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혜의 트렌드2024]욜로 파티 끝났다…이젠 요노(YONO)시대

2024. 9. 5.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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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에 지갑 얇아진 2030세대
‘하나만 있으면 된다’는 소비 확산
외식·배달 대신 집밥으로 해결
Z세대 절약 실천 방법 1위 꼽아
중고의류 이용자 78%가 MZ세대
올 추석선물 3만원대 미만 증가
최지혜 서울대학교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

욜로(YOLO)는 ‘You Only Live Once’의 약자로, 미국의 유명 래퍼인 드레이크가 2011년 발표한 곡 ‘The Motto’에 등장해 유행어가 되었다. 원래 드레이크의 곡은 후회 없는 삶에 대한 고민을 나타낸 가사였지만 이후 미디어에서는 ‘한 번뿐인 인생을 즐기자’는 의미로 사용되었다. 불확실한 미래를 대비하며 전전긍긍하기보다 현재의 삶에서 즐거움을 누리겠다는 욜로는 한동안 플렉스 소비로 이어지며 호캉스, 오마카세의 유행을 이끌어왔다.

그런데 최근 이러한 소비 기조에 변화가 관찰된다. YOLO를 즐기던 사람들이 YONO를 외치고 있다. 요노(YONO)란, ‘You only need one’의 약자로, '하나만 있으면 된다'라는 뜻이다. 즉 소비에 있어 꼭 필요한 것을 구매함으로써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고 알뜰하고 실용적인 소비를 즐기자는 것을 의미한다. 요즘 실용 소비는 어떠한 모습으로 나타나는가. 그리고 YONO소비는 왜 등장했는가. YONO소비의 이면을 살펴본다.

요노의 대표적인 현상은 절약이다. 구인·구직 플랫폼 ‘알바천국’이 Z세대 537명에게 추구하는 소비 형태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절약을 실천하는 방법으로 ‘외식, 배달 음식 대신 집밥으로 해결하기’(40.7%, 복수응답)를 1위로 꼽았다. 이러한 기조에 따라 편의점 소비가 늘고 있다. 앱 분석 업체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20대 1인당 월평균 결제 횟수는 GS25가 3.63회로 가장 많았다. 월평균 결제 금액도 온라인 쇼핑을 제외하고는 편의점이 가장 높았다. 편의점의 소용량, 가성비 제품이 소득이 적고 1인 가구가 많은 국내 청년층 수요를 높였다고 분석했다.

한식 뷔페도 주목받는다. 썸트렌드에 따르면 2023년 9월 18일부터 10월 17일까지 한 달간 온라인상에서 '한식뷔페' 검색량은 전년 동기 대비 6.5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식뷔페는 대부분 8000원~1만원 정도로 자장면값 평균이 7000원을 넘어선 것을 고려하면 가성비가 높은 편이다. 이러한 이유로 최근 직장인들은 한식 뷔페 맛집을 공유하거나 한식뷔페 ‘원정’을 떠나기도 한다.

돈을 아끼기 위한 필살기도 주목받는다. 고물가로 인해 배달비가 부담스러운 소비자들은 최소 주문금액에 맞춰 배달비를 아낀다. 문제는 최소주문금액을 맞추다 보면 음식의 양이 너무 많아진다는 것이다. 특히 1인 가구는 한 번 주문한 음식을 냉장고에 쟁여두고 몇 번씩 먹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이때 구원투수는 바로 ‘소스’다. 예를 들어 최소금액을 맞추기 위해 샌드위치를 세 개 시켰다고 가정해보자. 첫날은 기본 샌드위치를 먹는다. 다음날은 불닭 소스를 곁들여 매운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고, 셋째 날은 청양고추와 마요네즈를 섞어 청양마요 샌드위치를 즐기는 식이다. 이러한 트렌드에 맞춰 소스 시장이 커지는 추세다.

중고의류도 인기다. 유통업계와 중고 거래 플랫폼 ‘번개장터’에 따르면 2024년 1분기 중고 패션 카테고리의 유료 거래액은 약 64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0% 성장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이용자 78%가 MZ세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옷값이 크게 올랐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옷을 찾는 것이다. 더불어 최근 20대 사이에서 ‘Y2K’와 ‘그랜마(그랜파)코어룩’ 등 2000년대 스타일이 유행하면서 중고 의류나 이를 리폼해 판매하는 ‘빈티지 패션 시장’이 급부상한 것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교통비도 과감히 줄인다. 농협은행의 분석에 따르면, 2023~2024년 상반기 2030세대 택시 이용건수는 21%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연령대가 동기간에 3% 정도 줄어든 것을 비교해 봤을 때 택시 대신 다른 대중교통으로 갈아탄 것으로 분석된다. 자동차 구매의 경우 2030의 수입차 구매건수는 2023년 대비 11% 감소했다. 수입차 대신 국산차 구매가 34%, 중고차 구매가 29% 증가했고, 렌터카 소비건수도 25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반적으로 교통수단에 있어 알뜰한 소비를 지향한 것으로 보인다.

예측 가능하듯, 요노소비의 이면에는 지갑이 얇아진 2030세대의 경제 상황이 있다. 인플레이션은 생각보다 장기화가 되고 있고, 고용불안정 속에서 플렉스, 욜로를 외쳤던 소비의 파티는 막을 내리고 있는 모양새다. 39세 이하 가구주의 2023년 평균 대출 원리금 상환액은 1671만 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17.6%나 오른 수치다. 그런데 이 중 20대 가구주의 원리금 상환액은 무려 47.1%나 증가했다. 더불어 3곳 이상의 금융회사에서 동시에 빚을 진 다중 채무자가 국내에 4473만 명이 있는데, 이 중 2030세대가 무려 31%를 차지하고 있다.

소득증가율과 물가상승률의 괴리도 녹록지 않은 2030세대의 삶을 보여준다. 국내 1인 가구 중 39세 이하인 2030세대의 작년 평균 소득은 6590만 원으로 조사됐다. 2023년 대비 1.9% 상승한 셈인데, 동기간에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3.6% 상승했다. 물가의 절반 정도만 소득이 상승하다 보니 주머니 사정은 팍팍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소비를 극단적으로 줄이고 알뜰하게 소비하는 요노현상이 확산하고 있다. 이에 맞춰 시장에서도 가성비와 초저가를 강조하는 상품들이 많아지는 추세다. 이제 곧 다가올 추석선물세트만 보더라도 이러한 현상이 극명하게 드러난다. 전반적으로 선물세트의 예약판매 규모는 증가했지만 3만원대 미만의 선물 매출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홈플러스에서 판매한 9000원대 양말세트는 매출이 47% 증가해 화제를 모았다. 이처럼 향후 시장에서는 가성비 경쟁이 나타날 것으로 예측된다. 초저가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비용구조를 재점검하고 소비자의 니즈를 면밀하게 분석하는 가격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최지혜 서울대학교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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