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 디스카운트 원인 뻔한데... 해결 못 하는 이유 [소셜 코리아]
한국의 공론장은 다이내믹합니다. 매체도 많고, 의제도 다양하며 논의가 이뤄지는 속도도 빠릅니다. 하지만 많은 논의가 대안 모색 없이 종결됩니다. 소셜 코리아(https://socialkorea.org)는 이런 상황을 바꿔 '대안 담론'을 주류화하고자 합니다. 구체적으로는 ▲근거에 기반한 문제 지적과 분석 ▲문제를 다루는 현 정책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거쳐 ▲실현 가능한 정의로운 대안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소셜 코리아는 재단법인 공공상생연대기금이 상생과 연대의 담론을 확산하고자 학계, 시민사회, 노동계를 비롯해 각계각층의 시민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열린 플랫폼입니다. 기사에 대한 의견 또는 기고 제안은 social.corea@gmail.com으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기자말>
[김기원]
▲ 지난 1월 2일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2024 증권ㆍ파생상품시장 개장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
ⓒ 연합뉴스 |
지난 정권들에서도 여러 차례 유사한 대책을 발표해 왔지만 결국 자본의 압력에 굴복하여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본질적 문제를 외면하고 용두사미처럼 별반 도움 되지 않는 곁가지 대책으로 변죽만 울리던 과오를 기억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진정 우리 주식시장을 한 단계 발전시키기 위한 밸류업 프로그램을 마련하고자 한다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근본 원인이 무엇인지 찾는 것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 것이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한반도의 평화체계 구축'이 당연한 기본 전제임을 누구나 알고 있다. 분단이 고착하면서 우리는 아무렇지 않은 일상을 영위하고 있지만 외국 투자자들에게는 한반도 평화가 심각한 문제다.
중동이나 우크라이나처럼 언제든 전쟁이 일어나 모든 것이 잿더미로 변할 수 있는 국가에 투자할 투자자는 없다. 진짜로 밸류업을 원한다면 지금이라도 정치적 계산을 버리고 한반도 평화체계 구축에 우선 나서야 할 것이다.
▲ 3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원/달러 환율, 코스닥 지수가 표시돼 있다. |
ⓒ 연합뉴스 |
재벌들은 과거 정경유착을 통한 문어발식 확장으로 낮아진 지분율을 가지게 되었고, 설상가상으로 온갖 편법과 불법을 동원해 여러 세대에 걸쳐 경영권을 세습하다 보니 지분율이 더욱 낮아지게 되었다. 그 결과 자신들에게 귀속되는 배당금이 적어지기 때문에 배당금보다는 회사 이익의 전부를 재벌 맘대로 쓸 수 있는 내부유보를 선호하게 된 것이다.
이렇게 확보한 내부유보금은 회사의 성장을 위해 재투자해야 할 텐데 엉뚱한 데 사용하니 더 문제다. 재벌은 자식의 경영권 승계 밑천을 만들기 위해 자식회사 밀어주기에 유보금을 사용한다. 혹은 외국 유학할 때 먹고 쓰고 입고 보았던 제품 중 괜찮은 물건이 있으면 한국 판권을 사들여 손쉽게 부를 늘리는 일에 몰두하기도 한다.
경영권을 유지해야 하니 보유지분을 매각할 일이 없는 그들에게 주가 상승은 경영권을 세습할 때 세금만 늘어나는 손해 보는 일이 돼버렸다. 더욱 악질적인 것은 세습 받은 회사의 일부 사업부가 향후 핵심사업으로 성장할 것 같으면 그 성장을 주주들과 나누는 것이 아니라 물적 분할을 통해 오너 자신이 독식하는 것이다.
자본주의 원칙을 무시하는 재벌의 이러한 부정행위들이 엄격한 법적 제재나 주주들의 견제 없이 여러 세대에 걸쳐 진행되어 온 결과가 누적된 것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실체다.
해결책이 없는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아주 강력한 해결책을 가지고 있다. 국민들이 노후를 위해 납부한 막대한 보험료로 국내 주요 상장사의 대주주 지위에 오른 국민연금이 바로 그것이다. 국민연금이 일반주주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기금 운용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재벌의 거수기 역할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해야 한다. 선진국의 연기금들처럼 특정 회사에 일정 지분 이상을 투자하게 되면 직접 이사를 선임해서 회사가 적정한 주주환원에 나서도록 압박하고 감시해야 한다.
또한 일반주주들도 경영진을 견제하고 감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주주총회에서 이사를 선출할 때 일반주주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후보에게 자신들의 의결권을 몰아줄 수 있는 집중투표제를 모든 상장사에 의무화해야 할 것이다. 집중투표제는 이미 우리 상법에 도입이 돼 있지만 그 시행 여부를 기업의 선택에 맡기다 보니 이를 도입한 상장사가 거의 없는 것이 우리 주식시장의 현실이다.
회사의 주인인 국민연금과 일반주주들의 적극적 경영 참여를 통해 세습 오너의 이기적이고 독단적인 경영을 견제해야만 우리 주식시장이 다른 나라 주식시장 수준으로 진정한 밸류업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 지난 8월 29일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에서 시민들이 연금 상담을 하고 있다. |
ⓒ 연합뉴스 |
그러한 잠재 매물을 안고 있는 주식시장에 투자할 글로벌 투자자 역시 없을 것이다. 최소 20살이 넘어야 연금 납부를 시작하니 지금부터 아이를 아무리 많이 낳아도 해결할 수 없는 확정된 미래인 것이다.
현재 국민연금 재정 안정을 위한 여러 개혁 방안들이 논의되고 있지만 정작 정부는 파국이 확정적인 국민연금 재정 안정을 위해 대부분의 선진국들이 시행하고 있는 재정 투입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연금 전문가들은 보험료를 일정 부분 올리고 운용수익률을 제고함과 동시에 다른 나라들처럼 정부가 적어도 국내총생산(GDP)의 1% 정도를 국민연금 재정에 투입한다면 기금 고갈 시점을 상당 기간 늦추거나 지금 수준으로 유지해 나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지금 논의되고 있는 더 내고 덜 받는 방안은 기금 고갈 시점을 몇 년 늦추는 미봉책일 뿐이다.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정부 재정 투입이 필수적이다. GDP 1%는 작년 기준 윤석열 정부가 깎아준 법인세보다 적은 금액이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문제는 새삼스러운 문제가 아니었다. 모두가 그 원인을 알고 모두가 그 해답을 알고 있었음에도 자본의 위력 앞에 그 누구도 실행에 옮기지 못했을 뿐이다.
▲ 김기원 / 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증권업종본부장 |
ⓒ 김기원 |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소셜 코리아>(https://socialkorea.org)에도 게재됐습니다. <소셜 코리아> 연재 글과 다양한 소식을 매주 받아보시려면 뉴스레터를 신청해주세요. 구독신청 : https://socialkorea.stibee.com/subscri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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