베이터 거울에 붙은 비인가 게시물을 떼어냈다는 이유로 재물손괴 혐의를 적용한 경찰의 판단이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논란이 거세지자 용인동부서의 상급 기관인 경기남부경찰청은 검찰과 협의해 보완 수사를 결정했다.

사건을 다시 돌려받은 용인동부서는 A양 등의 행위가 재물손괴 혐의의 성립요건에 부합하는지 다각도로 살피고 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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