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과잉공급에 아람코까지 가세…위기의 석화, 믿을 구석은 여기
국내 석유화학 업계가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시름하는 가운데 체질 개선이 더 빨라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 상반기 실적을 보면 고부가가치(스페셜티) 제품을 강화한 업체들은 실적 개선세가 뚜렷했다.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LG화학은 올 상반기 영업이익 6705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52.8% 급감했다. 롯데케미칼은 2464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시장 수요가 살아나지 않으면서 재고 자산도 늘었다. LG화학의 석유화학 부문 재고는 2조6147억원으로 반년 새 18.6% 늘었고, 롯데케미칼도 재고가 3조792억원으로 9.9% 증가했다. 올해 초엔 석유화학 제품 수요가 개선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으나 글로벌 경기 회복세가 더딘 영향으로 풀이된다.
중국발 공급 과잉은 계속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산업의 쌀’로 불리는 기초유분 에틸렌의 경우 올해 글로벌 생산능력이 2억2900만톤(t)으로 예상 수요인 1억8800만t을 넘길 전망이다. 중국이 기초유분과 중간원료를 100% 자급한다는 목표에 따라 대규모 증설을 이어가는 영향이다. 이정아 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내년에도 에틸렌 생산능력이 수요를 초과할 전망”이라며 “석유화학 밸류체인 전반에서 생산능력이 수요를 초과하는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범용 제품에서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는 한국은 중국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스페셜티 제품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다. 실제로 올 상반기 석유화학 업체 실적은 스페셜티가 갈랐다. 전 세계 스판덱스 점유율 1위인 효성티앤씨는 올 상반기 영업이익이 160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1% 증가했다. 탄소섬유와 아라미드 소재를 앞세운 효성첨단소재는 상반기 영업이익이 1295억원으로 11.7% 늘었다. DL케미칼도 올 상반기 영업이익 2117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과거 호황기 때부터 범용 중심 석유화학 사업은 구조적 한계에 직면할 것으로 판단하고 고부가 제품 중심으로 빠르게 사업 구조를 개편한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라고 밝혔다. 금호석유화학은 타이어용 합성고무로 선방하며 올 2분기 영업이익이 119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7% 증가해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특히 국내 석유화학 업계는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 기업 아람코와 자회사인 에쓰오일의 ‘샤힌프로젝트’ 영향에 대비해야 하는 숙제도 안고 있다. 에쓰오일은 9조2580억원을 들여 울산에 대규모 석유화학 제품 생산 시설을 짓고 있다. 아람코는 자회사 ‘아람코 오버시즈 컴퍼니’를 통해 에쓰오일의 지분 63.4%를 보유한 대주주다.
에쓰오일은 2026년 울산 생산시설을 완공해 연간 에틸렌 180만t을 생산, 이를 원료로 석유화학 제품 320만t을 생산할 계획이다. 그렇게 되면 에쓰오일의 에틸렌 생산능력은 국내 석유화학 업체 중 LG화학(330만t), 롯데케미칼(233만t), 여천NCC(228만5000t) 다음인 4위에 해당한다. 정유에서 석유화학으로 산업을 전환하려는 에쓰오일이 국내에서 대규모로 에틸렌을 생산함에 따라 석유화학 시장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대형 업체들도 스페셜티 강화로 체질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의 경우 2022년부터 스페셜티 확대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만, 아직 범용 제품 매출 비중이 60%대로 높은 편이다. 범용 제품 생산 라인을 단기간에 스페셜티 라인으로 바꾸기 어렵고 시장 수요가 쪼그라들어 판매처를 뚫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어서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고부가가치 제품으로의 전환이 어제오늘 이야기는 아니지만 개발비가 많이 들기 때문에 단기간에 이루긴 힘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업계는 업황 부진을 돌파하기 위해 연구개발(R&D)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은 올 2분기 R&D 조직을 개편하며 미래 먹거리 강화에 나섰다. LG화학은 석유화학사업본부 산하에 아크릴개발담당 부문을 만들었고, 롯데케미칼은 미래기술연구소를 신설했다. LG화학 관계자는 “탄소 중립 분야 원천 기술·친환경 플라스틱 등의 개발을 지속해서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선을 기자 choi.sune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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