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 도입시 수도권 전력비용 최대 1.4兆 증가"
"인프라 확보 노력, 전력수급 균형 개선 필요"
내년부터 전력도매요금(계통한계가격·SMP) 기준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 시행이 예고됐지만 대규모 전력수요 지역 분산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전자·통신 업종 전력부담 비용이 가장 많이 늘 것으로 예상됐다.
한국경제인협회는 5일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 도입, 업종별 파급효과 및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제도 도입 후 수도권 내 업종별 비용 부담을 추정하고 개선안을 제시했다.
앞서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위원회는 지난 5월과 6월 지역별 차등요금제를 단계적으로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내년에는 도매, 2026년부터는 소매요금까지 제도를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도매가격은 전력판매사업자(한국전력)가 발전사업자(한국수력원자력 등)로부터 전력을 구매할 때 내는 가격이다. 소매가격은 최종 소비자가 전력을 이용한 대가로 판매사업자에 내는 값이다.
한경협은 제도 시행 후 수도권 제조업 전체 연간 전력비용 부담은 최대 1조4000억원 늘 것으로 분석했다. 산업용 전력 수요는 주택용, 일반용 등 다른 계약종주보다 가격탄력성이 낮은 만큼 산업계 부담이 더 클 것으로 전망된다. 가격탄력성은 전기 요금 변화율에 대한 전력 수요 변화율을 의미한다.
지방자체단체별로 전력자급률이 높은 지역 전기료는 낮아지고, 낮은 지역 전기료는 높아질 것으로 봤다. 전력자급률이 낮을수록 전력 공급을 다른 지역에 더 많이 의존하는 것을 뜻한다.
한국전기연구원, 에너지경제연구원 등 출연연 선행연구에 따르면 전력도매가격이 차등화되면 수도권-비수도권 간 도매가격 격차는 1킬로와트시(㎾h)당 19~34원가량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경협 분석 결과 제도 시행 후 수도권 제조업 전체 연간 전력비용 부담은 8000억(1㎾h당 19원 차)~1조4000억원(34원 차) 늘 것으로 추정됐다.
업종별로는 전자·통신 업종 전력 비용(최대 6000억원)이 가장 많이 늘 것으로 에상됐다. 표준산업 중분류 기준으로 '제조업'으로 분류되는 25개 업종 평균 전력비용 부담 증가분은 550억원으로 추산됐다.
한경협은 제도 취지에는 동의하나 제도 도입 후 의미 있는 기업 등의 입지 변화를 유도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한경협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산업 전력사용량 64.2%가 비수도권에 분포해 있다. 수도권 내 업종별 전력사용량 변화는 최근 3년간(2021~2023년) 0.1%포인트 낮아질 정도로 미미했다. 전자·통신 업종 수도권 내 전력 사용량은 같은 기간 3.4%포인트 확대됐다.
수도권 내 전자·통신 업종 전력 사용량이 늘어난 이유는 '전기 먹는 하마'로 불리는 반도체 공장 및 데이터센터 신·증설 때문이다. 시설이 수도권에 몰리는 이유는 인력 확보가 쉽기 때문이다. 한경협은 전력 비용이 늘어도 전자·통신 업종 수도권 집중 현상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또 수도권 내 에너지 다소비 건물은 기반시설 성격을 지니거나 소수 사업장에 편중돼 있다. 예를 들어 서울시 에너지 다소비 건물은 백화점, 병원, 학교 등이다. 이런 기반 시설은 전력 비용과 관계 없이 입지를 변경하기 어렵다.
한경협은 민간 수요 및 유인 체계를 고려한 기업 인프라 확보 노력을 선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기업들은 입지를 결정할 때 기반 시설, 유관 업종 집적성, 인력 유치 등 인프라 확보를 중요시한다. 기업들이 수도권을 선호하는 이유는 전력 수급 비용을 의식하기보다 인력 확보가 쉽고 정주여건이 좋기 때문이다.
5년 단위 법정계획인 '지방시대 종합계획' 내 지방자치단체별 전력 수급 균형 개선 방안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도 했다. 2013년부터 시행 중인 '해외진출기업의 국내복귀 지원에 관한 법률'(유턴법)에서도 기업 입지와 '지방시대 종합계획' 간 연계를 강조한 바 있다.
한경협은 "대규모 전력 수요 분산을 유도하기 위해 기업 인프라 확보와 지방자치단체별 전력수급 균형 개선방안을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와) 함께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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