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기본법' 조속 처리해야…이대론 규제도 진흥도 어려워"
산업계 “AI 투자 기업 정책적 지원 늘려야”
생성형 인공지능(AI)에 대한 글로벌 각축전이 심화하는 가운데 AI 인재 양성, 연구개발(R&D) 등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는 기업들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부족하다는 산업계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들은 정책적 지원이 늘어야 기술이 발전하고 재투자가 이뤄지는 선순환이 일어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장겸 국민의힘 의원은 5일 오전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국내 인공지능(AI) 생태계의 현황과 향후 진로 논의를 위한 '대한민국 AI 생태계 특징과 발전 방향' 토론회를 주관했다.
토론회에서는 ▲김향미 LG AI연구원 팀장이 '대한민국 AI 생태계 특징 및 경쟁력 확보 방안'을 ▲유재흥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SPRi) 책임연구원이 '생성형 AI 생태계 현황과 이슈'를 ▲전종식 경남대학교 교수가 '청년들이 몰려오는 지역혁신 AI 생태계 활성화 방안'을 주제로 각각 발표에 나섰다.
토론자로는 장현기 SK텔레콤 AI혁신센터 센터장, 오순영 과실연 AI미래포럼 공동의장, 이상직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이상근 서강대학교 경영학부 교수가 참여했다.
김 의원은 개회사를 통해 “윤석열 정부는 2030년 ‘글로벌 3대 AI 강국’ 도약을 위해 9조4000억원의 투자를 약속했는데 투자와 동시에 AI 발전에 따른 위험에도 대비해야 한다”며 “최근 AI 기술이 디지털 성범죄 도구로 전락해 큰 우려를 낳고 있다. 진흥과 규제가 동시에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첫 번째 발표를 맡은 김향미 LG AI연구원 팀장은 한국이 꾸준한 노력으로 AI 선진국 반열에 들었으나 아직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 근거로 글로벌 AI 인덱스 순위를 들었다. 해당 지표에 따르면 한국은 전체 순위 6위로, 상위 10개 국가에 속한다. 그러나 분야별로 보면 인재, 제도·규제, 논문, 자금·투자 순위는 10위권 밖에 머물렀다.
그러면서 인재 양성에 기여하는 기업에 대한 정책적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팀장은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생성AI 선도인재양성 사업 공고를 냈는데 들어갈까 말까 고민하다 결국 들어가지 않기로 했다. 사업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굉장히 많은 재원이 들어가는데 막상 기업에 돌아오는 이익이 없어 부담이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기업도 함께 지원하는 방향으로 과제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
세제 혜택 필요성도 역설했다. 김 팀장은 "R&D(연구개발)와 관련한 조세특례법에는 중소기업 대상으로 한 혜택은 많은데 대기업은 그렇지 않다"며 AI 투자 규모는 어마무시하다. 투자 비용에 대한 혜택을 어느정도 준다면 재투자가 일어나는 선순환 구조가 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유재홍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책임연구원은 AI 안전성 이슈 확대에 따른 AI 규제 강화를 우려하면서 “법적인 제재보다는 기술적, 국제적 협력 등을 통해 비(非)법적인 방식으로 제재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 “빅테크와 국내 기업간 규제 이슈가 발생했을 때 국내 기업을 역차별하는 일이 없도록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며 “아울러 EU의 AI 규제 법안이 연내 시행되는 가운데 국내 기업들이 이같은 최소한의 규제를 준수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토론에 나선 장현기 SK텔레콤 AI혁신센터장은 생성형 AI의 수익화 과정에서 새롭게 직면한 한계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LLM은 자연어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자연스럽게 대화할 수 있지만 기업이 이를 활용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며 “예를 들어 LLM은 내가 사용하는 요금제가 얼마인지는 알려줄 수 있다. 그러나 요금제를 바꿔달라는 요청을 들어주려면 내부 시스템 자체가 바뀌어야 하는데 AI와 시스템간 연결이 쉽지 않다”고 했다.
학계는 AI 기본법의 국회 통과를 독촉했다. 오순영 바른 과학기술사회 실현을 위한 국민연합(과실연) AI미래포럼 공동의장은 “산업을 규제하고 진흥하려면 기본적인 틀이 있어야 하지만 AI 기본법이 없어서 규제도 진흥도 어렵다”며 “최근 딥페이크 때문에 AI 기본법 통과가 또 늦어졌다고 하는데 언제까지 (법이) 완벽해져야 하나. 국회에서 지금까지 충분히 많은 계획을 세웠다. 이제는 실행해야 할 때”라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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