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가 흘러내린다" 비상사태 선포…美 해안마을 덮친 재앙

3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랜초 팔로스 버디스에 있는 길이 흘러내려 손상돼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캘리포니아주 남부 해안 절벽에 위치한 도시 랜초 팔로스 버디스가 급속한 지반이동으로 흘러내릴 위험에 처했다.

3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과 영국 가디언 등에 따르면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주 주지사는 이날 이 도시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이런 조치는 이 지역에서 가속화한 지반이동으로 화재 발생 위험이 높아지자 현지 당국이 지난 1∼2일 245가구에 대한 전력 공급을 차단한 이후 나왔다.

로스앤젤레스에서 남쪽으로 40㎞가량 떨어진 이 도시에서 지반이동은 오랜기간 일어났다. 하지만 1년에 1인치(약 2.5㎝) 정도로 아주 느리게 움직여 단순히 이 지역의 특징 중 하나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최근 그 속도가 급격히 빨라지면서 일부 주민들에게는 재앙이 되고 있다.

3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랜초 팔로스 버디스에 있는 길이 흘러내려 손상돼 있다. AP=연합뉴스

뉴섬 주지사는 이날 성명에서 "도시 밑에 있는 지반의 움직임이 2023~2024년 있었던 극심한 폭풍우 후 크게 빨라졌다"며 "이제 한주에 평균 9∼12인치(약 23∼30㎝) 미끄러지고 있다"고 말했다.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당국자 재니스 한은 지난 1일 기자회견에서 도로가 찌그러지고 건물이 내려앉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지 당국이 노력하고 있지만 수백 가구는 자택을 떠나야 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번 상황과 같은 비상사태에는 매뉴얼이 없다"면서 "다만 많은 가정이 큰 불안을 느끼고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안다. 그들은 집이, 거리가 무너지고 있는 것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 뉴섬 주지사에게 이 지역을 방문할 것을 촉구하면서 "지반이동이 너무나 거대하고 큰 피해를 주는 것이라 하나의 도시 혹은 주택보유자 기관이 부담을 혼자 견뎌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지혜 기자 kim.jihye6@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