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열며] 스포츠를 모르고 크는 10대들

김남중 2024. 9. 5. 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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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한국계 학교인 교토국제고가 지난달 '여름 고시엔'(전국 고교 야구 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하며 국내에서도 화제가 됐다.

고등학교 스포츠부 숫자에서 한국과 일본의 격차는 엄청나다.

국내 한 호텔에 근무하는 40대 후반의 일본인 K씨에게 학교 스포츠 경험에 대해 들어봤다.

K씨는 일본 학교에선 '문무양도(文武兩道)'란 말이 널리 사용된다며 학문을 가리키는 '문'과 스포츠·문화를 뜻하는 '무'를 양립시켜 나아가는 방향성이 뚜렷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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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중 국제부 선임기자


일본의 한국계 학교인 교토국제고가 지난달 ‘여름 고시엔’(전국 고교 야구 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하며 국내에서도 화제가 됐다. 고시엔은 매년 봄과 여름에 두 차례 열리는데 8월에 열리는 여름 고시엔의 인기는 특히 대단하다고 한다. 전국에서 약 4000개 고교 야구부가 참여해 지역예선을 치르고 여기서 선발된 49개팀이 고시엔으로 불리는 본선 무대에 오른다.

교토국제고 우승 소식을 보다가 일본의 고교 야구부가 4000개나 된다는 것에 놀랐다. 한국은 고교 야구부가 몇 개인지 찾아봤다. 100개 안팎이라고 한다. 그러면 고교 축구부는 어떨까. 일본은 거의 4000개, 한국은 130여개다. 고교 배구팀은 일본이 남녀팀을 합쳐 7000개가 넘는데 한국은 40개 정도. 고교 농구팀도 남녀팀을 합쳐 일본이 7000개 이상, 한국은 50여개다.

고등학교 스포츠부 숫자에서 한국과 일본의 격차는 엄청나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국내 한 호텔에 근무하는 40대 후반의 일본인 K씨에게 학교 스포츠 경험에 대해 들어봤다. 그는 일본의 거의 모든 고등학교에 야구부와 축구부가 있다고 했다. 배구부나 농구부, 수영장이 없는 학교도 거의 없다고 한다. 하지만 엘리트 선수를 키우기 위해 운동부를 운영하는 곳은 극소수다. 대부분은 학생들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위해 운동부 활동을 권장한다.

일본 학생들은 누구나 원하는 운동부에 들어갈 수 있다. 수업시간이 끝난 후 학교에 남아 운동부 활동을 하는데 K씨의 기억으론 전교생의 절반 정도가 운동부에 가입했다고 한다. 그도 중학교 시절에는 유도와 검도, 육상부 활동을 했고 고등학교에서는 내내 골프부에서 운동을 했다.

NHK 방송문화연구소가 2022년 일본의 중고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보면 중학생 중에 운동부에 소속된 학생이 60% 이상이었다. 고등학생은 그보다 낮은 40%였다. 2016년 일본 정부 조사에서도 운동부 참가율은 중학생이 65.2%, 고등학생이 41.9%로 나타났다.

K씨는 일본 학교에선 ‘문무양도(文武兩道)’란 말이 널리 사용된다며 학문을 가리키는 ‘문’과 스포츠·문화를 뜻하는 ‘무’를 양립시켜 나아가는 방향성이 뚜렷하다고 했다. 그가 읽어보라며 보내준 사이타마현의 한 고교 홈페이지에 적혀 있는 교장 메시지는 스포츠 활동의 의미를 잘 설명해준다.

“스포츠에서는 전술이나 폼, 당일의 날씨나 자신의 상태, 식사 메뉴가 미치는 영향, 같은 팀이나 상대 팀의 특징 파악, 당일의 그라운드나 코트의 상태, 사람의 발언에 의한 심리적 영향, 도구의 상태, 경기까지의 워밍업이나 루틴 등 수많은 것을 의식적으로 또는 무의식적으로 생각하면서 플레이나 퍼포먼스를 합니다. 여기서 스스로 배우는 것은 공부에 서로 영향을 미쳐 상승효과를 낳는 ‘문무공명(文武共鳴)’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일본도 대학입시 경쟁이 대단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일본 학생들은 운동을 하면서 공부하고 있다. 여기에 학교 운동부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고교 농구를 다룬 ‘슬램덩크’나 고교 배구부 이야기인 ‘하이큐’ 같은 대단한 스포츠 만화가 나올 수 있는 것도 이런 문화 때문일 것이다.

일본과 비교하면 한국 학교에서 운동이 얼마나 경시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한국의 10대에겐 스포츠마저 입시 뒤로 미뤄진다. 아이들에게 스포츠를 가르치고 경험하게 하려면 따로 사교육을 해야 한다. 저소득층 아이들은 학교에서 스포츠를 접할 수 없게 되면서 운동할 기회를 잃어버렸다. 스포츠가 없는 청소년기라니, 이래도 되는 것일까.

김남중 국제부 선임기자 n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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