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홈런' 박병호 "기념구 못 받아도 괜찮다…우승하고 싶다" [현장 인터뷰]

최원영 기자 2024. 9. 5. 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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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라이온즈 내야수 박병호가 4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홈경기에서 역대 리그 통산 3번째 400홈런을 달성한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대구, 최원영 기자



(엑스포츠뉴스 대구, 최원영 기자) 금자탑을 세웠다.

삼성 라이온즈 박병호는 4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홈경기에 4번 타자 겸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했다. 5타수 1안타(1홈런) 1타점을 빚어내며 대기록을 완성했다. 삼성도 7-3 승리로 겹경사를 맞았다.

박병호는 2회말 선두타자로 첫 타석에 들어섰다. 두산 선발투수 최승용의 2구째, 128km/h 포크볼을 공략했다. 비거리 120m의 우중월 솔로 홈런을 터트렸다. 팀에 1-0 선취점을 선물했다.

이 한 방으로 역대 KBO리그 3번째로 개인 통산 400홈런을 달성했다. SSG 랜더스 최정(491개), 두산 이승엽 감독(467개)에 이어 역사에 족적을 남겼다.

시즌 20홈런도 이뤄냈다. 삼성은 구자욱(26개), 김영웅(25개), 이성규(21개)에 박병호까지 올해 20홈런 타자 4명을 배출하게 됐다. 2018년 이후 6년 만이다. 2018년엔 다린 러프(33개), 강민호(22개), 이원석(20개), 구자욱(20개)이 이름을 올렸다.

또한 박병호는 4경기 연속 홈런 행진을 펼쳤다. KT 위즈 소속이던 2022년 6월 25일부터 30일까지 5경기 연속 홈런을 친 이후 797일 만이다. 박병호는 지난달 31일 대구 KIA 타이거즈전서 만루홈런을 쏘아 올렸고, 1일 대구 KIA전에선 연타석 홈런을 선보였다. 3일 대구 롯데 자이언츠전에선 솔로 홈런을 때려냈다.

이 기간 박병호는 타율 0.294(17타수 5안타) 5홈런 10타점을 뽐냈다. 시즌 성적은 106경기 타율 0.231(299타수 69안타) 20홈런 58타점이다.

박진만 삼성 감독은 "박병호는 앞으로 활약이 더 기대되는 선수다. 400홈런을 축하하고, 500홈런까지 달성할 수 있도록 응원하겠다"고 힘을 실었다.

삼성 라이온즈 내야수 박병호가 4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홈경기에서 역대 리그 통산 3번째 400홈런을 달성하며 팀 승리에 기여한 뒤 경기를 마치고 동료들의 물 세례를 받고 있다. 삼성 라이온즈 제공

박병호는 홈런 상황부터 돌아봤다. 그는 "타구가 우중간으로 가서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뛰었다. 나름대로 (기록을) 의식하고 있었기 때문에, 넘어가는 순간 기록을 빨리 달성해 안도하면서 베이스를 돌았다"며 "개인적으로는 큰 의미가 있는 400홈런이었다. 굉장히 기뻤다"고 미소 지었다.

어떤 의미였을까. 박병호는 "통산 홈런 개수가 300개 후반이 됐을 때 '400개를 달성하지 못하고 은퇴하면 아쉽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한 번도 그런 목표를 세운 적 없었는데 400홈런은 돌파한 뒤 은퇴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멋지게 400홈런을 장식한 뒤 홈으로 들어오자 강민호가 기다렸다는 듯 박병호를 뜨겁게 안아줬다. 주장 구자욱도 포옹과 함께 꽃다발을 안겼다. 박병호는 "뭉클했다. 동료 선수들이 진심을 다해 축하해 줬다"며 "선수들이 내 기록을 알고 있었고, 진심으로 축하해줘 너무나 고마웠다"고 힘줘 말했다.

이승엽 감독과 최정의 홈런 기록을 넘고 싶은 욕심은 없을까. 박병호는 곧바로 "아니다. 그건 아니다"며 수줍게 웃었다. 그는 "솔직히 내년에 어떻게 될지 모르는 입장이다. 우스갯소리로 그런 말을 자주 했다"며 "당장은 이승엽 감독님의 기록을 넘겠다는 생각은 없다. 단순히 400홈런을 돌파해 그것만으로도 무척 만족스럽다"고 전했다.

박병호는 "이승엽 감독님이 은퇴하시기 전에 리그에서 몇 년 동안 같이 뛰었다. 내게 홈런을 치는 방법 등 조언을 많이 해주셨다. 최정도 마찬가지다"며 "이 선수들과 같은 400홈런대에 들어간 것만으로도 내겐 굉장히 뿌듯한 일이다"고 강조했다.

인터뷰 당시 400홈런 기념구는 받지 못한 상태였다. 박병호는 "구단에 못 받아도 괜찮다고 이야기했다. 다른, 살짝 더러운 야구공을 주셔도 된다고 했다"며 "의미 있는 공이긴 하지만 그 공을 잡은 분에게도 의미가 클 수 있지 않나. 그래서 난 괜찮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삼성 라이온즈 내야수 박병호가 4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홈경기에서 개인 통산 400번째 홈런을 친 뒤 베이스를 돌고 있다. 삼성 라이온즈 제공

시즌 20홈런도 뜻깊게 다가왔다. 박병호는 2012년부터 2022년까지 9시즌 연속 20홈런 이상을 자랑했다. 그러나 지난해 18홈런으로 기록이 끊겼다. 박병호는 "작년에 20홈런이 깨져 많이 아쉬웠다. 그래서 다시 20홈런을 돌파한 게 기쁘다"고 눈을 반짝였다.

이어 "라이온즈파크는 타자 친화적 구장이라 비거리가 많이 나오지 않아도 타구가 넘어가는 경우가 있다. 난 장타를 쳐야 하는 타자라 구장의 긍정적인 영향도 받고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삼성은 현재 리그 2위다. 1위 KIA와 5.5게임 차, 3위 LG 트윈스와 3.5게임 차다. 순위 경쟁이 치열한 리그 막바지라 박병호의 활약이 더욱 값지다. 그는 "안타를 많이 못 쳐 타율은 잘 안 오르더라. 그래도 승부처나 대량 득점을 통해 이겨야 할 때 내 역할을 하고 있는 듯하다. 중요한 경기들을 계속 치르고 있는데 도움이 돼 다행이다"고 말했다.

다음 목표도 있을까. 박병호는 "솔직히 개인적인 목표는 다 끝났다. 이제 이 팀 선수들과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하고 싶다. 팀 우승을 목표로 세우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삼성에는 포스트시즌을 경험해 보지 못한 젊은 선수들도 많다. 박병호는 "아직 가을야구 이야기는 안 해줬다. 선수들이 잘하고 있어 나도 말하는 게 조심스럽다"며 "다만 잘하든 못하든 칭찬을 많이 해주려 한다. 이 선수들이 전반기 팀을 끌고 왔기 때문에 삼진을 당하든 무얼 하든 당당하게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김)영웅이는 올해 대단한 펀치력을 보여줬다. 앞으로 얼마나 클 수 있을지 예상할 수 없는 선수다"며 "그래서 방망이를 더 당당하게 돌렸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해줬다"고 부연했다.

박병호는 "삼성은 어린 선수들과 베테랑들의 조화가 정말 좋은 팀 같다. 자유롭지만 그 가운데 지킬 것은 다 지킨다"며 "(구)자욱이가 주장으로서 역할을 잘해주고, 야수 최고참인 (강)민호 형도 분위기를 이끌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그는 "난 원래 뒤에서 받쳐주는 스타일이었는데 지금은 나서서 이야기를 하려 한다. 팀에 동참하려 노력 중이다"고 전했다.

사진=대구, 최원영 기자 / 삼성 라이온즈

최원영 기자 yeong@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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