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캐드 제작사 "중처법, AI가 해법? 일하는 방식 변화가 핵심"
“기술은 하나의 ‘enabler(수단)’일 뿐, 그 자체로 해결책이 되지는 않습니다.”
하레시 쿱찬다니(사진) 오토데스크 아시아 태평양 및 일본 지역 총괄 부사장은 3일 서울 조선팰리스호텔에서 가진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오토데스크는 건축가나 엔지니어 등이 2D, 3D 도면 제작을 위해 쓰는 프로그램 ‘오토캐드’를 개발한 소프트웨어 업체다. 최근에는 기업들이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단순 반복 작업을 자동화하고, 업무 효율성을 높이도록 서비스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한국 기업 중에선 기아, 현대건설 등이 오토데스크의 소프트웨어로 AI를 업무에 활용하고 있다. 기아의 경우 자동차 설계 단계에서 오토데스크 AI를 쓴다. 디자이너가 원하는 콘셉트를 키워드로 입력하면 AI가 수백가지 디자인을 추천해주는 식이다. 노동 시간을 줄여 생산성을 높이고 더 좋은 디자인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도록 돕는 것이다.
AI를 활용하면 위험을 예방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으로 건설사들이 안전 관리에 힘 쓰고 있는 상황에서 오토데스크 AI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설계·시공 단계에서 발생 가능한 위험 요소를 예측하고 예방 방안을 고민해 대응토록 제안한다.
하레시 부사장은 “단순히 우리 제품을 파는 데 그치지 않고, AI 소프트웨어를 통해 일하고 사고하는 방식의 전환을 위해 한국 기업들과 협력하고 있다”라며 “반갑게도 한국 기업들은 배우려는 열정이 강하고 프로세스를 개선하려는 열의가 대단하다”라고 말했다. 또 “한국은 전 세계에서 인구 1인당 로봇 수가 가장 많은 국가 중 하나”라며 “혁신과 창의성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했다.
오토데스크에 따르면, 전세계 설계·제조, 건축 등 업계 관계자와 전문가 5399명 대상 조사에서 78%는 AI가 산업을 개선할 것이라 했고, 79%는 AI가 산업을 더 창의적으로 만들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레시 부사장은 “에너지 효율과 투입될 자재 규모를 고려해 설계를 최적화하면 생산성은 높아지고 비용은 줄어 결과적으로 수익성이 좋아진다”라고 말했다. 그러니 소규모 기업이라도 생산성 증대의 해법을 자동화와 AI에서 찾아야 한다는 얘기다.
AI 활용의 장점을 얘기하면서도 하레시 부사장은 AI가 일의 전부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새로운 기술은 종종 작업 흐름과 절차를 변화하게 요구한다”라며 “기술 도입이 성공하려면 일하는 방식을 바꿔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가 오토데스크에서 6년간 아태 지역 여러 기업들과 AI 활용 전략을 고민하면서 내린 결론이다.
하레시 부사장은 “(기업들이)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를 정확히 이해한 뒤 기술을 도입해야 하고, 기술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 일하는 방식 자체를 바꿔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기업문화를 담당하는 부서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짚었다. “문화가 나쁘면 아무리 좋은 전략이라도 성공할 수 없고, 문화가 좋아도 제대로 된 전략이 없으면 실패할 것”이라는 이유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리더십도 바뀌어야 한다고 주문하면서, 다양성을 이해하고 협업하는 능력인 휴먼스킬을 강조했다. 하레시 부사장은 “CEO(최고경영자)가 모든 답을 갖고 있지 않으므로, 젊은 세대에게 끊임없이 물어보고 학습·경청하는 자세가 필수”라며 “실패를 용인하고 리더에게 반기들 수 있는 문화를 받아들이는 것도 넓은 의미의 휴먼스킬”이라고 말했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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