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찬호의 시선] "문다혜 일 우익대학 나왔냐"묻자 "확인 안된다"고 한 문재인 청와대
윤석열 대통령에게 딸이 있는데, 그 딸이 우익 성향의 일본 대학을 다녔고, 그 사실을 일본 언론이 보도했는데 대통령실이 침묵을 지키고 있다면 더불어민주당이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토착 왜구 본색이 드러났는데도 뻔뻔하게 그 사실을 감춘다”며 탄핵하겠다고 목청을 높이지 않았을까. 민주당 의원들이 딸의 학적을 확인하겠다고 일본으로 날아가는 모습도 충분히 상상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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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액의 뭉칫돈·디자인비 도마에
‘가족 건드리는 것 아냐’ 글도 논란
좌고우면 없는 공정수사가 해법
」
그러나 ‘딸 일본 유학’ 논란이 불거진 대통령은 윤 대통령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이다. 그의 딸 다혜씨는 일제 침략을 정당화하는 ‘대(大)아시아주의자’였던 요시다 쇼인을 기리는 일본 국수주의자들이 세운 고쿠시칸(國士館)대에 다닌 것으로 일본 언론에 보도됐다. 이 대학 교기는 ‘국사(國士)’란 글자가 새겨진 후지산 위에 욱일기를 합성한 것이고, 교가 가사엔 “황국(皇國)에 목숨 바칠 대장부를 기를 이곳 무사시노에 자리 잡은 고쿠시칸”이 있다. 다혜씨가 고쿠시칸대를 다녔다고 처음 보도한 구로다 가쓰히로 산케이 신문 한국 특파원에게 취재 경위를 직접 물었다. 그의 대답이다.
“내 친구가 고쿠시칸대 교수다. 그에 따르면 2017년 문 대통령 당선 직후 그 딸이 이 대학을 나왔다는 문의가 들어와 대학 측이 알아보니 졸업생 명부에 문다혜가 있었다. 그래서 대학 측은 한국 대통령이 된 졸업생 아버지에게 축전을 보내는 방안까지 논의했다.”
“문재인 청와대의 항의는 없었나”고 묻자 그는 “다혜씨 관련 글을 두 번이나 썼다. 한번은 ‘일본 대학 다녔다’, 두 번째는 ‘고쿠시칸 다녔다’였다. 문재인 정부는 두 글에 전혀 반응하지 않았다. 기사는 100% 사실”이라고 했다.
필자는 문재인 정부 시절 청와대에 “다혜씨가 일본 대학 나왔다는 보도가 사실인가”라고 질문을 넣었다. 오랜 시간이 걸린 뒤 돌아온 답은 “확인이 안 된다”였다. 역대 대통령 자녀 가운데 출신 대학이 공개되지 않은 이는 없다. 문 전 대통령 아들인 준용씨도 건국대 미대 나온 사실이 알려져 있다. 그런데 딸은 어느 대학 나왔는지 ‘확인이 안 된다’는 게 말이 되는가? 청와대가 확인 못 할 리는 없으니, 확인을 안 하겠다는 얘기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국민의 궁금증을 대신해 묻는 언론의 질문에 청와대가 할 소리인가? “반일 대통령 딸이라고 일본 대학 다니면 안 된다는 법 있나” “옛날엔 극우였는지 몰라도 지금은 달라졌다”는 식으로 해명할 수도 있다. 그러나 문재인 청와대는 “묻지 마”라고 밖에 안 들리는 오만불손한 대답으로 국민의 알 권리를 봉쇄했다. 독도 조형물 수리 작업을 ‘독도 지우기’로 모는 등 ‘일본’만 등장하면 친일 몰이를 해온 사람들이다 보니 변명할 용기가 나지 않았던 것일까.
고쿠시칸대 파동은 다혜씨 논란 중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그는 2018년 4월 남편 서씨 명의의 서울 구기동 연립주택을 증여받은 지 3개월 만에 집을 팔고 태국으로 갔다. 이것부터 이례적인데 2019년 5월 양평동 다가구 주택을 7억6000만원에 샀다가 2021년 2월 9억원에 팔아 약 1억4000만원의 차익을 얻었다. 이 과정을 추적했던 곽상도 당시 자유한국당 의원은 “구기동 집 팔고 받은 돈은 5억1000만여원인데 대출 없이 양평동 7억원대 집을 산 배경이 의문”이라고 했다.
최근 검찰에 따르면 다혜씨 계좌에는 수상한 뭉칫돈이 포착됐다. 어머니 김정숙 여사의 친구가 여사의 부탁을 받고 청와대 직원이 보자기에 싸 가지고 온 5000만원을 송금했다는 거다. 또 문 전 대통령의 책 『문재인의 운명』
을 펴낸 출판사 중 한 곳이 다혜씨에게 2억5000만원을 송금한 내역도 포착됐다. 출판사 측은 “다혜씨가 디자인 편집 등에 참여해 2억원을 줬고, 5000만원은 빌려줬다”고 했다고 한다. 국내 출판계 스타 디자이너들의 편집 대가가 수천만 원 선인데 디자인을 전공하지 않은 다혜씨가 2억원을 받았다니 어안이 벙벙하다. 민주당은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의혹’을 탄핵감이라고 맹공해왔다. 이 의혹이 수사 대상임은 분명하다. 그래서 김 여사는 검찰 조사를 받았고, 6일엔 수사심의위 도마에도 오른다. 똑같은 잣대로 300만원 짜리 백보다 훨씬 많은 액수의 괴자금 의혹에 휩싸인 다혜씨와 문재인 내외도 수사받는 게 당연하다.
그런데 다혜씨는 4일 “가족은 건드리는 거 아닌데…. 이쯤 가면 막 하자는 거지요?”라는 글을 올렸다. 다혜씨 말대로라면 대통령 가족인 김건희 여사를 건드리는 민주당부터 ‘막 하자는 거지요?’ 소리를 들어 싼 사람들이 된다. 이런 자가당착적인 반응은 팩트가 달릴 때 나오기 쉬우니, 의혹만 커질 따름이다. 검찰의 엄정한 수사만이 답이다.
강찬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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