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경제 1년 6개월 만에 '뒷걸음'…내수 부진에 ‘발목’(종합)
얇아지는 지갑…총소득 1.4%↓
한은 “내수 침체 심화 가능성 낮아”
우리나라 경제가 1년 반 만에 뒷걸음질쳤다. 국제유가와 천연가스 등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교역조건이 악화됐고, 국민 소득도 크게 줄었다.
다만 한국은행은 하반기 수출이 증가하고 기업 투자 여력이 증대되는 가운데 가계 실질 소득도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분기 국민소득(잠정)' 통계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분기 대비 0.2% 감소했다. 2023년 1분기부터 이어 온 분기별 플러스 성장률이 1년 6개월 만에 깨진 것이다.
2분기 GDP는 앞서 발표한 속보치와 동일한 수치로 지난 2022년 4분기(-0.5%) 이후 최저치다. GDP는 2022년 4분기 -0.4%를 기록해 2년 6개월 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한 후 이듬해 1분기 0.4% 반등하며 5분기 연속 플러스를 이어간 바 있다.
한은은 2분기 GDP는 1분기 깜짝 성장(1.3%)에 따른 기저효과가 크게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2분기 GDP는 앞서 속보치 추계 시 반영하지 못한 통계를 추가했다. 그 결과 ▲설비투자(0.9%포인트(p)) ▲수출(0.3%p) ▲수입(0.4%p) 등이 상향 수정되고 건설투자(-0.7%p)와 정부소비(-0.1%p) 등은 하향 수정됐다.
경제활동별로 보면 제조업은 운송장비 등이 늘어 전분기 대비 0.8% 증가했다. 건설업은 건물건설과 토목건설이 모두 줄어 6.0% 감소했다. 이는 1998년 1분기(6.8%) 이후 26년 만에 최저치다.
서비스업은 정보통신업, 도소매 및 숙박음식업 등이 감소했지만 운수업, 부동산업 등이 늘어 전분기 수준을 유지했다.
지출항목별로 보면, 수출은 자동차, 화학제품 등을 중심으로 1.2% 증가했고, 수입은 에너지류(원유, 천연가스 등)와 석유제품 등을 중심으로 1.6% 늘었다.
민간소비는 재화(의류, 승용차 등) 소비 부진으로 전기 대비 0.2% 감소했다. 지난해 2분기(-0.3%) 이후 최저치다. 정부소비는 물건비 지출 등이 늘어 0.6% 늘어나 지난해 4분기(0.5%) 이후 최고로 상승했다.
건설투자와 설비투자는 각각 건물 및 토목건설과 기계류(반도체 제조용장비 등)가 줄며 1.7%, 1.2% 감소했다. 수출은 자동차, 화학제품 등을 중심으로 1.2% 증가했고, 수입은 에너지류(원유, 천연가스 등)와 석유제품 등을 중심으로 1.6% 증가했다.
그 결과 1분기 성장률에 대한 민간 기여도는 지난 1분기 1.2%p에서 -0.2%p로 낮아졌고, 정부 기여도는 0.1%p에서 0.0%p로 떨어졌다.
세부적으로 순수출(수출-수입) 기여도는 0.8%p에서 -0.1%p로 낮아졌다. 민간소비는 0.3%p에서 -0.1%p로 떨어졌고, 정부소비는 0.1%p로 1분기와 같았다.
건설투자 기여도는 0.5%p에서 -0.3%p로 낮아졌고, 설비투자는 -0.2%p에서 -0.1%p로 소폭 개선됐다. 지식재산생산물투자는 0.1%p에서 -0.1%p로 내렸다.
실질 국민총소득(GNI)은 전기 대비 1.4% 떨어졌다. 지난 2021년 3분기(-1.6%) 이후 11분기 만에 최저치다. 다만 전기 동기 대비로는 3.4% 늘었다. 실질 GNI는 국민이 일정 기간 국내외에서 벌어들인 소득의 실질 구매력을 나타내는 지표다.
실질 GNI가 감소했다는 것은 국민들의 경제여력이 그만큼 줄었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전국 1인 이상 가구의 월평균 실질 흑자액은 2022년 3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 8개 분기 연속으로 줄었다.
실질 GDP에 그해 물가를 반영한 명목 GDP는 전기 대비 1.0%, 전년 동기 대비 7.2% 올랐다. 명목 GNI는 전기에 비해 0.9% 올랐고, 전년 동기 대비로는 6.0% 상승했다.
교역조건 개선으로 실질 무역 손실 규모가 지난 1분기 11조3000억원에서 2분기에 16조6000억원으로 확대되면서 실질 국내총생산 성장률(-0.2%)을 하회했다. 국제유가와 천연가스 등 원자재 가격이 오른 영향이다.
실질무역손실이 커지면 국내 생산 활동이나 수출이 활발해지더라도 소득 증대 효과가 미미해 결국 소비 위축과 투자 부진으로 이어질 수 있다.
종합물가지수인 GDP디플레이터는 전년 동기 대비 4.8% 상승했다. 지난 2002년 4분기(4.8%) 이후 21년 만에 최고치다. GDP디플레이터는 명목GDP를 실질GDP로 나눈 값으로 수출입 등까지 포괄하는 종합적 물가지수다.
총저축률(35.1%)은 전기대비 0.1%p 올랐고, 국내총투자율은 30.7%로 전기보다 1.0%p 상승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하반기 경기침체 우려에 대한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다만 한은은 경기 회복 흐름이 이어지면서 지난달 발표한 올해 연간 성장률 전망치(2.4%)를 달성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강창구 한은 국민계정부장은 “2분기에 마이너스 성장했다고 해서 내수 침체가 심화될 가능성은 낮다”며 “하반기부터 내수의 회복 속도가 조금 빨라지는 측면이 있다”며 “최근 발표된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소매판매는 부진한 것으로 나왔으나 소비자심리지수가 100을 상회하면서 나쁘지 않고, 서비스생산지수는 두 달 연속 플러스를 나타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긍정적인 요인들을 감안하면 내수가 침체되거나 경기가 하반기에 나빠지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지난달 제시한 연간 성장률 전망치 달성이 가능하냐는 질문에 대해 “2분기 성장률은 1분기 큰 폭 성장에 따른 기저효과가 있었다”며 “지난 조사국 전망 때 하반기 경제 전망에 대해 수출이 호조세를 지속하고 기업의 투자 여력이 증대되는 한편 가계는 물가 상승률이 둔화되면서 실질소득 개선으로 회복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했는데 이에 대해 같은 의견”이라며 “연간 성장률 전망치를 부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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