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떴다 떴다” 항공사 SNS… 조회수 1000만도 거뜬
해외 계정 따로 운영하며 콘텐츠 현지화
언팔 없게… 홍보 색깔 빼고 재미·정보 주력
전세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이용자 수는 48억8000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60% 이상을 차지한다. 글로벌 리서치 전문기관 스태티스타는 SNS 이용자 수가 2027년 58억5000만명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한다. 온라인으로 상품을 구매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SNS 마케팅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고 있다.
각 회사들은 자신만의 특징을 살린 ‘SNS 만들기’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항공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기존 TV 광고나 라디오 등으로 소비자들과 호흡했던 것에서 벗어나 SNS 마케팅에 공을 들이고 있다. SNS를 통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충성고객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항공업계는 앞으로도 SNS를 키우는 데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각 항공사는 다수의 SNS 채널을 활용하고 있다. 유튜브, 인스타그램은 기본이고 틱톡, 링크드인, 위챗 등을 운영하는 회사도 있다.
글로벌시장 공략을 통해 해외 채널을 따로 개설한 항공사도 다수다. 전 세계 39개국 111개 도시에 취항하고 있는 대한항공은 운영 중인 채널 수가 16개에 달한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중국, 일본 등 각 해외 지역 본부와 긴밀한 협조를 통해 현지화 콘텐츠를 제작해 올리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시아나항공과 티웨이항공 등도 해외계정이 있다. 티웨이항공은 한국 아이디 외에 7개 글로벌 계정에서 국가별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최근에는 유럽과 북미 고객을 대상으로 정보 전달 채널인 월드 계정을 따로 만들었다.
제주항공은 유튜브 채널에 기존 영어 자막 이외에 일본어, 중국어(번체·간체), 베트남어 자막을 추가했다.
항공업계가 올리는 콘텐츠는 항공업계 직군 소개, 취항지 소개 등 정보 제공부터 고객 참여형까지 각양각색이다. 티웨이항공은 유튜브를 통해 항공사 직군별 직원들의 이야기를 담은 ‘체인지 비긴즈’ 시리즈가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특히 최근 업로드한 ‘낮에는 육아, 밤에는 비행! 12년차 워킹맘 파일럿의 하루’의 영상은 조회수 61만회를 기록했다. 이 영상에는 낮에는 두 아이를 유치원에 등원시키고 밤에는 비행에 나서는 여성 기장의 일상이 담겼는데, 시청자들로부터 많은 공감을 받았다.
제주항공은 국내 유명 관광지와 맛집을 소개해 주는 ‘감귤랭 가이드’와 한류를 주제로 외국인 여행객과 제주항공 승무원이 국내 여행지를 소개하는 ‘안녕하세요 J플래너’ 등을 운영 중이다. 제주항공은 최근 말레이시아에서 온 K팝 팬에게 승무원이 K팝 명소를 소개해주는 ‘훈남승무원이 추천하는 숨겨진 K팝 명소’ 영상을 올렸는데 단기간에 약 10만명이 시청했다.
이스타항공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승무원 채용 라이브 설명회’를 진행했다. 객실 승무원이 직접 출연해 합격 노하우를 설명하고, 지원자들과 실시간 채팅으로 대화를 했다. 이 설명회에는 약 3000명이 참석했다. 이스타항공은 임박한 항공편의 최저가를 알려주는 ‘지금바로 GO’라는 콘텐츠도 운영 중이다.
최근에는 인스타그램의 릴스, 유튜브의 쇼츠 등 짧은 영상(숏폼)의 제작 빈도가 높아졌다. 젊은 층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책이다. 오픈서베이 2023년 자료에 따르면 연령이 낮을수록 숏폼을 접하는 비율이 높다. 10대는 85%, 20대는 80%, 30대는 73%, 40대는 65%, 50대는 53%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사진 게시물이 중점이었던 것과 달리 최근 숏폼 콘텐츠 제작이 늘고 있다”며 “SNS 이용에 적극적이고 친숙한 10~30대 젊은 층에게 친숙한 이미지로 다가가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응도 좋다. 에어서울은 객실승무원이 운영하는 공식 인스타그램을 통해 ‘스모크’ 챌린지 영상을 게시했는데, 조회 수가 무려 1000만 회를 넘었다. 영상에선 한 승무원이 기내에서 스모크 챌린지를 수행한 뒤 “기내 전체에서는 전자 담배를 포함해 금연해주시기 바란다”고 말한다.
아시아나항공은 홍콩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린 릴스가 대박을 쳤다. 직원들이 걸그룹인 아이브의 배디(Baddie) 안무를 따라추는 모습이 담긴 이 릴스는 3일 기준 619만명이 봤고, 좋아요는 46만개나 찍혔다.
유명인과 협업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만화가인 기안84(본명 김희민)가 회사 마케팅 직원으로 입사하는 내용의 콘텐츠를 제작했다. 이 콘텐츠는 “이스타항공이 국내 기업인 것을 처음 알게 됐다” 등 긍정적 반응을 이끌어냈다.
대한항공은 소속 선수인 신유빈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삐약이’ 신유빈(20)이 등장하는 영상의 조회 수가 유독 높다. 2024 파리올림픽 탁구 동메달리스트인 신유빈은 한국기업평판연구소가 발표한 8월 스포츠 스타 브랜드 평판에서 1위에 오를 정도로 절정의 인기를 뽐내고 있다.
제주항공은 소란, 스텔라장, 경서 등 유명 가수들과 함께 제작한 여행할 때 듣기 좋은 플레이리스트 콘텐츠 ‘에어스테이지’가 840만여 회의 높은 조회 수를 기록했다. 최근에는 안테나 엔터테인먼트와 협업을 통해 음악 관련 콘텐츠를 제작 중이다.
에어서울은 정호영 셰프와 함께 ‘에어서울 기내우동 맛있게 먹는 꿀팁’이란 유튜브 동영상을 만들었다.
항공업계의 SNS 마케팅은 지속될 전망이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요즘 소비자들이 워낙 똑똑해져서 직접적인 홍보보다는 SNS 등 다양한 채널을 활용한 홍보 방식을 택하게 되는 것 같다”며 “앞으로도 채널을 꾸준히 키워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른 항공업계 관계자는 “차별성이 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며 “국내를 넘어 글로벌 고객들까지 사로잡을 수 있는 신선하고 재밌는 콘텐츠를 통해 꾸준히 소통하는 채널로 성장시킬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해외 채널 관리에도 신경을 쓴다는 방침이다. 다양한 문화권의 잠재 고객과 소통하고 브랜드를 더욱 알리기 위한 소통 수단이기 때문이다.
항공사들은 제일 주의하는 부분은 ‘언팔(더 이상 소식을 받지 않음)’이다. 한 관계자는 “브랜드 계정에서 광고·홍보성 콘텐츠만 올리면 바로 언팔로 이어지기도 한다”며 “짧은 시간 내 최대한 재미와 정보를 주며 소통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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