읍소에도 취업률은 41%···2군은 먼 얘기, V리그 현실이다 [IS 시선]
이형석 2024. 9. 5. 06:03
"수련 선수 선발을 진행해 보겠습니다. 구단마다 어려운 상황은 알고 있지만 마음의 문을 닫지 마시고 마지막으로 한 번만 심사숙고 해주시기 바랍니다."
지난 3일 서울 강서구 메이필드 호텔에서 열린 2024~25 V리그 여자부 신인 드래프트. 사회자의 이런 간청에도, 추가 선수를 뽑은 구단은 없었다. 신인 드래프트는 취업률 41.3%로 막을 내렸다. 2005년 드래프트 도입 이후 세 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7개 구단은 1~2라운드에서 신인 선수를 선발했다. 다만 3·4라운드 지명권을 사용한 구단은 각각 흥국생명과 현대건설뿐이었다. 나머지 5개 구단은 포기했다. 이후 3개 구단에서 추가로 수련 선수를 선발했다. 총 46명의 지원자 중 총 19명(수련 선수 3명 포함)이 프로행에 성공했다. 드래프트가 끝난 직후 지명을 받지 못해 부모의 품에 안겨 눈물을 쏟는 학생도 있었다.
한국배구연맹(KOVO) 관계자는 "올해 지원자의 기량이 뛰어나지 않아 16명 정도 선발을 예상했다. 그보다는 많이 뽑혔다"라고 했다. A 구단 관계자도 "즉시 전력감 선수가 거의 없다. 좋은 선수가 있다면 더 많이 뽑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각 구단이 지명권을 포기하는 사례는 비단 올해만이 아니다. 매년 반복되고 있다. 선수 기량의 문제만은 아닌 셈이다. V리그 구단의 구조적, 환경적 아쉬움도 있다.
구단별 국내 선수 등록 인원은 수련 선수를 제외하고 최대 19명(외국인 제외)까지 가능하다. A 구단 관계자는 "어차피 경기에 뛰는 선수는 10명 정도"라며 신인 선발에 미온적인 이유를 설명했다. B 구단 관계자는 "선수 생활 기간이 늘어남에 따라 베테랑이 많이 뛰고 있다. 신예 선수가 입단하자마자 이를 뛰어넘기 쉽지 않다"라며 "또한 경기에 뛰는 선수는 정해져 있고 경기 수는 너무 적다 보니 많은 선수가 필요하지 않은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런 현실이 계속되면 한국 배구의 경쟁력은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취업 문이 좁아지면 "배구를 하겠다"는 유망주는 줄어들기 마련이다. 특히 V리그 여자부 흥행은 역대급으로 치솟는데 내실을 다지지 않으면 특정 선수에 기댄 인기가 언제 사그라질지 모른다.
'배구 여제' 김연경(흥국생명)은 6월 중순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만나 위기에 빠진 한국 배구의 경쟁력을 되살리기 위한 돌파구로 '프로배구 2군 리그 제도 도입'에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구단들이 신인 선발에 미온적인 상황에서 이는 한낱 허상에 불과하다. B 구단 관계자는 "2군 제도를 운영하려면 19명의 선수만으로 턱없이 부족하다. 더 많은 선수 필요하다"라며 "구단들은 2군 운영에 그리 적극적이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7개 사령탑 중 최연장자인 김호철 IBK 기업은행 감독은 스스로 자성의 목소리가 담긴 한마디를 했다. 그는 "많은 선수를 뽑을 수 있으면 좋겠지만 상황이 여의찮다. 복합적인 문제가 있다. 시스템을 획기적으로 바꿔야 한다"라며 "초중고 배구단 창단을 늘리는 등 저변 확대가 필요하다. 지금 당장 우승팀이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배구인이)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많은 선수가 프로에 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
이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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