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태원의 메디컬 인사이드] 깜깜이 無니코틴 전자담배, 이대로 둘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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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온라인 쇼핑몰에 '무(無)니코틴' 액상 전자담배를 검색했더니 10만개 넘는 판매 광고가 쏟아져 나온다.
더구나 무니코틴 액상에 대한 정부 차원의 모니터링이나 관리·감독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어 그야말로 정보가 '깜깜이'인 상황이다.
식약처는 2016년 10월 흡연습관개선보조제를 의약외품으로 지정·고시하면서 무니코틴 액상도 포함시켜 관리키로 했다.
이후 진짜 무니코틴 액상은 의약외품으로, 유사 니코틴 제품은 법 개정을 통해 담배로 규제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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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온라인 쇼핑몰에 ‘무(無)니코틴’ 액상 전자담배를 검색했더니 10만개 넘는 판매 광고가 쏟아져 나온다. 대부분 니코틴 함량 제로(0)%로 표시된 증명서가 게시돼 있다. 무니코틴의 실체를 모르는 이들은 혹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인터넷상이니만큼 청소년들의 접근도 어렵지 않다.
담배맛(타격감)을 살려주는 니코틴이 들어있지 않은데 흡연자들은 왜 찾는 걸까. 실상이 최근 방송 보도로 드러났다. 취재진이 일부 무니코틴 액상의 성분 분석을 전문기관에 의뢰했더니 대부분 ‘메타틴’이라는 유사 니코틴 성분이 검출됐다. 한 개 제품에선 ‘없다던’ 합성 니코틴도 나와 무니코틴 홍보를 무색하게 했다. 사용 후기에 “맛과 타격감이 좋다. 가성비가 좋다”는 반응이 유독 많았던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
합성 니코틴은 인위적으로 만든 화학물질이다. 연구를 통해 유해 성분이 연초 니코틴에 비해 더 많이 함유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미국은 2022년부터 담배로 규제하고 있으나 국내에선 각종 규제와 과세에서 빠져 있다.
최근 등장한 유사 니코틴은 니코틴은 아니지만 화학구조가 흡사하고 적은 농도로도 비슷한 효과를 낸다고 알려진다. 무니코틴 표방 제품에서 검출된 ‘메타틴’도 그중 하나다. 전 세계적으로 연초·합성 니코틴 규제가 강화되자 담배회사들이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담배시장의 발 빠른 환경 적응에 혀가 내둘려질 뿐이다.
유사 니코틴의 실체나 위해성에 대해선 아직 알려진 게 별로 없다. 미국 식품의약국(FDA)도 최근에야 “니코틴 유사체가 천연 니코틴보다 강력해 청소년 뇌 발달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유해성 검토에 들어갔다.
이처럼 모든 게 불확실한 신종 ‘유사 니코틴’이 국내 무니코틴 표방 제품에서 발견됐다. 더구나 무니코틴 액상에 대한 정부 차원의 모니터링이나 관리·감독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어 그야말로 정보가 ‘깜깜이’인 상황이다. 검사한 일부 제품에서 모두 유사 니코틴이 나왔다면 전체 시장이 어떨지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어쩌다가 이 지경이 됐을까. 여기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일관성 없는 정책 탓이 커 보인다. 식약처는 2016년 10월 흡연습관개선보조제를 의약외품으로 지정·고시하면서 무니코틴 액상도 포함시켜 관리키로 했다. 2011년 가습기살균제 파동 이후 에어로졸 형태로 흡입할 수 있는 액상담배에 대해서도 안전 관리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그런데 지난해 애매하게 입장 변화를 보이면서 온라인 판매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이다. 현재 흡연습관개선보조제로 관리되고 있는 것은 단 1개 제품뿐이다. 그때와 지금이 다른 식약처의 오락가락 행정이 현 상황을 방치한 꼴이 됐다. 식약처는 무니코틴 액상의 의약외품 관리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아직 합성 니코틴도 담배 범주에 포함되지 않은 상황에서 유사 니코틴까지 논의하기엔 이르다는 입장이다. 결국 보건 당국 어느 쪽도 적극 나서지 않고 있는 것이다.
유사 니코틴이 기본적으로 니코틴과 유사한 성분이라면 인체 흡입 시 비슷한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선 ‘제2의 가습기살균제 사태’를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보건 당국이 먼 산만 바라볼 게 아니라 선제적 대응에 나서야 할 이유다. 우선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는 식약처가 무니코틴 액상 제품의 전수조사와 성분 및 위해성 분석,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시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본다. 이후 진짜 무니코틴 액상은 의약외품으로, 유사 니코틴 제품은 법 개정을 통해 담배로 규제할 필요가 있다.
보건학에 ‘사전 예방주의 원칙’이 있다. 위험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면 불확실하더라도 위험을 예방하기 위해 행동을 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건 당국에 해 주고 싶은 말이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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