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혁 국힘 최고위원 "의정갈등 책임자, 거취 결정하라"

곽우신 2024. 9. 5.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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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지도부 안에서 공개적으로 정부 책임론 제기... 나경원도 "책임부처의 장들은 물러나야"

[곽우신 기자]

▲ 한동훈 발언 듣는 김종혁 김종혁 국민의힘 최고위원(맨 왼쪽)이 8월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한동훈 대표의 발언을 듣고 있다.
ⓒ 남소연
"책임을 통감하고 당사자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시기를 촉구한다." - 김종혁 국민의힘 최고위원

집권여당 지도부에서 '의정갈등' 관련 정부 인사가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구체적으로 특정인을 지목하지는 않았지만,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나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는 데 대해 책임을 따져 물은 것이다.

앞서 한동훈 국민의힘 당 대표는 2026학년도 의과대학 정원 증원을 유예하자고 정부에 제안하며, 의정갈등을 중재하고자 했으나 정부 측으로부터 이를 거절당했다. '의정갈등'이 '당정갈등'으로 번지는 모양새가 됐고, 용산 대통령실 측에서는 이를 '한정갈등'으로 규정하며 대립 구도가 선명해졌다.

이런 가운데 대표적인 '친한동훈계'로 꼽히는 김종혁 최고위원이 정부를 향해 날 선 비판의 말들을 공개 회의 자리에서 쏟아낸 것이다. 당은 '개인 의견'이라고 거리를 뒀지만, 사실상 한동훈 대표를 포함한 친한계의 속내가 드러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나경원 국회의원의 입에서도 비슷한 취지의 발언이 나와 주목된다.

"말실수 연발로 상황 악화시켜... 애초에 왜 2000명 숫자 고집했나"

김종혁 최고위원은 5일 오전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8월 29일 국정브리핑에서 '의료현장에서 비상진료체제가 원활하게 가동되고 있다'고 말했다"라며 "하지만 대통령은 어젯밤 의정부의 한 병원을 찾아가 '정부의 수가정책이 의료현장의 어려움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고 유감을 표시했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절대로 그런 일이 있으면 안 되겠지만, 대통령이 '아무 문제 없다'고 장담한 뒤에 응급실이나 수술실에서 사고가 터지면 사태는 정말 심각해질 것"이라며 "불행하게도 정부의 의료개혁 방침이 알려지기 시작한 지난해 12월부터 지금까지 정부 고위책임자는 국민을 안심시키고 의사들을 설득하고 정부의 신뢰도를 높이기는커녕 입장을 바꾸고 말실수를 연발하고 근거없는 자신감을 내세우다 상황을 악화시켜온 게 사실"이라고 직격했다.

그는 작심한 듯 "'해마다 의사를 2000명씩 증원하는 건 바꿀 수 없다'더니 반발이 격렬해지자 2025년에는 1500명만 늘리기로 했다"라며 "'2026년부터는 다시 2000명씩을 증원한다'더니 이것도 협상이 가능한 걸로 바뀌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전공의 처벌과 의대생 유급도 위협, 사정, 눈치보기를 거듭하다 이젠 어쩌겠다는 건지 알 수가 없다"라며 "이쯤 되면 애초에 왜 2000명이라는 숫자를 고집해 혼란을 자초했는지 이해하기 힘들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최고위원은 "상황을 악화시키는 무책임한 발언이 난무한 것도 뼈아픈 실책"이라며 "'의식불명이나 마비상태가 아니고 고열, 복통, 출혈 정도는 경증이니까 응급실에 가지 말라'는 주장에 동의할 국민이 얼마나 될까?"라고 따져 물었다. "그게 큰 병의 전조증상이 아니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느냐?"라는 반문이었다.

최근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이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본인이 전화해서 알아볼 수 있는 상황이라고 하는 것 자체가 경증"이라며 "중증은 거의 의식이 불명이거나 본인이 스스로 뭘 할 수 없는 마비상태에 있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발언해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경증환자의 응급실 진료 최소화와 관련해 "열이 많이 나거나 배가 갑자기 아픈 것은 경증에 해당되고, 어디가 찢어져서 피가 많이 나는 것도 사실은 경증"이라고도 이야기했다.

"정부 주장은 신뢰 상실... 책임질 사람이 책임을 지는 것"

김종혁 최고위원은 "'의사 증원은 정부 정책이니 의사들과 합의할 이유가 없다'고 말하면 의사단체가 협조하겠느냐?"라며 "해마다 2000명씩 의사를 늘리는 게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정부의 주장은 신뢰를 상실해 버렸다"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김 최고위원은 "정부의 의료개혁은 어렵게 시작됐고 또 꼭 성공해야 한다. 그렇다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라며 "그 시작은 책임질 사람이 책임을 지는 것이라고 믿는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특히 "대통령에게 '모든 게 괜찮을 거'라고 보고한 데 대해, 국민을 이토록 불안하게 만든 데 대해, 정책을 수시로 바꿔서 정부의 신뢰도를 떨어뜨린 데 대해, 막말과 실언으로 국민을 실망시킨 데 대해, 그 밖에 있었던 수많은 일들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당사자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시기를 촉구한다"라고 쐐기를 박았다. "상황이 이 지경이 됐으면 임명권자인 대통령과 국민을 위해 결단을 내려야 한다"라는 지적이었다.

곽규택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김종혁 최고위원 발언 관련 질문이 나오자 "비공개 회의 시간에 추가 논의는 없었다"라며 "김종혁 최고위원이 의견으로 모두발언에서 말씀하신 것"이라고만 짧게 답했다. 최고위원 개인의 의견일 뿐, 당 지도부의 중지가 모인 건 아니라는 취지이다.

나경원 "신뢰 관계 완전히 깨져... 책임 부처의 장 물러나야"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열린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지켜보고 있다.
ⓒ 유성호
하지만 같은 요구가 당내 다른 인사의 입에서도 나왔다. 전당대회에서 한동훈 대표의 경쟁자였던 나경원 국회의원은 같은 날 KBS라디오 <전격시사>와의 인터뷰에서 "결국 의료개혁에 대한 진단은 저는 굉장히 정부가 잘했다"라면서도 "다만 이제 해법이라든지 그 속도 부분에 있어서는 우리가 조금 조정돼야 될 부분도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이어 "갈등을 조정하고 해결해야 하는 것이 책임 있는 부처의 장인데, 결국 이것을 실행하는 부처의 장들인데 이러한 부분을 조정하고 해결하기보다는 굉장히 순간순간 잘못된 발언 등으로 갈등을 더 증폭시킨 부분도 상당히 있다"라고 꼬집었다.

나 의원은 "그래서 저는 책임 부처의 장들은 물러나야 되지 않느냐"라고 보다 직접적으로 요구했다. 그는 "이미 갈등을 조정하고 해결할 신뢰 관계가 완전히 깨졌다"면서 "그러면 신뢰관계가 깨져 있는데, 이건 어쨌든 갈등을 조정해야 하는 것이다. 조정이 되겠느냐?"라고 반문했다.

결국 "새 판을 짜줘야 한다. 그래서 그분들이 조정하고 해결하는 걸 실패한 부분도 있기 때문에, 이제는 새 판을 짜줘서 새로운 협상 판으로 우리가 이 갈등 조정하고 해결해야 한다"라고 사실상 윤석열 대통령에게 장관 교체를 공개적으로 요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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