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재택 치료하던 11세 사망…정부 상대 5억 소송 패소
코로나19 재택 치료를 받다가 혼수상태에 빠져 확진 13일 만에 사망한 11세 초등학생의 부모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으나 패소했다. "응급실에서 치료받을 수 있도록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 유족 측 주장인데 법원은 119와 보건소 등 관계자들이 당시 의료 여건에 따라 합리적인 조치를 했다고 판단했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인천지법 민사27단독 최유나 판사는 사망한 A군 부모 등 유가족 3명이 대한민국 정부와 인천시 남동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했다.
2022년 3월 25일 등교 준비를 하던 당시 11살 초등학생 A군은 이상 증세를 느꼈다. 자가 진단 키트로 검사해 보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양성 반응이 나왔다.
당시는 코로나19의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이 확산하던 시기였다. 하루에 20만명 넘게 확진 판정을 받았고, 매일 300∼400명씩 코로나19로 사망했다.
전국적으로 병상 부족 현상이 나타나 모든 코로나19 환자는 재택 치료가 원칙이었다. 재택 치료자 중에서도 증상이 악화한 환자만 응급실을 이용하거나 병상을 배정받을 수 있었다.
A군도 확진 후 재택 치료를 했다. 감염 엿새 째인 3월 30일 A군 어머니 B씨는 인천소방본부 상황실에 전화를 걸어 "아이가 지금 코로나에 걸려서 재택 치료를 하는데 (음식을) 너무 못 먹고 계속 잠만 자려고 한다"며 도움을 요청했다.
이에 119 상황실 근무자는 "의료상담하는 분이 지금 다른 응급처치를 하고 있다"며 "급한 상황이 아니면 조금 있다가 다시 전화 달라"고 부탁했다.
전화를 끊은 B씨는 5시간 뒤 또 119에 연락해 호흡이 불편한 아들의 상태를 재차 설명했다. 그러나 119 상황실 근무자는 "저희가 가도 (병상 배정이 안 되면) 어차피 이송을 못 한다"며 대면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인근 병원을 안내했다.
B씨는 다음 날인 3월 31일에도 또다시 119에 전화해 "아이가 지금 너무 아파한다"고 호소했으나, 119 상황실 근무자는 "보건소에 연락해 병상을 배정해 달라고 요청하라"고 재차 안내했다.
B씨는 119 상황실 근무자가 문자 메시지로 보내준 재택 치료자 외래진료센터 3곳에 연락했다. 하지만 "대면 진료가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이후 코로나19 행정안내센터를 통해 인천시 남동구 보건소 당직자가 연결됐으나 "자정에 자가격리가 해제되면 119에 연락해 병원 응급실을 이용하라"고 안내했다.
A군은 결국 자가격리가 해제된 시각 119구급대에 의해 응급실로 이송됐다. 그러나 혼수상태에 빠져 13일 만에 숨졌다.
부모 "환자 상태 묻지 않아" 法 "직무상 과실 아냐"
A군 부모 등 유가족 3명은 그가 사망하고 한 달가량 지난 뒤 대한민국 정부 등을 상대로 총 5억원의 배상을 요구하는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소송에서 "(응급실 이송 직전 신고했을 당시) 119 상황실 근무자는 방역 지침에 따라 환자 상태에 대해 질문하지 않았다"며 "적절한 응급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건소 당직자도 '병상을 알아보고 있다'면서도 적극적인 조치를 하지 않았고 '119에 전화하라'고 안내만 했다"라며 "국민 보호 의무를 위반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법원은 "당시 119 상황실 근무자와 보건소 당직자 등 공무원들의 직무상 과실로 A군이 사망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최 판사는 "전문 의료인이 아닌 소방 공무원은 유선 상담을 통해 제공된 제한적인 정보만으로는 A군이 응급환자라고 판단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외래진료센터 목록을 문자로 전송한 행위는 당시 의료 여건에서 합리적인 조치였다"고 판시했다.
이어 "보건소 당직자도 상급 기관에 병상 배정을 요청했다"며 "당시 상황에서 가능한 해결 방법을 원고 측에 안내하는 등 책임을 다한 것으로 보여 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하수영 기자 ha.su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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